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 냉면 3색3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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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10   |  발행일 2016-06-10 제43면   |  수정 2016-06-10
냉면 한 그릇에 담긴 한겨울…알고 먹어야 ‘제맛’
20160610
태산면옥 냉면·제형면옥 냉면·찔레꽃 냉면.(사진 왼쪽부터)

동국세시기엔 ‘以冷治冷’ 겨울음식
근래 ‘先酒後麵’ 여름 먹거리로 각광

식초 뿌려 식욕 살리고 식중독 예방
계란은 노른자 먼저 먹어 위벽 보호
면발에 가위질은 쫄깃함·본맛 반감

해물육수와 육전 고명의 태산면옥
날씨 따라 메밀함량 다른 제형면옥
찔레꽃의 채소·과일 과즙 육수 별미
‘태산’문어보쌈·‘제형’어복쟁반 이색

반주를 곁들이고 시원한 육수 한 모금 들이켠다. 서너 번 젓가락질로 냉면을 비우고 남은 육수를 또 단숨에 들이켜는 이 맛. 한여름 냉면은 ‘선주후면(先酒後麵)’의 미학을 갖고 있다.

냉면은 우리 식단에 언제부터 등장했을까? 동국세시기에 관련 대목이 나온다.

‘겨울철의 시식(時食)으로서 메밀국수에 무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은 냉면이 있다.’

냉면은 원래 겨울음식이다.

‘이냉치냉(以冷治冷)’이라 하여 겨울에 언 몸을 후끈한 온돌에 녹이면서 이가 시릴 정도로 찬 냉면을 먹고 나면 속은 냉장고처럼 된다. 그러다가 배 속에서 서서히 봄바람 같은 훈풍을 일으키고, 그럼 금세 속이 든든해진다.

면을 이로 툭툭 끊어 먹는다. 첫맛은 밍밍하지만 먹을수록 구수한 맛의 평양냉면, 가늘고 질긴 면에 매콤한 양념으로 비비고 따뜻한 육수를 곁들인 함흥냉면이 있다.

평양냉면은 메밀가루와 감자녹말을 5대 1 비율로 넣고 익반죽하여 분통에 넣고 눌러 면을 만든다. 동치미 국물에 사골, 사태, 양지 등을 넣고 푹 끓여 우려 낸 육수를 섞어 차게 해서 먹는다.

함흥냉면은 메밀에 감자나 고구마 전분을 많이 넣고 가늘게 뺀 쫀득하면서 질긴 면에 가자미나 홍어 등 생선을 회 쳐서 넣기도 하고 고추장 등으로 양념하여 매콤하게 비벼 맛을 낸다.

메밀은 끈기가 없다. 밀가루나 전분을 섞어 반죽해서 치대야 한다. 밀가루나 전분의 비율과 치대는 기술에 따라 면의 끈기와 질감이 다르다.

요즘에는 평양·함흥식 면의 구분이 없다.

함흥식 면에 육수를 부어 물냉면으로 먹고 평양식 면에다 매운 양념을 가미해 비빔냉면으로 먹기도 한다.

평양냉면과 견줄 만한 진주냉면은 고구마 전분 30~40%, 메밀 전분 60~70%로 면을 만들고 육수는 육고기 대신 멸치, 바지락, 홍합, 북어 등 해산물로 우려낸 국물을 사용한다. 진주냉면은 김치를 얇게 썰고, 이 밖에 배, 오이, 소고기 육전과, 계란 지단 등을 고명으로 올린다. 냉면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식초와 겨자가 제격이다. 식초와 겨자는 새콤함을 더해 입맛을 더 살려준다. 특히 식초는 미각적인 조화와 영양, 그리고 위생이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냉면에서 식초가 빠지면 상큼한 맛이 없어 허전한 느낌을 갖게 된다. 신맛은 식욕을 살린다. 식초는 피로회복제의 효능도 가진다. 또한 육수에서 생길 수 있는 식중독균을 식초가 살균한다. 그래서 식중독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냉면에 올려 나오는 계란은 언제 먹어야 할까.

지단으로 올리는 계란은 냉면을 먹기 전에 먼저 먹는다. 입 속에 남아있는 다른 음식의 흔적을 지워주고 계란 노른자를 먼저 먹음으로써 위벽을 편하게 만들어 냉면의 소화를 돕는다.

냉면을 먹을 때 가위질은 냉면을 두 번 죽이는 일. 재료의 본질적인 맛만으로 승부하는 냉면에 있어서 가위로 자르는 순간 그 본질이 상실되고 냉면 특유의 쫄깃함은 반으로 줄어든다. 중간에 자르면 메밀로 만든 냉면은 급속하게 물기를 안으로 끌어들여 찰기가 떨어진다. 또한 쇠붙이와 닿아 산화될 우려도 높다.

바야흐로 냉면의 계절! 지역에도 각기 다른 형태의 냉면으로 마니아 사이에 소문난 냉면집이 있다. 주전 선수인 냉면을 받쳐주는 인기 있는 부속메뉴가 있어 더 인기를 얻는 그 집들을 소개해 본다.

