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 근대문화골목 맛 10選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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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08   |  발행일 2016-04-08 제39면   |  수정 2016-04-08
‘100년 전 美路’에서 만난 ‘味路’…골목여행의 또다른 즐거움!

골목이 요즘 ‘근대문화자산’으로 귀중한 대접을 받고 있다. 대구만큼 골목이 많은 도시도 드물다. 중구는 대구역사의 심장부다. 대구역사는 곧 중구의 역사, 그 역사의 출발선도 골목이다. 근대문화골목에 오면 대구의 과거·현재·미래가 있다. 골목마다 감춰진 콘텐츠를 관광문화상품으로 개발한 게 바로 ‘근대문화골목투어’다. 세대 간 이해와 소통 그리고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산책길이다. 골목도 갈수록 맛있어지고 있다. 골목푸드가 구름처럼 생겨난 때문이다. 근대문화골목은 2012년 한국 관광의 별, 한국관광 100선에 3년 연속 선정됐다. 골목투어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관광지다. ‘오빠생각’의 작곡자인 박태준의 동요 ‘동무생각’ 가사에 나오는 청라언덕, 3·1운동 만세길, 계산성당, 일제 강점기 침통한 정서에 빠진 민족의 마음을 시적 언어로 표현한 시인 이상화의 고택과 시,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국권 회복을 꿈꾼 민족운동가 서상돈의 고택, 일제 때 부자골목으로 불렸던 종로의 진골목도 옛날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임진왜란 때 귀화한 명나라 장군 겸 명 풍수지리가였던 두사충이 살았던 뽕나무 골목, 한양 가는 과거길로 유명한 영남대로, 1658년 조선 효종 9년 때 개장된 358년 역사의 약령시장 등도 만날 수 있다. 숱한 골목마다 대구향토사가 물씬 풍겨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그 골목 언저리마다 여러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 대구만의 향토음식이 수북하게 포진해 있다. 군것질거리는 물론 술안주, 간식거리 등이 입맛을 즐겁게 만든다.


추억의 간식이 그리울 땐 단팥빵
천연발효종에 다양한 고물 눈길

약령시 특색 살린 한약재 삼계탕
국물 없이 간장에 비벼먹는 우동
대구 고향인 복어불고기도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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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골목단팥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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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골목단팥빵
(약전골목 입구 중앙파출소 건너·070-4299-1883)

단팥빵은 추억으로 먹는 우리들의 대표적인 간식거리다. 이름만 들어도 달콤함이 떠오른다. 속이 꽉 차있는 팥앙금만큼이나 같이 먹는 사람끼리의 마음도 꽉 채워주는 기분이다. 이 집 단팥빵은 천연발효종이 들어가서 그런지 이스트로 만든 빵보다는 맛과 향이 살아 있다. 빵은 촉촉하고 쫄깃하다. 팥고물은 적당히 단 듯하다. 빵과의 비율도 적당하다. 주말이면 줄을 서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어린 시절 먹었던 단팥빵부터 다양한 고물이 들어가는 크림치즈·녹차·생크림단팥빵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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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타케제면소

2 카마타케제면소(약전골목 입구 중앙파출소 건너·053-257-2165)

우동 면발이 유달리 부드러우면서 탱글하다. 삶은 면발은 살짝 황금색이 나기도 한다. 수타·족타를 섞어 반죽하여 냉장고에서 24시간 숙성시킨다. 기온·습도까지 고려해 기계로 뽑는다. 차지기도 하다. 가마아게 우동은 15분쯤 삶아낸 면을 건져 진한 쓰유(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다. 우동 국물은 없다. 치쿠타마겐 붓카케우동은 차게 식힌 면에 어묵튀김, 노른자가 그대로 있는 반숙계란튀김, 파, 무즙 등과 함께 간장 소스에 비벼 먹는다. 면발이 놀라울 정도로 탱탱하다. 단맛이 살짝 돈다. 차갑게 먹는 우동, 국물과 함께 따뜻하게 먹는 우동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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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전칼국수

3 다전칼국수(약전골목 옛 종로호텔 방면 동아쇼핑 별관 주차장 맞은편·053-256-7722)

투박한 면발의 칼국수. 직접 반죽하고 숙성시켜 치대기를 여러 번, 얇게 밀고 칼로 썰어 다른 집 면보다는 넓고 울퉁불퉁하다. 면발에는 적당한 탱탱함이 있다. 국물은 담백하면서 감칠맛을 더해 뜨겁지도 차지도 않는 체온 정도의 온기가 있어 먹기에 편하다. 국물에 깊이가 있다. 적당히 기분 좋은 짭짤함이 여운을 준다. 이 집 국수 맛의 절정은 김치겉절이. 숙성된 양념에 절여 놓은 배추를 즉석에서 버무려 낸다. 먹는 내내 젓가락이 간다. 중독되는 맛이다. 알록달록 7가지 나물로 비벼 먹는 비빔밥도 인기메뉴. 매주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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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식당

4 가창식당(현대백화점 옆 골목 염매시장 내·053-255-0516)

야들야들하고 적당히 비계가 있는 돼지 수육. 대구지역에서는 경조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메뉴다. 여기는 테이블이 고작 4개밖에 없다. 시장 분위기의 식당이다. 삼겹살과 사태고기만 낸다. 촉촉하고 부드럽다. 도톰하게, 어슷하게 썬다. 윤기까지 난다. 삶은 채 덩어리로 두었다가 손님상에 낼 때 썬다. 촉촉하게 보관이 잘 되어 식어도 맛이 있다. 새우젓에 살짝 묻혀 그대로 먹어도 좋고, 상추에 새우젓 살짝 묻히고 마늘 한 조각, 양파 한 조각을 얹어 쌈 싸 먹어도 맛있다. 매월 첫째·셋째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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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식당

