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영남권 신국제공항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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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27   |  발행일 2016-05-27 제22면   |  수정 2016-05-27
[경제와 세상] 영남권 신국제공항에 관해
이효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전 영남대 총장

영남권 신공항 유치에 사활
지역간 갈등은 또다시 격화
제2의 관문공항 건설 명심
국가의 미래 위한 시각으로
정치 아닌 경제논리 적용을

영남권 신국제공항 유치를 둘러싸고 또 지역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나는 1989년 영남일보 복간기념 학술대회에서 최초로 영남권 국제공항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그 후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이를 강조해왔다. 당시 국가균형발전의 주요전략으로서 구미, 대구, 포항, 경주, 울산, 부산, 마산, 창원을 방사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원형의 중심인 밀양에 제2관문공항을 건설하면 세계적인 메가시티 리전(megacity region)을 건설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2006년에 국토해양부에서 신국제공항 타당성 검토를 시작했고,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신국제공항 건설을 공약하면서 영남권 신국제공항건설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당시 수도권과 중앙정부는 신국제공항 건설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영남권이 지혜와 힘을 모아 이들을 이해, 설득시키는 데 힘써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산을 중심으로 김해공항 대체공항논리와 가덕도 입지주장이 제기되고 신국제공항 유치가 지방선거이슈로 등장하면서,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영남권 내부에서 지자체 간 큰 갈등이 일어났다. 내부분열을 겪는 과정에 2011년 국토부는 환경문제, 경제성 미흡 문제 등을 들어 신국제공항건설 백지화를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공약을 하고 2015년 국토교통부가 신국제공항 타당성 조사용역을 발주하면서 다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런데 또 영남권지역 내부갈등이 심화되면서 위기를 초래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왜, 그리고 어떤 수준의 공항을 필요로 하는가. 우리는 제2관문공항을 필요로 하고, 신공항이 세계적인 메가시티 리전을 건설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입지를 선정함으로써 국가경제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김해공항과 같은 한 지역 공항의 예상되는 포화상태를 해결하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메가시티 리전은 행정적으로 분리돼 있지만 경제 문화적으로 통합된 인구 1천만 이상 규모의 거대도시집단을 말한다. 현재 글로벌 마켓에서 세계적인 인재와 세계적 기업들이 국가가 아니라 세계적인 메가시티 리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로부터 우수인재와 경쟁력 있는 기업을 불러들이려면 메가시티 리전이 필요하고 메가시티 리전 건설은 단순히 지역균형발전 차원을 넘어 국가의 핵심경쟁전략으로 되고 있다.

인구 지리적 요소를 고려하면 한국에서 메가시티 리전을 형성할 수 있는 곳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영남권이 유일하다. 세계적인 메가시티 리전이 되기 위해서는 인적 물적 자원이 세계 각국의 메가시티 리전으로 흐를 수 있어야 하므로, 세계거점공항과 연결될 수 있고 대형화물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는 관문공항이 있어야 한다. 영남권 주요 산업 및 문화도시들이 1시간 이내 거리에 원형으로 포진하고 있어 그 중심에 제2관문공항을 건설하면 이 지역이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메가시티 리전을 건설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영남권 메가시티 리전 건설은 수도권 경제를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부터 인적 물적 자원을 끌어들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지역을 만들어 창조산업을 일으키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전략이므로 국가경쟁력 확보전략이다. 메가시티리전이 형성되면 부산은 창조산업과 좋은 일자리창출기회가 확대되고 더 많은 관광객들을 맡게 될 것이다. 부산시민과 부산지도자들은 어떤 선택이 진정으로 부산발전과 부산시민을 위하는 길인가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제2관문공항이 되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충족하고 네트워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공항은 대도시, 주요산업단지, 문화관광지역을 최적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여객수요와 화물수요를 극대화할 수 있고, 그렇게 돼야 여객기 및 화물기 운항노선을 세계 곳곳으로 다양화할 수 있다. 한 국가의 제2관문공항 건설은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추진되어야 하고, 지역발전 차원을 넘어 메가시티 리전 건설과 같은 국가미래비전 차원에서 건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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