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미의 브랜드스토리] 안나 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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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9   |  발행일 2016-04-29 제36면   |  수정 2016-04-29
소녀의 환상, 패션으로 태어나다
[장현미의 브랜드스토리] 안나 수이

4세 때 “디자이너 되겠다” 야무진 꿈
자투리천으로 옷 만들어 인형 스타일링
같은 옷 두 번 안 입으려 자기 옷 리폼

뮤즈 바비…보라색·장미·나비 모티브
스크랩북 ‘지니어스 파일’ 영감 원천
"내 패션쇼는 록콘서트” 판타지 선사

보라색, 장미, 검정 레이스, 나비.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단어만으로도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을 것이다. 바로 ‘안나 수이(ANNA SUI)’다.

보라색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이미지와 ‘독특함’ ‘우울함’ ‘괴짜’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있는 컬러다. 그러나 안나 수이는 이 컬러를 장미, 나비, 레이스 등의 모티브를 함께 사용하여 특유의 신비한 소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컬러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독특한 안나 수이만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어떤 것에 관심이 생기면 그것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것에 관심을 가지며 탐구해 나가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고 말하는 그녀의 컬렉션은 에스닉하고 빈티지한 느낌을 로맨틱하게 풀어내면서도 현대적이다. 그녀가 이렇게 훌륭한 디자이너가 된 것은 꿈을 소중히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955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출생한 안나 수이는 유년시절부터 패션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인형 스타일링을 즐기고, 자투리 천으로 인형의 옷과 소품을 만들며 놀던 이 소녀는 네 살 무렵 이미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학창시절에는 1년에 같은 옷을 두 번 입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자신의 옷을 만들거나 리폼하여 교내 베스트 드레서로 뽑히기도 했다. 안나 수이는 잡지 스크랩을 통해 패션에 대한 감각을 익혀 나갔는데, 이때 만든 자료집은 ‘지니어스 파일(genius files)’로 불리며 현재까지도 그녀의 영감의 원천으로 작업에 사용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디자이너를 꿈꾸어 왔지만 어떻게 하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안나 수이는 어느 날 한 잡지의 기사를 보고 해답을 얻게 되었다. 내용은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두 여성이 파리에 부티크를 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그녀는 1972년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진학하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오랜 친구이자 조력자인 스티븐 마이젤(Steven Meisel)을 만나게 된다. 파슨스 졸업 후 안나 수이는 스티브 마이젤과 함께 몇 개의 회사를 거치며 스포츠웨어, 수영복, 니트에 이르는 다양한 디자인을 경험했다.

[장현미의 브랜드스토리] 안나 수이

1981년 부티크 쇼를 통해 여섯 벌의 옷을 발표했다. 그 옷들은 발표 직후 미국의 유명 백화점인 메이시스(macy’s)에서 주문을 받게 되었고, 그것이 ‘뉴욕타임스’에 실리면서 용기를 얻은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의 한 코너를 빌려 시작했다. 메이시스와 블루밍데일 등을 통해 그녀의 디자인을 판매하였다.

자신의 단독 런웨이 컬렉션에 대한 갈망은 있었지만 용기가 없었던 그녀는 1990년 가을, 장 폴 고티에의 쇼를 보러가던 중 마돈나를 픽업하기 위해 들른 호텔에서 마돈나가 자신에게 전달된 수많은 최상급의 옷 중에서 자신의 검정색 베이비 돌 드레스를 선택하여 입은 것을 보고 자신만의 런웨이 컬렉션을 개최할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바로 컬렉션 준비에 돌입한 안나 수이는 1991년 뉴욕 컬렉션에서 첫 번째 런웨이 쇼를 선보였고, 그 다음해에는 소호의 그린 스트리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성장해 나갔다.

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보라색 내벽에 빅토리아 시대 스타일의 가구, 종이 반죽으로 만든 인형 머리와 로큰롤 포스터로 장식한 벽 등 안나 수이 매장의 모델로 자리 잡아 그녀의 확고한 스타일을 알리는 데 보탬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패션쇼를 ‘록 콘서트’라 부르며 패션쇼를 보러온 사람들에게 판타지를 제공한다. 특히 런웨이 사운드 트랙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매 시즌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는 쇼 음악이기도 하다. 1992년에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수여하는 페리 엘리스 뉴 탤런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나 수이의 뮤즈는 바비 인형이다. 전설 속의 공주, 장미와 나비 모티프, 이국적이며 에스닉한 프린트 패턴 등의 오브제를 사용함으로써 그녀의 패션을 더욱 낭만적이고 환상으로 만들어 준다. 유럽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그녀는 런던 스타일, 특히 웨스트엔드 중심가의 번화한 카나비 스트리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이것은 컬러와 패턴, 텍스처와 소재가 복잡하게 뒤섞인 스타일로 표현되었다.

안나 수이의 특이성은 의상을 서로 매치시키고 조화롭게 엮어내는 절충적 방식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한 패션지의 창간인은 그녀의 디자인을 1960년대 항구도시 포토벨로로 대표되는 교외풍의 감성과 다운타운의 로커, 비보이들의 음악과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하나의 혼성모방이라고도 하였다.

1990년대 후반 안나 수이는 일본으로 진출하여 새로운 팬 층을 확보하였다. 그와 함께 향수, 코스메틱, 슈즈, 액세서리 라인 등을 론칭하며 사업 분야를 확장해 나갔다.

코스메틱과 향수의 경우 패키지로 인해 더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녀가 좋아하는 보라색과 검정색을 기반으로 하여 장미와 나비 모티브로 장식된 패키지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수집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소녀적 낭만을 살린 패키지와는 달리 선뜻 쓸 수 없을 것만 같은 보라, 청록, 오렌지와 같은 과감한 색의 제품을 제시하며 기존의 화장품 브랜드와는 다른 차별성을 부여하였다.

현재 안나 수이는 8개 국가에서 50개 이상의 부티크를 오픈하고 30여개 국가의 300개 매장에서 자신의 컬렉션을 판매하고 있다. 에스닉과 빈티지, 로맨틱과 판타지의 감성을 현재적 아름다움으로 풀어낼 줄 아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을 향한 끊임없는 탐색으로 언제나 시대를 앞서가는 그녀는 진정한 트렌드 세터가 아닐까.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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