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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토교통부 공무원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최병욱 위원장은 국민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 노조로 노동 운동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
지난 14일 국토교통부 공무원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4천여명의 국토부 공무원 노조를 이끌고 있는 포항 출신의 최병욱 국토부 제2대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최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행정국가화 현상을 언급했다.
낙하산 인사 차단 최대 성과
행정국가는 20세기 이후 △인구의 급증 △도시의 비대화 △자본주의 발달 △위기의 일반화 등으로 행정 수요가 급증하면서 등장했다. 이 때문에 행정이 전문화되고 복잡해지면서 공무원들의 역할이 커졌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시 출신의 엘리트 공무원들이 정책 결정을 주도하면서 국민 공익과 배치되는 정책이 나오는 경우가 잦다.
◆ 삶은 ‘성공’ 아닌 ‘성장’
최 위원장은 최근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신분제 사회가 고착됐으면 좋겠다”는 등의 발언을 언급했다. 그는 “나 기획관의 발언으로 고시제 폐지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부모가 주는 돈으로 세상과 유리된 채 공부만 한 엘리트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긴 힘들 것이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대민업무를 담당하며 주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말단 공무원이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 정책기획관은 연세대 4학년 재학 중인 23세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010년 교과부 장관 비서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행정관 등을 거쳐 올해 3월 47세에 고위 공무원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학자들은 나 기획관의 ‘국민은 미개하고 신분 차별이 필요하다’라는 귀족엘리트주의가 공직자들 사이에 만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최 위원장은 또 영남권 신공항이 김해 공항 확장으로 결론난 것과 관련해 “지역민들이 분노한 것은 이해당사자인 지역이 정책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며 “행정에 대한 신뢰는 정책 결정자와 정책 수혜자 간 끊임 없는 상호작용이 있어야 형성된다. 이를 위해선 상호 대등한 관계가 전제 돼야 하는데 고시 출신들의 엘리트 의식이 갈수록 공고화되고 있는 상황에선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여야 하는데 고위 공직자들의 머리 속엔 ‘성공’밖에 없다. 성공을 위해선 국민이 아닌 상관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국민 위한 정책 노조 될 것
최 위원장은 영남권 신공항 결정 과정에 대해 “국토부의 ‘깜깜이 용역’도 지역민들의 반발을 불러온 이유 중 하나였다”면서 “공무원 노조 차원에서 정보 공개를 청구하는 등으로 정부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하지만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조차 보장되지 않아 정부의 독단을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 공무원 노조는 정치활동 및 파업, 태업 등의 쟁의행위가 금지돼 있고 정책결정이나 임용권 행사 등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에 대해선 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등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말 발족한 국토교통공공기관노동조합 연대회의를 주도했다. 여기엔 국토부 노조 및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18개 노조 5만여명이 참여했다. 연대회의는 공공정책연구소를 설립해 국민을 위한 정책을 생산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국토부의 최대 미션은 ‘국민 안전’
최 위원장은 낙하산 인사를 막은 것을 최대 성과로 꼽았다. 그는 “조직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확고히 정립해야 한다”며 “지난해 말 비전문가인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차관에 내정됐다. 당시 위원장 당선자 신분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성명도 내면서 적극 대응해 결국 낙하산 인사를 막아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국토부는 전국을 아우르는 최대 중앙부처로 업무영역 또한 하늘에서 지하 공간까지 이른다. 국민 생활과 안전에 직결돼 있다. 따라서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토부 노조의 미션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비전문가가 차관이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조의 비전과 관련해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민생 현안과 사건사고로 인해 국민의 불만과 불안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조합원과 부처의 이익만을 대변할 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사회공공 국민행복 사업 추진’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 ‘공공노동 개혁’ ‘공공기반 국익창출 전략’ 등의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살기 좋은 국토, 함께하는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공공노동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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