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샘의 밑줄 쫙] 내 친구 대구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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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01   |  발행일 2016-04-01 제43면   |  수정 2016-04-19
20160401

제 친구 중에 ‘대구’라는 녀석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평소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고 늘 한결 같은 친구입니다. 어린 시절에 친구 집이 어려울 때 스스로 나서서 그 친구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도 벌일 정도로 나보다는 남을 위한 생각이 더 큰 친구입니다.

지금은 중년의 나이가 되었지만 남들처럼 번듯한 아파트도 없고 오래된 자동차에 수수한 옷차림을 좋아하는 그런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식당을 가도 늘 가던 곳만 갑니다. 특별히 그 음식을 좋아해서만은 아니고 그냥 간답니다. 혼자만 가는 게 아니고 주변 지인들과 밥을 먹을 때도 특별히 누군가가 다른 곳을 고집하지 않으면 항상 그곳에서 음식을 먹습니다.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손님이겠습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친절하게 맞고 갈 때마다 여러가지 서비스로 감사의 뜻을 표하곤 했는데, 언젠가 갑자기 그 식당 주인이 이 친구를 아주 섭섭하게 했나 봅니다. 그래서 친구는 잠시 동안 다른 식당을 이용하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다시 그 식당을 찾고 있었습니다. 친구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길가다 그 집 사장님을 만났는데 나한테 미안하다면서 ‘앞으로 더 잘 해 드릴게’ 카더라. 그라고 그 집 요새 장사가 잘 안 돼서 마이 힘들다 카더라. 내가 1, 2년 단골도 아니고 어려울 때 도와 줘야지. 우리가 남이가”라고 답을 하더군요.

그 뒤로 대구는 더욱 충성스러운 그 식당의 단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식당이 장사가 잘 되면서 주인이 돈을 많이 벌었는지 손님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도 바뀌고 오래된 단골에게도 혼자 오면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생기더랍니다. 평생을 남의 입장만 생각하고 남을 배려할 줄만 알았던 내 친구 대구는 또 한번 가슴의 상처를 받고 말았죠.

대구에서 태어나고 대구에서 자라고 지금껏 한 번도 주소지를 옮긴 적 없이 대구에서 살고 있는 대구 사람으로서 정치권에서 요즘 대구를 너무 무시하고 대구 사람을 아무렇게나 대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징징대야 젖을 주고 화를 내야 무서워하는 건가요?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항상 곁에 있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입니다. 늘 곁에 있으니까 그 친구의 소중함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당연히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요.

대구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합니다. 하지만 한번 변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 더욱 어려운 사람들이 바로 대구 사람입니다.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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