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공무를 속이면 날마다 근심이 된다(欺公日日憂)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07-25 08:07  |  수정 2016-07-25 08:07  |  발행일 2016-07-25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공무를 속이면 날마다 근심이 된다(欺公日日憂)

일찍 휴가를 얻어 7월 둘째 주에 가족들이 태안의 몽산포해수욕장에 모였습니다. 해변에서 이제 갓 돌을 지난 손녀와 네 돌 지난 손자가 모래사장에서 햇빛에 비치는 자기 그림자 밟기놀이에 열심입니다. 신기하고 재미있나 봅니다. 구름이 가끔씩 몰려와 그림자가 없어집니다. 아이들 표정이 찡그러지고 울먹울먹합니다. 햇빛이 다시 비칩니다. 다시 그림자밟기놀이를 합니다.

김시습이 쓴 ‘몸이 그림자에게’라는 시가 있습니다. ‘너와 괴롭게 얽혀 얼마나 함께 다녔는지, 달빛 등불 아래서는 네가 나를 따르지만 빛이 없다면 너는 어디로 가니? ……. 새벽녘 거울 닦고 보면 나와 똑같이 조금도 다르지 않네. 평생을 함께하며 살아가자꾸나’라고 읊고 있습니다. 사람의 자취를 그림자라고 합니다. 그림자는 진정한 자기의 모습이겠지요.

요즘 법을 집행하는 검사장들의 비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 걱정과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어떤 논설위원은 그들을 ‘마당발’이라고 부릅니다. 신체적으로 마당발은 볼이 넓으면서 평평한 발을 말합니다. 흔히 일컫는 평발입니다. 그런데 다른 뜻으로는 인간관계가 아주 좋아서 폭넓게 활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오지랖이 넓은 것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몇 명의 사람을 사귀면 마당발이 될까요? 아마 동양인들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 할 듯합니다.

영국의 인류학자 던바는 ‘150이라는 숫자’를 제시합니다. 진정으로 사회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개인적인 숫자는 150이면 최대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숫자는 서로의 관계에서 누구인지 어떤 관계인지를 알 수 있는 그런 관계의 수로 적당하기 때문이겠지요. 남들과 어울려 지내고자 하는 친화동기(親和動機)는 동조적이고 의존적인 행동입니다. 이렇게 어울린 친구들은 남에게 배척당하거나 왕따될까봐 불안해합니다. 깊은 우정이나 사랑을 지향하기에도 친구 수가 너무 많습니다.

반면 친애동기가 높은 사람은 인간관계에서 양보다는 질을 추구해 비록 소수의 사람일지라도 친밀한 교분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관계가 보다 안정적이고 깊은 까닭은 10여명 내외의 가까운 친구와 서너명의 절친한 사이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그 서너명의 절친한 사이 검사장의 비리가 모든 검사들을 싸잡아 욕먹게 하고 있습니다.

명심보감에 ‘구법조조락(懼法朝朝樂) 기공일일우(欺公日日憂)’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법을 두려워하면 아침마다 즐거울 것이요. 공무를 속이면 날마다 근심이 되느니라’라는 뜻입니다. ‘구(懼)’는 눈을 크게 뜨고 법을 두려워해야 하고, ‘우(憂)’는 머리가 위에서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는 근심을 말합니다.

동몽훈에도 관리가 지킬 법은 오직 세 가지 있으니 청렴, 신중, 근면입니다. 이것만 잘 지키면 몸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해관계에서 공과 사를 확실히 하는 것은 공공사사(公公私私)입니다. 만약 공무를 속인다면 날마다 머리 위에서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는 근심이 생깁니다. 그러다 빛이 비치면 양심의 가책으로 자기 그림자밟기놀이를 해야 되겠지요.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