◆태산면옥

육전이 고명으로 올라가는 진주스타일 냉면이다.

도톰하게 포를 뜬 소고기 알목심을 밑간하고 밀가루와 계란 물을 곱게 입혀 지져낸 육전을 채 썰어 고명으로 듬뿍 얹은 냉면이다. 육수는 해물육수다. 밴댕이·북어·건새우·감초·다시마를 주재료로 끓여 24시간 숙성한다. 메밀을 사용하는 냉면이지만 해물육수라는 독특한 풍미와 부드러운 육전이 어우러져 이색적이다.

조금은 싱거운 듯 진한, 담백한 맛의 육수는 자꾸 그릇째 들고 들이켜게 하는 매력이 있다. 통통한 면발과 고소한 육전, 시원한 육수가 어우러지는 조화가 냉면의 맛을 더욱 깊게 한다. 달착지근하고 매콤한 양념으로 잘 비빈 비빔냉면을 육전에 돌돌 말듯이 싸먹는 맛은 면과의 조화가 부족함이 없이 잘 어울린다. 어설프게 오르는 수육보다 육전은 고소한 맛을 더한다.

문어보쌈도 인기메뉴다. 5~6명의 성인이 거나하게 술 한잔 할 수 있는, 가격에 비해 다양한 구성과 푸짐함이 일품이다. 백령도에서 잡은 문어 한 마리에 돼지고기수육·낙지호롱·가오리무침·고구마튀김·너비아니 등이 함께 나온다. 화룡점정은 보쌈김치다. 매콤한 듯하지만 달콤함이 있다. 톡 쏘는 듯 사이다 맛이다.

▶예약전화: (053)421-6865

▶위 치: 중구 동인동2가 140-1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10시

▶휴 무: 둘째 일요일

▶주차시설: 자체

◆제형면옥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은 아니다.

그냥 심심하고 밍밍하다. 오히려 심심한 맛이 먹을수록 자꾸만 입가에 맴돈다. 육수에 모자라는 신맛을 식초로 보완하고 여기에 겨자의 알싸한 맛을 보탠 다음 빨리 먹는 게 좋다. 메밀을 많이 넣은 면이어서 찰기가 적어 짧은 시간에 불어 버린다. 볼이 터질 것같이 한가득 집어 푸짐하게 먹어야 메밀 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육수는 사골·사태로 고는데 사시사철 같은 방법으로 만든다. 메밀은 가루 상태로 두었다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메밀 함량을 달리하는 제면법을 쓴다. 육수는 구수함과 동시에 동치미를 섞어서인지 개운함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직접 만드는 평안도식 커다란 만두와 ‘어복쟁반’도 인기가 있다. 어복쟁반은 쟁반을 불판 위에 올려놓고 자박한 육수에 소고기 수육·육전·소 혓바닥으로 만든 전과 만두, 갖은 채소를 올려 육수를 보충해가면서 새콤달콤한 양념장에 적셔 먹고 마무리는 냉면 사리로 한다.

▶예약전화: (053)761-3004

▶위 치: 수성구 상동 4-2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휴 무: 없음

▶주차시설: 자체

◆찔레꽃

채소는 즙을 내어 풍부한 맛을 더하고 과일을 따로 갈아 상큼한 맛을 더하는 육수가 일품이다. 별도의 고기로는 육수를 내지 않는다. 구수한 맛은 떨어지지만 덜 달착지근하다. 국물이 밍밍하거나 싱겁기보다는 진하다.

주문과 동시에 반죽하여 치대고 직접 제면한다. 평양냉면의 면은 메밀이 많이 들어간다. 함흥냉면의 면은 전분으로만 만들었다. 면발이 구수할 정도로 메밀을 많이 넣는 평양냉면과 쫀득하면서 질깃질깃한 고구마 전분의 함흥냉면을 달리하여 맛을 낸다. 먹을수록 강렬한 중독성이 있다. 적은 양이 아니지만 금세 한 그릇이 비워진다. 인공 조미료 없이 자연에 있는 재료로 맛을 낸다는 증거다.

이 집 육수는 과일의 과즙과 채소로만 12시간 이상 묵직할 정도로 우려낸 맛국물을 쓴다. 들척지근하지 않다. 별도 식초와 겨자를 넣지 않아도 상큼한 맛이다. 각종 과일을 갈아 넣고 고추장, 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3일 숙성시켜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상큼한 과일 맛이 나는 함흥냉면. 마냥 맵지만은 않은, 혀끝에 맴도는 칼칼한 맛이다.

제육볶음은 연하게 간한 콩나물을 살짝 데쳐 깔고 돼지고기를 매콤하면서 반지르르한 양념에 볶아 낸다. 덤으로 달착지근한 양념이 잘 스며들어간 석쇠 불고기 한 접시까지 곁들여 주는 넉넉함이 있는 곳이다.

▶예약전화: (053)421-7725

▶위 치: 중구 남성로 56(약전골목)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휴 무: 첫째·셋째 일요일

▶주차시설: 없음(인근 유료주차장)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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