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락의 풍수로 본 명당] 서울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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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9   |  발행일 2016-04-29 제43면   |  수정 2016-04-29
[박재락의 풍수로 본 명당] 서울 은평역사한옥박물관 입지

박물관은 한 지역의 역사를 공간 속에 담고 있는 곳이다. 더구나 개발이란 명분하에 사라져 갈 수밖에 없는 공간의 흔적을 간직한 지역 박물관이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2005년부터 은평뉴타운 개발을 진행하면서 이곳에서 발굴된 다양한 인문·역사·유물과 우리의 전통주거 공간인 한옥 관련 문화콘텐츠를 보존·전시·체험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지역의 박물관은 그곳의 자연 환경과 어울릴 수 있는 곳에 터를 이룰 때 생명력이 강해진다. 즉 생명력이란 땅의 기를 받는 입지공간이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의 조건을 갖춘 곳일 때 가능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의 입지는 과연 어떠한지 분석해 본다.

지세는 북한산에서 뻗어내린 용맥이 용출봉을 세운 뒤 좌선지맥을 이루어 문수봉-비봉-향로봉으로 이어져 현무봉을 이룬 곳을 의지하고 있다. 이러한 용맥은 살아 움직이듯 뻗어와 머문 것으로, 북한산의 역량을 제대로 받고 있는 입지를 의미한다. 북한산은 할아버지 산이고, 향로봉은 아버지 산이고, 이곳에서 뻗어내린 현무봉은 손자의 산이다. 이러한 터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귀여워하듯, 좋은 기를 전해주는 곳이다. 그리고 손자가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좌향을 이룰 때, 지기의 역량을 강하게 전달받는 형국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좌향을 하고 있는 것은 박물관의 입지가 지속적으로 자리할 수 있는 역량의 터가 된다.

득수는 주산에서 발원한 계류수가 물길을 이루어 가까이서 흐르고 있어야 한다. 이곳은 향로봉에서 발원한 진관천이 한옥마을을 감싸듯이 환포하는 수세이며 마을이 끝나는 곳에서 창릉천과 합수하고 있다. 합수처는 지맥이 더 이상 뻗어나가지 않고 머물 수 있게 한다. 산과 물이 만나는 공간은 음양의 조화를 이룬 곳이므로, 생기를 생성하게 된다. 생기는 입지공간이 친환경생태공간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박물관은 산과 물이 서로 조화를 이룬 공간에 자리하여 생기를 받는 곳이므로, 주변공간이 훼손되지 않도록 자연환경을 잘 보전해야 한다. 한번 훼손된 공간은 좋은 기가 머물 수 없는 흉당으로 변할 빌미를 주기 때문이다.

건물의 형체는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천기를 받을 수 있다. 천기는 해와 달이 발산하는 에너지를 말하는데, 건물이 목형·금형·토형체를 이룰 때 좋은 기가 머물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은 구성원들과 방문객에게 항상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건물 안에는 지기와 천기, 그리고 인기가 서로 공존하는 공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잘 지어진 건물이라도 사람이 머물지 않는다면 오래가지 못하고 흉물로 남게 된다. 이것은 건물 내에 온기가 생성되지 않는 공간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사람, 주변에 많은 이들이 가까이 머물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입지와 형태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기가 머물게 된다.

박물관 전면에는 한옥마을이 자리하고 있으며, 좌우로는 현대식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와 전통 주거공간이 공존하고 있는 것은 조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박물관 터와 마주하는 공간에 고층의 상가 한옥이 앞을 막은 채 좌우측으로 현대식 상가건물이 버티고 있는 것은 주객이 바뀐 것을 뜻한다. 박물관의 상징성이 퇴색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공간 배치는 박물관의 터에서 분출되는 지기를 흩어지게 하는 것이 된다. 계속해서 난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흉물로 변할 수도 있다. 아무리 명당 터라도 주와 객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지 않은 공간은 지속적일 수 없다.

좋은 터는 천기와 지기, 그리고 인기가 어울려진 공간이므로 생기가 충만한 곳이다. 하지만 난개발은 생기를 흩어지게 하고 좋은 기를 오래도록 분출할 수 없게 만든다. 결국 이러한 공간은 사람의 발길이 뜸하게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시대만이 만족할 수 있는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국풍환경설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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