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샘의 밑줄 쫙] 금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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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15   |  발행일 2016-04-15 제43면   |  수정 2016-04-19
20160415

여러분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무얼 하십니까. 대부분 “물을 마십니다” “운동을 합니다” 등의 답을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눈을 떠야죠”라고 하면 사람들이 웃곤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 몸은 당분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달콤한 빵을 먹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당분을 섭취해야 식욕도 생기고 정신도 맑아지는데, 그러다 보니 집에 쌀이 떨어져서 밥을 못하는 건 상관없는데 달콤한 빵이 떨어지면 제가 싫어한다는 걸 아내도 잘 알고 있습니다. 10년 정도 그렇게 생활하다 하루는 이렇게 아침마다 빵을 먹는 게 몸에 좋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 날부터 빵 대신에 사과를 먹게 됐습니다. 사과의 달달한 맛이 제 몸이 원하는 당분을 충족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더군요. 그래서 아침에 눈 뜨면 물 한 컵을 마시고 사과 한 개를 먹으면서 정신을 차리고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1년 중 집에서 잠을 자지 않는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다보니 3년 정도가 지난 뒤 어느 날 제 스스로가 느끼게 되더군요. 여름, 겨울 가리지 않고 감기에 자주 걸리던 제가 어느 순간부터 감기를 잊고 살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침 사과는 ‘금사과’라는 말이 있죠. 아침에 먹는 사과는 소화를 촉진시켜주고 변비에도 효과가 있고 여러가지로 좋다고 하지만, 그저 당분을 섭취하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었는데 제 몸에는 아주 좋은 습관이 된 듯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습관에 길들어져 살고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저런 습관이 생기지만, 그중 대부분의 습관은 자신도 모르는 것이죠. 나도 모르는 이런 습관이 내 생각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아십니까.

밥 먹을 때 항상 김치가 반찬으로 있었는데 어느 날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든지, 키 크고 싱거운 소리를 잘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다 보면 키 큰 사람만 보면 저 사람도 싱거운 시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좋은 습관, 나쁜 습관도 아닌 아무 의미 없는 습관이 쌓여서 내가 어떤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가족 누군가에게 내가 어떤 습관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지 한번 지켜봐 달라고 부탁해보세요. 3일 정도면 당신이 신발을 신을 때 항상 오른발부터 신고, 바지를 입을 때는 항상 왼발부터 입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아무 의미 없이 반복하고 있는 습관이 있다면 과감하게 바꾸세요. 나도 모르게 형성된 내 습관이 금사과가 될 수도 있고 독사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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