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 달고 살면 뇌에도 염증…나이들어 치매 부른다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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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0  |  수정 2016-05-10 07:57  |  발행일 2016-05-10 제20면
경희대병원 노인 환자 연구 결과
후각소실 땐 100% 경도인지장애
비염 초기부터 적극적 치료 해야
하루 30분 햇볕 쬐면 예방에 도움
비염 달고 살면 뇌에도 염증…나이들어 치매 부른다
비염을 달고 사는 노인에게 경도인지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국내외에서 꾸준히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대구의 한 노인병원에서 치매 환자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영남일보 DB>
비염 달고 살면 뇌에도 염증…나이들어 치매 부른다

요즘 가장 흔한 알레르기 질환은 무엇일까. 바로 알레르기 비염이다. 최근 몇 년간 시중에 가장 많이 나온 치료제가 비염질환과 관련된 것일 정도다. 특히 환절기에는 비염으로 고생하는 중장년층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비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나이가 들어 치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중생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노인 비염 환자를 대상으로 경도인지장애(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 특히 기억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와 비염의 연관관계에 대해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4년 1월1일부터 1년간 비염 증세로 경희대병원에 내원한 65세 이상 환자 44명(남성 16명, 여성 28명)을 알레르기 유무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눠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치매 검사와 함께 과거 병력, 약물 복용력, 후각 기능 검사, 비점막 내시경 검사를 진행했다. 이 중 치매검사를 통한 경도인지장애의 비율은 비염이 있는 그룹에서 70%로 나타났고, 비염이 없는 그룹이 52%로 조사되면서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군에서 경도인지장애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비염으로 인해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후각소실(또는 후각감퇴)을 보이는 환자에게서도 인지장애 비율이 매우 높게 관찰됐다.

모든 후각소실 환자에게서 경도인지장애가 나타났고, 일부 후각감퇴를 보이는 환자는 절반이 넘는 59%가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들은 평소 당뇨 등 각종 만성질환에 따른 약들을 복용하고 있고, 콧속 비점막도 일반 성인과 다른 양상을 보여 알레르기 비염에 매우 취약하다. 노인들이 좀 더 적극적인 비염 치료를 한다면 치매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지 않고 오래 두면,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경희대병원에 따르면 비염 증세가 악화돼 수술을 받은 6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 수술을 받은 뒤 건망증까지 호전됐다. 비염과 치매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조 교수는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뇌 기능에 문제가 되고, 치매까지 유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와 기도 같은 호흡기에 알레르기로 인한 염증이 생기면 뇌에도 염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최근 스웨덴 연구팀이 호흡기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실험용 쥐에 코를 통해 주입했더니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쥐의 경우 기도에서 염증이 생긴 것은 물론, 뇌의 광범위한 부위에서도 염증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와 두정엽에서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이 늘어났다. 비염의 증세가 가볍더라도 나이 들어 치매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되도록 초기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다수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의 견해다.

감기 때문에 생기는 비염과 달리 알레르기 비염은 기침은 없고, 재채기와 콧물이 나오는 증상이 가볍게 나타나지만, 오랫동안 반복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문제는 증세가 해마다 반복되고 뇌에 미치는 영향이 평생 누적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증세가 가볍더라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만일 콧물·코막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치매와 건망증도 확연히 다르다. 건망증은 노화로 인한 기억장애를 뜻한다. 대개 저장된 정보를 되짚어보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서 생길 수 있다. 또 뇌에 저장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현재 진행하는 일을 잠시 놓칠 수도 있다. 반면 치매는 측두엽이 제 기능을 못해 정보 저장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질병이다. 건망증과 치매는 증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노화에 따른 건망증은 대체 힌트를 얻으면 잊어버린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노화로 인한 치매는 정보 자체가 뇌에 등록되지 않아서 조금 전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최근 들어 의학계에서 이슈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비타민D 결핍이다. 워낙 사무직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야외활동이 줄어든 것에서 생겨난 증상이다. 소위 햇볕을 많이 받지 못해 생기는 비타민D 결핍은 인지장애와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너무 밀폐된 장소에 오래 있지 말고 하루에 30분 이상은 야외에 나가 햇볕을 쬐는 것이 비염과 더불어 치매 예방에도 좋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도 좋겠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 도움말=한국건강관리협회 경북(대구북부)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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