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대구적십자사 회장 퇴임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 박진관,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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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09  |  수정 2016-06-09 08:22  |  발행일 2016-06-09 제29면
“50년간 적십자활동…이웃 위해 뭔가 할 수 있어 행복”
[이 사람] 대구적십자사 회장 퇴임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9일 퇴임하는 남성희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회장이 이임을 앞두고 지난 7일 적십자 대구지사 회장실에서 고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anm.com

“중학교(서울 이화여중) 시절 교장 선생님이 판문점에서 최초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에 다녀왔을 때 제가 JRC(청소년적십자 RCY의 전신) 대표로 교장 선생님께 꽃다발을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6년간 회장직 두번 맡아
정기후원회비 취임 후 4배 증대
자원봉사자·희망결연 두배 늘어
시민참여 모금 프로그램 다양화

다양한 사업 통해 사랑 실천
자선 음악회·경매·걷기 대회…
기업·기관·단체 공헌협약 확대
대북·이산가족 사업 한계 아쉬움


9일자로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이하 대구적십자)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61)은 적십자와의 인연을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50년 가까이 적십자 활동을 하면서 대구지사 회장을 맡았을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웃을 위해 뭔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한 거죠. 서울에서 대구로 와 20년 가까이 살다가 2004년 대구적십자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게 인연이 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남 회장은 만 6년간(2010년 6월~2016년 6월) 대구적십자 회장(29·30대)을 두 번 맡았다. 그는 재임기간 인도주의 사업을 펼치기 위해 안정적 재원을 확보함으로써 대구적십자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먼저 정기후원회비를 취임 당시 3억4천만원에서 13억원으로 증대시켰다.

“TV시청료를 거두듯 적십자회비를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 정기후원인을 대폭 늘렸습니다. 물론 적십자회비도 꾸준히 증가했지요.”

둘째로 자원봉사자를 4천57명에서 7천522명으로 늘려 봉사조직을 확대함으로써 아동, 청소년, 노인, 이주민 등 취약계층에 대한 희망풍차 결연사업을 650세대에서 1천260세대로 확장했다.

셋째로 시민참여형 모금 프로그램을 다양화했다. 대표적 예가 그가 고안한 ‘희망천사학교’다. 취임 초 경북고에서 처음 선을 보인 이후 이 사업은 전국시·도 교육청 단위로 퍼졌다. 희망천사학교란 초·중·고 학생들이 스스로 기부문화에 참여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어려운 학우를 돕는 사업이다.

“어릴 때부터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교육적 효과가 있지요. 대구에선 지금까지 108개교 8천9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밖에 ‘후원금 모금을 위한 자선음악회’(총5회), ‘100인의 성악가와 함께하는 음악회’(총4회), 제2작전사령부 ‘윈드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음악회’(작년 첫 실시)를 열어 음악인의 재능기부를 이끌어내 2억여원을 모금했다. 평소 폭 넓고 다양한 인맥을 활용한 덕분이다.

지역의 명사들을 초청한 사랑나눔 자선경매 행사도 가졌다. 이 행사엔 시장, 교육감 등 대구지역 기관장을 비롯해 기업인이 동참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1억여원을 모금해 취약계층을 위한 생계, 의료, 교육지원사업을 펼쳤다.

또 대구지역 케이블방송과 공동으로 2013년부터 ‘청소년에게 희망을, 희망나눔 1m 1원 자선걷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걷기를 통해 운동도 하고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생긴 성금은 전액 청소년 학습비, 교육비 지원사업에 활용된다.

청소년적십자(RCY) 단원 확충에도 열정을 쏟았다. 취임 후 45개 학교 2천759명의 학생이 새로 RCY에 가입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인성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외에도 기업, 기관, 단체와의 사회공헌협약을 지속적으로 늘려 취임 초 24개 기관에서 48개 기관으로 확대시켰으며, 국제적십자가 간 교류도 늘렸다.

이런 헌신적 노력으로 남 회장은 지난해 적십자 회원으로서 최고 명예인 회원유공장을 수상했다. 그의 개인 기부만 해도 8천만원에 이른다.

남 회장은 행사에 얼굴만 내미는 형식적인 봉사활동을 지양했다. 빡빡한 일정임에도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김장김치 담그기, 연탄배달, 무료급식 활동 등을 했다. 2010년 대구시 북구 노곡동에 물난리가 났을 땐 20일간 직원, 봉사자와 함께 현장에 머무르며 수해복구활동을 전개했다.

남 회장은 재임기간 각종 사업을 펼치면서 직원과 자원봉사자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적십자 자원봉사자는 정말 보이지 않는 데서 빛을 밝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땀방울에 대한 보답을 원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봉사 그 자체를 생활로 여기는 분들이에요. 그들의 수고와 헌신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요. 또 적십자 직원도 많지 않은 봉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와 직원과 6년간 함께 한 시간이 그리울 겁니다. 제가 무탈하게 퇴임할 수 있는 것도 다 그들의 덕분입니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적십자가 원래 목적인 인도주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이념, 종교, 인종, 정파를 극복하고 독립적이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함으로써 국민에게 여러 관변단체 가운데 하나로 보일 때 가장 섭섭했다고 했다. 대북사업 및 이산가족을 위한 사업에도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밝혔다.

“적십자의 본산 스위스에선 정부가 지원만 하지 사업에 일일이 간섭하고 따지지 않습니다. 우린 국정감사 대상 기관이지요. 그게 차이입니다.”

남 회장은 9일 오전 11시 대구 라온제나호텔에서의 이임식을 끝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그는 이날 적십자 광무장을 수상할 예정이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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