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인간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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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14   |  발행일 2016-03-14 제30면   |  수정 2016-03-14
[아침을 열며] 인간의 선택
김형곤 (법무법인 중원 구성원변호사)

이세돌과 알파고 바둑대결
진정 이세돌이 패한 것일까
인간은 기계와는 사뭇 달라
기계는 인간이 만든것이고
인간의 감정과 올바름 몰라

2년 전 한국의 어느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설문조사를 했다. 학생 및 학생들의 아버지를 대상으로 꿈이 무엇인지를 차례로 물은 뒤, 앞으로 살 날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꿈을 이루는 것’과 ‘돈 5억원’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를 물었다. 학생들은 한결같이 ‘꿈’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그 학생들의 아버지는 모두 꿈을 포기하고 ‘돈 5억원’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아버지이고 가장이니까’ ‘가족을 위해서’였다.

천재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은 결국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그 결과를 두고 인간과 기계의 싸움에서 인간이 졌다고 낙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알파고의 프로그램도 인간이 개발한 것이고 그 대결은 비록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많다고 하더라도 연산에 의한 확률 예측이 가능한 바둑에 한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위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또한 그 대결은 처음부터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간은 이세돌 한 사람으로 한정된 반면에 알파고가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의 용량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고, 원래 바둑은 감정교류가 있는 불완전한 인간 간의 게임인데 알파고와의 대결은 감정교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으니까.

일반 경제학 이론은 사람들이 대단히 이성적이고 감정과는 거리가 먼 존재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 속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그와 같은 가정과는 다르게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다. 우리가 어떤 사람과 결혼할 것인지, 오늘 누구를 만날 것인지를 단지 이성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현상은 경제적 활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리처드 탈러와 같은 행동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이론에 ‘인간’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추가해서 경제 및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은 기계와 달리 항상 최적화와 균형만을 연산하는 것은 아니니까. 사람들은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부터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의료시설인 병원이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눈물을 흘리거나 지갑을 열지는 않지만 가난한 어린 소녀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많은 돈이 들어가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보도를 접하면 함께 가슴 아파하며 비록 소액이라도 기부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실험도 인간이 컴퓨터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험 환경 속에서 어떤 범죄를 저지른 두 사람이 모두 붙잡혀 따로 심문을 받고 있다. 그들에게는 범행을 자백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 두 사람 모두 묵비권을 행사할 때는 그리 중하지 않은 죄로 1년형에 처해지고, 반대로 둘 다 자백하면 5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만약 한 사람만 자백하고 다른 사람은 묵비권을 행사할 때 자백한 사람은 곧장 풀려나지만 다른 사람은 10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협력(묵비권)과 배신(자백)의 두 가지 전략에서 게임 이론은 두 사람 모두 배신을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배신을 하는 쪽이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게임을 실행한 결과 피실험자 중 40~50%는 협력을 택했다. 왜냐하면 인간은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도 고민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승리가 과학문명의 급속한 발달에 대하여 섬뜩함을 느끼게 하고 인간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공상영화가 머지않아 우리의 현실로 닥칠 것처럼 보이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다움을 위하여, 아니면 인간을 지키기 위하여 과학문명의 급속한 발전을 포기하는 선택권을 행사하여야 하는가. 지금의 자본주의 세계경제체제에서 그런 선택권이 실제로 우리에게 있는 것인가.

만약 알파고에게 꿈과 5억원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물어보면 알파고의 대답은 어떠할까. 우리의 학생들은 아버지들의 대답을 영상으로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는데, 알파고는 그 이유를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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