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진악산(進樂山·해발 732m, 충남 금산군)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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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9   |  발행일 2016-08-19 제38면   |  수정 2016-08-19
정상보다 5m 높은 물굴봉 아래엔 물소리 나는 동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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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전망바위에서 본 바위봉우리. 왼쪽으로 금산읍내가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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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통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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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365호인 1천100년 넘은 보석사 은행나무.

등산로 곳곳 국가지점번호 위급시 유용
간간이 암릉 나오나 큰 어려움 없는 산행

정상 직전엔 효자와 蔘 전설의 관음굴
인근에 금산 인삼 시배지 개삼터 자리
절구 닮았단 도구통바위 지나자 너덜길
산행 말미 보석사 40m 은행나무 장관


수리넘어재 광장 주차장에서 맞은편 도로 건너에 목재 계단이 놓인 곳이 들머리다. 시작부터 계단이라 지레 겁을 먹을 수도 있지만 5분 정도 오르면 계단이 끝나고 왼쪽 사면을 따라 완만한 길이 나있다. 거의 수평에 가까운 오솔길을 걷는 기분으로 10분을 오르니 작은 삼거리 갈림길이다. ‘윗어동굴 1.0㎞, 광장 700m’로 적힌 이정표가 서있다. 오르던 길에서 정면은 윗어동굴 방향이고 정상은 오른쪽 능선을 따르게 된다. 길섶에 원추리며 기린초가 노랗게 피었고, 빨갛게 토실토실한 달걀버섯, 흡사 찰보리빵을 닮은 버섯을 비롯한 갖가지 버섯들이 발에 차이도록 피어있다.

다소 완만한 능선 오름길을 10여분 오르자 두 번째 이정표를 지난다. ‘국가지점번호 다마 9553 8753, 해발 502m, 진악1-5’로 적은 구조위치정보를 담은 이정표다. 그 아래에 산악위치안내를 담은 QR코드와 함께 ‘긴급구조요청 등 필요시 국가지점번호로 119에 신고하시면 신속하게 조치해드립니다’라는 문구도 친절하게 적혀있다. 국가지점번호란 우리나라 전체를 가로·세로 10m씩 바둑판처럼 쪼개 수치로 나타낸 것인데, 아직은 설치된 곳이 많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이지만, 위급 시에 유용하겠다 싶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20분을 오르자 왼쪽 금산읍 쪽이 탁 트인 전망바위 앞에 서게 된다. 인삼의 고장답게 인삼밭 사이에 옹기종기 모인 가옥들이 이채롭다. 대전 방향의 만인산, 장렬산, 영동 방향의 천태산이 금산읍 너머로 펼쳐져있다. 전망바위에서 정상 방향으로 진행하면 안부로 잠시 내려섰다가 바위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는데, 로프와 계단을 연이어 지나게 된다. 삼복더위에 바윗길로 이어진 능선을 걷게 되지만 다행히 햇볕을 가려줄 약간의 구름과 바람이 있어 크게 힘들지 않은 산행이다.

잠시 완만한 바윗길이다가 정상이 가까워지자 계단과 로프구간이 많아지면서 호흡을 고르며 올라야 하는 가파른 길을 만난다. 한소끔 땀을 쏟아내고 올라선 봉우리는 오른쪽으로 원효암에서 올라온 길과 만나는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50m만 진행하면 안부에서 왼쪽으로 관음굴 이정표가 서있다. 이정표에는 170m로 적혀 있지만,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가파른 길이다. 관음굴은 가로 2m 남짓한 넓이의 자연동굴인데, 금산지방에 효성이 지극한 강 처사란 사람이 모친의 병을 극진히 간호하였으나 낫지를 않아 진악산의 관음굴을 찾아 백일기도를 올리며 모친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빌자 진악산 산신령이 나타나 산삼을 하사하여 그 삼을 달여 먹고 모친의 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있는 굴이다. 그 산삼의 씨앗을 받아 심은 곳이 개삼터가 되고, 지금의 금산 인삼의 시배지가 되었다고 한다. 정상 동쪽 아래에 개삼저수지가 있고, 그 아랫마을 입구에 개삼터공원을 조성해두고 있다. 관음굴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150m로 한걸음에 다다를 수 있는 거리다.

정상은 헬기장 한편에 산불감시초소와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동쪽으로 조망이 트인 곳에 깔린 목재 데크는 여러 명이 모여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조망이 탁 트인 곳에서 쉬어가려다 자리를 접고 숲으로 숨어든다. 산바람이 시원하다고는 하지만 햇볕에 완전히 노출시키는 것은 객기를 부리는 것과 같아서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해가는 것이 상책이다.