5 찔레꽃식당(현대백화점 뒤편 수협 옆·053-421-7725)

평양냉면의 면은 메밀이 많이 들어갔다. 함흥냉면의 면은 전분으로만 만든다. 이 집은 평양·함흥냉면의 면을 구분하여 직접 면을 뽑는다. 면발이 구수할 정도로 메밀을 많이 넣는 평양냉면과 쫀득하면서 질깃질깃한 고구마 전분의 함흥냉면은 맛이 제대로다. 처음에는 맛이 밋밋하다. 적은 양이 아니지만 먹을수록 중독성이 있다. 금세 한 그릇이 비워진다. 인공 조미료 없이 자연에 있는 재료로 맛을 낸다는 증거다. 평양냉면의 맛은 이가 시릴 정도의 사골·사태로 우려낸 육수라고 하지만 이 집은 과일·채소로 묵직할 정도로 우려낸 맛국물을 쓴다. 들척지근하지 않고 상큼한 맛이다. 각종 과일을 갈아넣고 고추장, 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3일간 숙성시켜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함흥냉면. 마냥 맵지만은 않고 칼칼한 맛이다. 제법 수북한 한방약재로 맛을 내는 한우 갈비탕도 찾는 사람이 많다. 매주 첫째·셋째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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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에뜨라

6 삐에뜨라(약령길 45·053-742-4819)

근대골목 약령시장 중간에 있는 이 집은 골목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탈리아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감각 있는 오너셰프와 함께하는 자그마하지만 차분하면서 여유로움이 있는 곳이다. 피자는 고유의 맛에 치중하기 위해 화려한 토핑은 하지 않는다. 크러스트는 반드시 손 반죽을 하고 72시간 정도는 잠을 재운다. 테두리가 두툼하게 부풀어 오르고 겉은 탄 듯하지만 속은 쫄깃하고 고소한 맛의 ‘고르니초네’라는 나폴리 피자 맛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탄력도 있다. 종이처럼 쉽게 접히기까지 한다. 파스타는 향긋한 허브와 짭조름한 그린올리브의 깔끔하면서 먹을수록 당기는 슴슴한 맛이 매력이다. 매주 월요일 휴무, 브레이크 타임은 오후 3시~5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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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전삼계탕

7 약전삼계탕(달구벌대로 415길56·053-253-2473)

삼계탕은 한약재와 들깻가루, 땅콩가루, 가루마늘 등을 넣어 우려 낸 국물로 맛을 낸다. 1시간 정도 불린 찹쌀과 통마늘, 밤, 대추, 그리고 닭 한 마리에 수삼 한 뿌리 비율로 준비해둔다. 국물이 맑고 닭 특유의 냄새가 전혀 없다. 국물 맛이 담백하고 시원하다. 고기는 퍽퍽하지 않고 쫄깃한 듯 부드러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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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홍합밥

8 서영홍합밥(매일신문사 주차장 입구 우측 골목·053-253-1199)

멥쌀·찹쌀에 제법 알이 실한 홍합을 넣은 뒤 버섯을 올리고 갖은 채소로 우려낸 국물로 홍합 밥을 만든다. 갓 지은 밥에 부추를 잘게 썰고 김가루를 뿌려 청양고추를 넣은 양념장으로 쓱쓱 비벼 먹는다.

먹는 내내 밥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밥알이 깨어지지 않는다. 간혹 씹히는 오렌지 빛깔 홍합. 그 낯선 쫄깃함이 식감을 즐겁게 한다. 묽게 푼 된장으로 끓인 우거짓국과 꼭 곁들여야 제격이다. 매주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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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금 예전칼국수

9 다금 예전칼국수(국채보상로 102길 5-35·053-255-1515)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이 집엔 특별한 영양 칼국수가 있다. 들깨, 호두, 땅콩 등의 견과류와 고운 찹쌀가루가 들어가 부드럽다. 콩국수같이 고소하다. 뒷맛은 시원하고 깔끔하다. 멸치와 10여 가지 재료로 묵직한 육수를 낸다. 다소 굵고 부드러운 면발에 갓 버무린 빨갛고 매콤한 김치를 얹고 국물과 함께 먹으면 금세 국수 한 그릇이 비워진다. 이에 박힐 정도로 쫀득한 찹쌀수제비도 인기 메뉴다. 이 집의 별미인 명태찜은 북어보다는 꾸덕꾸덕하게 반건조한 코다리를 먼저 구워 매콤한 양념으로 조린다. 부드러운 속살에 칼칼한 양념이 제법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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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복어

10 거창복어(매일신문사 건너 골목·053-253-6699)

대구가 고향인 화끈한 맛의 복어 불고기. 매콤한 양념과 넉넉한 콩나물을 곁들여 빨갛게 볶아낸다. 매콤달콤한 양념이 촉촉이 밴 복어 살과 콩나물을 곁들여 술 한잔 하거나 양껏 먹고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다. 부드러우면서 중독성이 있지만 얼얼할 정도의 매운맛은 아니다. 뒷맛의 달콤함까지 있는 적당한 매운맛이다. 아삭함이 살아 있는 오동통한 콩나물과 복어 살이 입안에서 색다른 맛을 만들어 낸다. 복어껍질무침부터 복만두·복튀김·코다리찜·복탕으로 마무리하는 코스메뉴도 인기.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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