[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추어탕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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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09   |  발행일 2016-09-09 제39면   |  수정 2016-09-09
갈아 먹느냐 통째로 먹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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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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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식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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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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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골 남원추어탕의 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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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복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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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추어탕

원기보충·숙취해소에 좋은 미꾸라지
‘가을고기’답게 이맘때 먹어야 제맛

지역마다 끓이는 방법 조금씩 달라
경상도는 삶아 으깨고 먹을 때 초피
전라도는 들깨즙과 된장 넣어 걸쭉
원주는 고추장 풀어 맛내는 게 특징

곱창·사골 우려낸 국물 쓰는 서울식
미꾸라지 통째 넣고 ‘추탕’이라 불러


1610년경에 쓰인 동의보감에서는 미꾸라지를 ‘추어(鰍魚)’와 ‘꾸리’로 표기했다.

추어는 맛도 좋지만 본초학에서 배를 덥히고 원기를 돕고 술을 깨게 하는 효능이 있는 약선 재료로 취급받았다. 강이나 논에서 흔한 미꾸라지를 잡아 뼈와 내장을 버리지 않고 통째로 삶아 그 국물에 건지를 넣고 끓인 것을 ‘추어탕’이라 한다. 고기 어(魚)+가을 추(秋), 즉 ‘가을고기’란 뜻이다. 예로부터 ‘춘녀사(春女思) 추남우(秋男憂)’라고 했다. 봄에는 여자가 사색하고 가을에는 남자가 우울하다. 추어는 우울한 남자에게 체력을 보충해 준다. 더운 기운 사이로 간간이 찬바람이 부는 초가을부터 맛이 나는 추어탕은 여름 내내 더위로 잃은 원기를 보충시켜준다.

추어탕은 서민음식이다. 지방마다 맛을 내는 방법이 다르다.

경상도식은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 단배추, 고사리, 파, 숙주나물, 콩나물, 토란대 등을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홍고추·풋고추를 넣는다. 먹을 때 다진 마늘과 총총 썬 청양고추를 추가하거나 식성에 따라 초피를 넣는다. 국물이 맑고 담백하다. 청도에서는 인근 동창천 맑은 물에서 잡은 꺽지, 동사리, 모래무지, 기름종개, 메기, 미꾸라지 등의 민물고기를 삶아 뼈를 후려내고 으깨 연한 배추를 넣는다. 이어 된장을 풀고 소금과 국간장으로 간한다. 뻑뻑하지 않고 시래깃국 같은 느낌의 맑고 시원한 맛이다.

전라도식은 경상도처럼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 끓이지만 들깨즙과 된장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다. 남도식 추어탕인 남원추어탕은 미꾸라지 삶은 국물에 쌀가루 외에 들깻가루를 연하게 풀고 열무시래기, 고구마 줄기, 고사리 등을 넣고 요리한다. 뻑뻑할 정도의 걸쭉한 국물과 시래기 맛이 일품이다.

서울식은 추어탕과 구분해 ‘추탕’이라 한다. 미리 곱창이나 사골, 양지로 우려낸 국물에 두부·버섯·유부·호박·마늘·양지 삶은 것을 넣고 끓이다가 고춧가루를 풀고 미꾸라지를 통째 넣어 육개장처럼 빨갛게 끓인다. 얼큰하고 화끈한 맛이다.

원주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끓인 것과 통마리로 끓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소형 가마솥에 전골식으로 즉석에서 간 미꾸라지에 고추장을 풀고 고춧가루 넣고 먼저 바글바글 끓인 뒤 미나리, 감자, 표고버섯, 파 등을 한 바구니 집어넣는다. 마지막에 다진 마늘과 부추 한 대접을 넣고 한소끔 더 바글바글 끓인다. 통추어탕은 파닥파닥 산 미꾸라지를 중간에 넣는다.

금산 추부의 충청도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푹 곤 후 체에 거른 진한 국물에 고추장과 된장을 풀고 고춧가루로 마무리한다. 여기에 부추, 깻잎, 애호박 등을 넣고 수제비까지 떼어 넣어 뚝배기에 담는다. 마을에서 재배되는 진한 깻잎 향이 더해져 미식가들의 입을 즐겁게 한다.

부산에서는 생선회를 뜨고 남은 뼈와 머리로 곤 육수로 추어탕 같은 맛을 내기도 한다. 경남지역에서는 싱싱한 고등어를 삶아 으깨 추어탕처럼 끓인다.

