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신공항과 이해할 수 없는 정치적 발언들

  • 박재일
  • |
  • 입력 2016-06-22   |  발행일 2016-06-22 제31면   |  수정 2016-06-22
[박재일 칼럼] 신공항과 이해할 수 없는 정치적 발언들

좀 어렵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게 됐다. 바로 어제(21일) 전격 결론 난 신공항 문제다.

지역 간 갈등의 숙명을 안고 수십 년을 달려온 영남권 신공항 프로젝트를 바라보면 정치의 근본에 대해 다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란 무엇인가. 숱한 정의(定義)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란 명쾌한 규정은 매력적이다. 가치는 자원이다. 쉽게 말해 돈과 예산이고, 그것은 신공항 같은 프로젝트로 구체화된다. 그 자원을 권위적으로, 그러니까 리더십을 동원해 나누는 것이 정치란 의미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엔지니어가 밀양, 가덕도를 백지화하고 김해공항 확장안을 도출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공항 후보지(밀양, 가덕도)가 선정됐을 때 법적, 정치적 후폭풍도 고려했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 솔직한 해명이다. 신공항 같은 자원의 배분은 정치적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고, 정치성이 고려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공항 역사를 복기해보면, 과연 그러한 정치적 행위들이 타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2011년 3월, 영남권 신공항 정부 발표를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던 정두언 의원은 신공항 무용론을 제기했다. 심각한 지역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그의 지적은 옳았지만, “활주로에 고추나 말리는 지방공항을 더 이상 건설해서는 안된다”는 발언은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그는 한 달 뒤 대구의 100인 포럼 초청 토론회에 참석, “여기 와서 보니 제 인식의 부족을 깨달았다”며 사과했다.

딱 5년이 지난 이번 신공항 드라마의 정치색은 빵 터질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불을 지폈다. 그는 신공항 발표가 임박하자 청와대로, 국회로 찾아다니며 신공항에 정치논리, 즉 TK(대구·경북)의 개입이 있다고 발언하기 시작했다. 가덕도가 안되면 부산시민이 받아들일 수 없고, 자신은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유치 경쟁과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자는 5개 시·도 단체장의 합의를 깬 노골적 정치 행보였다.

부산시장은 스스로의 위치상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지난 대통령 선거의 유력 후보였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공항 행보는 실로 납득하기 힘들다. 그는 총선에서 “부산 시민이 5석을 만들어주시면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공언했고, 가덕도까지 직접 찾아가 피케팅도 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다는 의혹을 정부가 명백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현재 부산의 지역구 국회의원도 아니다. 대선 후보급 정치인이 국가적 인프라 건설에 특정 지역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사례가 있는가.

문 전 대표가 왜 그런 작업에 착수했는지는 정치를 좀 아는 이들이라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 똑 부러지게 종종 급소를 잘 찌르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문 전 대표의 가덕도 방문을 두고 ‘여권 갈라치기’라고 간파하면서 “국책사업을 국익 차원에서 바라보지 않고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대한민국 지도자답지 않다”고 말한 것도 솔직히 틀린 것 같지 않다.

클라이맥스는 뜻하지 않게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심 대표는 신공항 발표 하루 전인 지난 20일 “영남권 신공항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정치논리로 진행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정치 논리를 비판하면서, 그 역시 지극히 정치적 발언을 내던졌다. 신공항 용역은 희한하게도 그가 주장했던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났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잘 기억해둬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 그들의 발언들이, 여기서 등장하지 않은 청와대와 정부 측 인사의 발언들을 포함해 수미일관(首尾一貫) 정연하고 또 실천되는지 기억해야 한다. 천문학적 비용에다 돗대산이 있고, 주변 도시화가 진행돼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김해공항 확장안이 이제 와서는 어떻게 가능하게 됐는지 잊지 않고 주시해야 한다. 그렇게 주시한다면 TK민이 심판하는 기회도 찾아올 것이다. 우리가 기억할 때 ‘가치의 권위적 배분’에서 더 이상 천대받지 않을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