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도장산(道藏山·해발 828m, 문경·상주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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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2   |  발행일 2016-07-22 제38면   |  수정 2016-07-22
살아 꿈틀거리는 바위 능선들과 함께 오르다
20160722
706m 봉우리에서 바라본 속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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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소박한 절, 심원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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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소나무숲 속에 조성된 시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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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사 일주문격인 대문을 지나면 심원폭포를 만난다.

속리산 지나 청화산 내달리던 백두대간
한줄기 물길 만나면서 떨어진 도장산
706m봉우리 가는 바윗길 소나무 눈길

노송 사이로 청화·백악산 일직선 자리
살짝 비켜나온 속리산도 모습 드러내
하산길 원효 창건 심원사·심원폭포 들러


도장산은 백두대간이 속리산을 지나 청화산으로 내달리다 한줄기 물길을 만나면서 떨어져버린 한 덩어리의 산이다.

한반도의 등줄기를 이루는 백두대간에 합류하진 못했으나 주위의 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주위의 주흘산, 조령산, 백화산 등 경북 북부지역의 명산에 비해 찾는 이들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기암괴석과 노송이 잘 어우러져 주변 풍광과 함께 비경을 그려내는, 때묻지 않은 산으로 찾아든다. 상주와 문경을 잇는 쌍용터널을 지나자 곧바로 들머리인 용추교가 나온다. 용추교 주변에 차를 세우고 쌍용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자 ‘도장산 4.9㎞’라 적은 이정표가 서있다. 이정표를 따라 계곡 상류방향의 너덜 길을 잠시 오르면 길은 왼쪽으로 휘어져 심원골 입구 지류계곡을 나란히 하며 산길로 변한다. 10여분 너덜지대를 오르면 오른쪽으로 ‘심원사 500m’로 적힌 갈림목이다.

심원사 방향은 하산을 하면서 지나게 되고 산행은 직진방향의 좁은 숲길로 들어서야 한다. 몇 차례 내린 장맛비 영향으로 바닥이 촉촉하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터라 잠시 걸었을 뿐인데 숨이 턱턱 막힌다. 능선까지만 올라서면 바람이 좀 불어주겠지 하는 기대로 묵묵히 올라보지만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20분을 오르니 제법 넓은 공간의 능선 갈림길인데 진행은 오른쪽 가파른 오르막이다. 막상 능선에 올랐지만 기대했던 바람 한 점 없다. 간간이 햇볕에 노출되는 구간을 지날 때면 손바닥으로라도 하늘을 가리고 싶을 정도로 뜨겁다.

지난밤 전화기에 낯익은 이름이 찍혔다. 어머니셨다. 좀처럼 늦은 시각에 없던 전화라 오만가지의 상상으로 전화를 받았다. “애비가? 내일 마이 덥다는데 또 산에 가나?” 산에 가는지 안 가는지가 궁금해 전화를 주신 것도 아니고, 가지 말라고 강력하게 말리는 것도 아니다. 말려도 소용없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기에 그저 조심히 다니라는 말씀으로 여겼다.

최근 2~3년 사이 눈이 오거나 비가 와도, 날씨가 무더워도 비슷한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그 원인 중에 한몫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안전처 긴급재난문자’다. 문자메시지와 함께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한번 놀라고, 그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걸려오는 어머님의 전화에 또 놀라고. 어쨌거나 이번에는 말씀을 들을 걸 그랬나 싶다.

쉬엄쉬엄 10여분을 오르니 651m 높이의 작은 봉우리 위에 선다. 딱히 조망은 없고 진행방향으로 다음 봉우리인 706m 봉우리만 오뚝하다. 안부로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바윗길에 분재를 옮겨놓은 듯 기이한 형상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앞에서 보면 706m 한 봉우리만 보였는데 막상 오르고 나니 작은 봉우리가 연이어 있다. 앞 봉우리에서 다음 봉우리로 넘어야 하는데 바위를 안고 뛰어 넘듯 건너야하는 구간이다. 노송 사이로 백두대간 구간의 청화산, 그 옆으로 백악산이 일직선으로 보인다.