◆자인식당(053-984-7687)

미꾸라지를 푹 고아서 나무주걱으로 살살 밀어 껍질과 뼈를 거른 진한 국물. 거기에 배추를 넣는데 전처리가 필요하다. 김치 겉절이 담그듯이 집에서 담근 된장, 고춧가루, 마늘 등으로 버무리고 토란, 파 등을 넣어 끓인다. 밑반찬이 건성이 아니다. 작은 접시에 옹기종기 담아 20여 가지를 소반에 낸다. 다소 질박하고 토속적인 것들이다. 반찬이 밥도둑이다. 나무랄 데가 없다. 제철 위주로 촌에서 귀한 손님 맞이할 때 장만한 것 같은 밑반찬들이다. 특유의 향과 씹는 맛이 있는 부드러운 고디탕도 별미. 이 집은 그날 준비한 양만 팔면 언제든지 문 닫는 곳이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개그우먼 김민경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곳이다. 대구 동구 방촌동 902-7

◆부일추어탕(053-811-3222)

미꾸라지와 꺽지, 메기, 떡붕어 등 계절에 따라 민물잡어 6~7가지가 들어간다. 깨끗이 손질하고 통째로 가마솥에 1시간 이상 푹 끓인 다음 손으로 으깬다. 고운 얼개미(체)에 받쳐 뼈를 거른다. 믹서로 갈면 손맛이 안 난다고 한다. 다시 2시간 정도 푹 삶는다. 여기에 대파와 청방 배추를 곁들인다. 경산시 옥산동 788

◆장독대(054-974-0222)

기름이 오르고 배 부분이 누런 큰 놈만 골라 해감시킨다. 다시 깨끗한 물에 씻어 솥에 넣고 푹 삶아 나무주걱으로 으깨 가시를 체로 받쳐 흘러내린 순수한 미꾸라지 국물만으로 다시 끓인다. 이때 청방 배추와 우거지를 삶아서 간이 배도록 된장, 고춧가루, 간장, 우리밀가루, 볶은 소금 등으로 양념한다. 버무린 것을 적당히 넣고 다시 다진 풋고추와 마늘을 넣은 후 간장으로 간을 한 다음 상에 낸다. 식성에 따라 들깻가루·청양고추·마늘 다진 것을 넣는다. 삶은 계란을 꼭 곁들여 내는 집이다. 칠곡군 왜관읍 칠곡대로 1917

◆태성추어탕(053-965-0711)

미꾸라지를 푹 고아 걸러낸 것에 무청시래기, 들깨, 그리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직접 담근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된장으로 담백한 맛을 낸다. 국물이 걸쭉한 편이다. 싱싱한 미꾸라지를 당일 아침에 체에 걸러 준비해 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여 낸다. 통째로 요리하는 통추어탕과 살만 체에 걸러 끓여 내는 추어탕이 있다. 대구 동구 신서동 1149 이노빌딩 2층

◆춘향골 남원추어탕(053-581-6889)

뻑뻑한 진한 맛이 경상도식 추어탕과는 다르다. 제법 얼큰하기도 하다. 된장과 우거지를 넣어 걸쭉하지만 텁텁함은 덜하다. 식성에 따라 잘게 썬 청양고추나 들깻가루를 넣으면 개운한 매운맛과 구수한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작은 미꾸라지를 돌솥에 쪄서 버섯과 채소로 양념한 숙회와 즉석에서 끓여 먹는 전골도 인기 있는 메뉴다. 대구 달서구 호림동 10-4

◆청도식추어탕

맑고 깨끗한 물에서 잡은 꺽지, 동사리, 모래무지, 기름종개, 미꾸라지 등의 민물고기를 넣어 삶아 체에 걸러 국물을 내려놓는다. 청방 배추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해 은근히 끓인다. 국물 맛은 맑고 부드러우면서 시원하다. 청도역 인근 추어탕거리에 청도추어탕(청도군 청도읍 청화로 211·054-371-5510) 등 10여 개 업소가 성업 중이다.

◆관음추어탕(053-255-2775)

진한 국물을 머금고 있는, 살짝 단맛이 나는 푹 익은 배추가 먹음직스럽다. 전형적인 경상도식이다.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 비린 맛과 미꾸라지의 찬 성질을 중화시키는 초핏가루가 꼭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부드럽고 순한 맛이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맛을 내는 집이다. 대구 중구 경상감영1길 53

◆원주 복추어탕(053-981-2126)

소형 무쇠솥에 뼈째 곱게 간 미꾸라지를 넣는다. 이어 감자, 표고버섯, 부추, 파 등을 넣고 직접 담근 4~5년 된 고추장 양념으로 간을 조절해 즉석에서 끓인다. 어느 정도 끓으면 미나리와 마늘을 듬뿍 넣어 미나리 향이 그대로 살아 있을 정도로 한소끔 더 끓인다. 통추어탕은 칼칼하고 얼큰한 맛이다. 뚝배기에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큼직하게 썬 감자와 채소를 더해 끓인다. 수제비를 넣기도 한다. 시냇가에서 천렵해 끓여 먹는 맛이다. 제법 큰 놈은 포를 떠서 채반에 찐다. 매콤달콤한 채소무침, 김이나 묵은지에 돌돌 싸 먹는 미꾸라지보쌈과 민물장어처럼 고추장 양념의 미꾸라지 구이도 별미인 집이다. 대구 동구 검사동 984-17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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