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에 새겨진 나치 희생자의 자취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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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12   |  발행일 2016-03-12 제16면   |  수정 2016-03-12
쾰른에 새겨진 나치 희생자의 자취
키르스텐 세룹-빌펠트 지음/ 문봉애 옮김/살림터/248쪽/1만3천원

‘여기서 에른스트 뢰벤베르크, 요하네테 뢰벤베르크, 베르타 홀츠크네이트 거주-1941년 로취로 강제 이주 이후 실종.’

독일 쾰른의 번화가인 에렌가(街) 33번지 보도 위의 황동판에 새겨진 글이다. 쾰른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 황동판은 행위예술가 군터 뎀니히가 1992년부터 시작한 ‘걸림돌’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는 나치 정권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과 집시, 안락사 희생자, 동성애자, 저항했던 시민 등을 추모하고 있다. 후세대가 선조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일깨우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가로 세로 10㎝ 크기의 황동으로 만들어진 1천300여 개의 ‘걸림돌’은 한 인간의 삶을 간략히 나타내주고 있다. 추모를 위한 기념물은 주로 도심 밖이나 넓은 장소, 정부청사 주변, 공동묘지 등에 세워진다. 반면 이 ‘걸림돌’들은 쾰른 도심 230여 곳에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유럽 18개국에 5만3천개 이상의 걸림돌이 깔렸으며,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저자는 이 걸림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군터 뎀니히를 만난다. 그는 저자에게 “사실 쾰른에는 대략 1천500개의 걸림돌이 깔려야 하고, 유럽 전역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살았던 집 앞까지 합쳐 600만개의 걸림돌이 깔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걸림돌에 담긴 사연들을 보여주면서, 나치의 횡포로 희생된 쾰른 시민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알리고 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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