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샘의 밑줄 쫙] 숨바꼭질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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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04   |  발행일 2016-03-04 제43면   |  수정 2016-04-19
20160304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거나 드라마에서 그런 장면을 보게 되면 문득 어린 시절 생각이 나곤 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 똑같은 놀이를 반복한 것 같은데 그때는 그게 어찌 그렇게 재미가 있던지요. 친구들이 놀자고 부르기만을 기다리고 어떤 날은 내가 친구들을 부르러 가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때 즐겼던 여러 놀이 중에 가장 많이 생각나는 건 아마도 숨바꼭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좁은 동네였지만 숨을 곳은 정말 많았죠. 전봇대 뒤, 남의 집 대문 앞, 컴컴한 골목 안 가로등 밑에 숨어 있다가 술래의 움직임을 보고 후다닥 뛰어나가곤 했습니다. ‘어릴 때 숨바꼭질할 때 얼마나 꼭꼭 숨었는지 아직도 못 찾은 친구가 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숨바꼭질은 우리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숨바꼭질 놀이는 항상 엄마가 밥 먹으러 오라고 할 때라야 끝나곤 하죠. “○○야, 밥 먹어라!” 하는 엄마의 호출을 받고 하나둘씩 집으로 가다 보면 어느새 놀이는 끝나게 됩니다. 술래를 하던 아이가 말도 안 해주고 엄마를 따라가 버리면 멀리 숨어있던 아이는 그것도 모르고 하염없이 술래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숨바꼭질이라는 놀이는 아주 특별한 기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못 찾겠다, 꾀꼬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못 찾겠다, 꾀꼬리’는 술래가 숨어있는 사람을 도저히 못 찾겠다 싶을 때 외치기도 하고, 숨어있는 한 명을 찾고 난 뒤 이미 술래 할 사람이 정해졌으니 다들 나오라는 의미로 외치기도 합니다. 이 중 첫 번째 의미가 저는 참으로 특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런 기능이 없다면 외로운 술래는 언제까지나 숨어있는 친구들을 찾아다녀야 하며 숨어있는 친구들 또한 불편한 곳에 몸을 숨기고 자신의 위치를 알려줄 수도 없는 답답한 상황에서 지루한 게임을 계속해야 되지 않았을까요?

숨바꼭질 술래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재경기를 요청하는 ‘못 찾겠다, 꾀꼬리’를 우리네 인생에서도 가끔 외쳐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거나,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괴로울 때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가끔 들곤 합니다.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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