정상에서 직진 방향의 능선을 따르는데 정면 멀리 한 봉우리를 넘어야 보석사 계곡을 만난다. 안부에 한 번 내려섰다가 물굴봉에 오르게 되는데 물굴봉은 정상보다 5m 높은 737m다. 긴 내리막은 아니지만 다시 오를 봉우리를 바라보면서 걷는 길이라 살짝 부담이다. 물굴봉 바로 아래에 석등이 하나 놓여있다. 주변에 절터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능선에서 만나는 석등이라 그 사연이 궁금하다. 석등을 지나고 5분여를 더 오르자 물굴봉 정상이다. 물굴봉 바로 아래에 물소리가 나는 동굴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는 안내판이 있지만 어느 방향인지 이정표가 없어 찾아보지는 못했다. 넓은 공터 한편에 다듬어진 대리석이 몇 덩이 모여 있다. 팔각정이나 전망대를 만들기 위한 자재인 듯하다.

물굴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른 길인 데다 습기를 머금은 음지라 미끄럽다. 20여 분 내려서자 무덤 1기를 지나고 능선에 우뚝 솟은 바위를 만난다. 그 아래에 ‘도구통바위’라는 안내판이 있다. 도구통은 절구를 말하는데 각도에 따라서 절구통으로 보인다고 하나 능선에 솟은 솟대를 닮았다. 여기서부터는 오른쪽 사면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서는데 능선 길과는 달리 너덜길이라 발 디딤이 조심스럽다.

가파른 길을 20분 내려서면 계곡과 나란한 길을 만나면서 길이 넓어진다. 계곡물이 점점 가까워지고 손이라도 한번 담그고 싶은 유혹이 일 즈음, 영천암 갈림길 포장도로를 만난다. 영천암은 도로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야 되고 날머리가 되는 보석사는 포장길을 따라 직진하면 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한 번 지나면 공원같이 넓은 공간에 거목인 은행나무 한 그루가 우람하게 서있다. 가까이에서는 한눈에 들어차지도 않는 정도여서 멀찌감치 물러서서 감상하고 보석사 경내를 지나 5분을 내려서자 주차장에 닿는다. 짧은 산행이어서 3시를 막 넘겨 산행을 마무리하고 금산장터를 구경하기로 한다. 마침 금산장날. 2·7일 5일장이 서는 금산장터에서 인삼튀김, 인삼막걸리에 삼계탕으로 복달임을 할 생각에 더위는 벌써 저만치 물러나있다.

대구시산악협회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수리넘어재 광장 -(20분)- 음지리 갈림길 -(30분)- 전망대 -(40분)- 관음굴 갈림길 -(7분)- 진악산 정상 -(40분)- 물굴봉 -(20분)- 도구통바위 -(35분)- 영천암 갈림길 -(20분)- 보석사 -(5분)- 보석사 주차장

진악산은 충남 최고봉인 서대산과 계룡산, 오서산 다음으로 넷째로 높은 산이다. 주릉에서 펼쳐지는 기암괴석과 주변의 산들, 멀리 덕유산의 장쾌한 산줄기를 조망할 수 있다. 금산 방향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고 있어 바람이 잘 통하고, 숲이 무성해 무더위 산행에도 큰 어려움이 없는 산이다. 영천암과 원효암 골짜기의 맑은 계곡물은 산행 후 피서지로도 훌륭하다. 수리넘어재 광장에서 정상까지 왕복으로 원점회귀코스를 잡아도 되고, 보석사까지 종주코스를 잡아도 약 6.5㎞ 거리로 4시간이면 넉넉하다.

☞ 교통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비룡분기점에서 통영대전고속도로를 따르다 추부IC에서 내린다. IC를 빠져나오면 로터리 교차로에서 좌회전으로 금산 방향 37번 국도를 따라 약 12㎞ 진행해 금산읍까지 간다. 금산읍에서 진악로를 따라 약 6㎞ 가면 수리넘어재 광장(내비게이션:충남 금산군 금산읍 양지리 221-28) 주차장이 나온다.

☞ 볼거리

보석사와 은행나무

보석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이다. 885년(헌강왕 11)에 조구대사가 창건했으며, 보석사라는 이름은 절 근처에서 캔 금으로 불상을 주조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절 입구에는 임진왜란 때 의병승장이었던 영규대사의 순절비가 있으며 그 옆에 영규대사의 선각비가 있다.

영천암으로 오르는 길에 수령 1천100년 넘는 은행나무가 있다. 높이 40m, 둘레 11m에 달하는 이 나무는 창건주인 조구대사가 제자 5명과 함께 육바라밀을 상징하는 뜻에서 6그루를 심은 것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라고 하며, 천연기념물 제365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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