정상 방향의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나온 속리산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오른쪽 발 아래에 하산하면서 들르게 될 심원사가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다음 봉우리를 오르려면 바위를 돌아내려와 안부에 내려섰다가 795m 봉우리로 올라야 하는데 지나온 봉우리들 보다 경사가 더 가파르다. 물 한 모금으로 힘을 내 걸어보지만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오른쪽으로 휘어나간 바윗길을 돌아 795m 봉우리에 올라서면 정면으로 정상이 마주하고, 오른쪽은 작은 능선길인데 안내 리본 몇 개가 걸려있고 가로로 철망으로 막아두었다. 정상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심원사로 바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짧은 구간이라 다행이지만 마지막 남은 체력을 쏙 빼놓을 만큼 가파르다. 버겁게 정상에 오르면 상주시청 산악회에서 세운 표석과 삼각점이 나란히 서있다. 숲에 가려 주변 조망도 별로고, 햇볕이 따가워 얼른 숲 사이로 몸을 숨긴다. 오르던 길 정면의 북서쪽 방향으로 약 200m를 진행하면 ‘서재 3.4㎞, 심원사 3.1㎞’로 적은 이정표 앞에서 심원사 방향의 내리막 능선을 택한다. 여기서부터는 왼쪽으로 속리산 주능선과 나란히 걷게 되고, 정면으로 청화산에서 조항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 길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왼쪽 아래에 보이는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 일대를 일컬어 ‘우복지, 우복동’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청화산과 도장산, 속리산 사이에 있는 용유동 일대를 ‘복지’라 했고, 예언서 ‘정감’ 십승지의 하나인 우복동(牛腹洞)이 이 일대라고 믿고 있다. 우복동은 소의 배 안처럼 사방이 산으로 둘러쳐져 전란이나 굶주림이 없고, 축복받은 땅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봉우리 두어 곳을 넘어 724m 봉우리를 오르면서 오른쪽으로 오솔길 같은 길이 수평으로 나있다. 여기서 봉우리를 넘어 헬기장을 지나 심원사로 내려가도 되지만 심원골을 지나 심원사로 향하는 길을 잡는다. 특별히 이정표가 없어 유심히 살펴야 찾을 수 있는 길이다. 비스듬히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다가 갑자기 고꾸라지듯 내리꽂히는 길이 10분가량 이어진다. 서있기만 해도 줄줄 미끄러져 궂은날에는 피해가기를 권한다.

잘록한 능선을 만나면서 다소 완만하지만 계곡 합류지점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멀리 수면이 반짝인다. 물이다. 청아한 물소리까지 더해지니 마음이 급하다. 더위에 지친 일행이 계곡 물가에 모였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물소처럼 머리를 처박고 꾸역꾸역 계곡물을 빨아들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다시 흡입하기를 반복한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긴 탄식을 내뱉는다. “아! 이 맛이다. 이 맛.”

출렁이는 배를 안고 산죽이 자라는 계곡 길을 걷는다. 이끼가 뒤덮인 바위 위로 흐르는 계곡은 작은 폭포를 만들고, 소를 만들며 점점 넓어지고 수량도 많아진다. 20분 정도 걸으니 심원사 경내에 든다. 660년(신라 무열왕 7)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는 절 치고는 너무도 소박하다. 대웅전 바로 앞 툇마루에 냉수를 가득 채운 대형 물통과 컵을 가지런히 담은 쟁반이 놓여있다. 무더위에 지친 길손들을 위한 최고의 공양이다.

심원사 일주문격인 대문을 지나 7분 정도 지나면 심원골의 하이라이트 심원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토해내며 쉬어가라고 발목을 잡는다. 폭포수가 일으키는 바람이 시원하다. 잠시 뒤 몸이 반응한다. 소름이 돋는다. 춥다. 심원폭포에서 100여m만 돌아나가면 오전에 올랐던 심원사 갈림길을 만난다. 용추교가 가까워지자 쌍용계곡 곳곳에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이 한가롭다. 대구시산악협회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용추교-(20분)-심원사 갈림길-(20분)-주능선 삼거리-(60분)-795m 봉우리-(15분)-도장산 정상-(20분)-724m 봉우리-(30분)-심원골-(25분)-심원사-(7분)-심원폭포-(25분)-용추교

상주시 화북면과 문경시 농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도장산은 주능선에 오르면 속리산 주변의 백두대간 등줄기와 나란히 마주할 수 있어 조망을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하산하면서 만나는 심원골은 원시림 같은 숲과 시원한 계곡물이 있어 무더위 산행에 청량제가 된다. 정상을 돌아 심원골로 하산하면 약 8㎞의 거리로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중부내륙고속도로 화서IC에서 내려 선산, 상주방향 우회전 후 300m를 가서 수청거리삼거리에서 괴산, 화북 방향으로 좌회전을 한다. 49번 지방도를 따라 갈령터널을 지나 화북면소재지에서 쌍용계곡 방향으로 우회전으로 약 3.5㎞ 가면 쌍용터널을 지나 곧바로 용추교(내비게이션: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 산 5-26)가 나온다.


☞ 볼거리

화북면 시비공원(詩碑公園)

화북면소재지 입구에 입재 정종로 선생 용유동 용추 시비와 청화산인 이중환 저서 ‘택리지’의 용유동 비 등 선조들의 시를 비석에 새겨 조성한 시비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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