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샘의 밑줄 쫙] 연극이 끝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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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9   |  발행일 2016-04-29 제43면   |  수정 20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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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던 드라마가 끝이 났습니다. 방영 기간 숱한 화제를 뿌리며 많은 가정에 행복을 주기도 하고 불화를 조장하기도 했다는군요. 매주 수·목요일 ‘남편들의 행동 지침’이란 것도 있었죠. ‘일단 일찍 귀가를 해서 짧은 시간 내에 저녁을 먹고 드라마가 시작되면 절대 이동하면 안 되고 화면을 가리는 행위는 더더욱 해서는 안 된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아내에게 말을 거는 행위는 가장 삼가야 할 일. 드라마가 끝이 나더라도 다음날 아침까지는 아내 앞에 나타난다거나 말을 걸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드라마 속 행복한 장면을 상상하며 아내가 편히 잠자리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등이 있었죠.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들의 얘기는 군대 얘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군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여성들이 군대에 대한 로망이 생길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 그 드라마가 이제는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남편들의 행동이 좀 자유로워질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아내들은 이럴 때 아주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매주 수·목요일을 가득 채워주던 그 행복감을 이제는 어디서 채울 수 있겠습니까. 또 다른 드라마가 생겨 그 헛헛함을 대신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에는 적어도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족관계, 러브라인, 출생의 비밀 등 한 드라마에 빠지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우리 남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들만큼이나 남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던 국회의원 선거가 끝이 났습니다. 결과가 어찌됐든 그동안 이런저런 술자리나 모임에서 가장 핫한 메뉴가 바로 선거 관련 얘기였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무엇으로 대신할지 참으로 허전합니다.

‘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의 가사를 보면 “관객은 열띤 연기를 보고 때론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무대와 객석에서 뿜어져 나오던 열기들이 공연이 끝나고 나면 그저 정적과 고독만이 남아있다는 이 노래의 가사처럼 무언가 큰 관심사가 사라지고 나면 허탈함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2002 월드컵이 끝났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동안 관객의 입장에서 열광했다면 이제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유 대위나 서 상사도, 금배지를 달게 된 분들도 모두 우리가 만들어준 주인공이 아닙니까. 우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말입니다.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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