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행복한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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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3-03  |  수정 2016-03-03 07:56  |  발행일 2016-03-03 제23면
[문화산책] 행복한 연주자
허수정

가벼운 옷차림으로 서점에 갔다 만난 ‘오술차’라는 제목의 책. 오천원으로 술 마시는 곳, 그곳을 구상하고 지켜내고 있는 가게 주인장과 손님들의 이야기다. 그이는 주인이 즐거워야 손님이 즐겁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를 풀어놓는데, 이 기본적인 이야기가 나에게 와닿는 건 무슨 일일까.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쇼팽의 ‘야상곡’을 듣고 집으로 달려와 피아노 앞에 앉아 서툰 솜씨로 건반을 누르며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고, 20세기 최고의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의 음반을 듣고 ‘무정한 마음’의 ‘Catari, Catari~’를 흥얼거리며 나의 반주에 맞춰 휘파람을 불던 아빠와의 시간도 음악으로 인해 행복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음악이 업이 되고 지금은 중견 음악가로 공연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요즘 음악으로 행복한 때가 언제였나 생각해 본다.

예전에 좋아하는 일은 업으로 두지 말고 취미로 두는 것이 일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얘기한 선배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음악회를 가면 직업으로 음악을 선택하였기에 공연을 무작정 즐길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몇 날을 기다리며 기대한 콘서트에 가서도 음향과 조명이 먼저 마음에 들어오고, 연주자의 컨디션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럴 때는 이제 좋은 음악이 주는 행복한 기분을 온전히 느껴보라며 나를 쥐어박곤 한다.

요즘 대구는 훌륭한 해외 아티스트와 각종 국제 콩쿠르 등으로 유명한 젊은 연주자들의 무대가 많다. 참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그들이 흘렸을 땀과 고뇌의 밤들이 반짝이는 음악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관객의 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음악으로 행복한 시간을 욕심스럽게 갖고 싶다.

관객으로 이런 욕심을 내면서 연주자로서도 연주를 하는 순간에도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복한 연주자가 행복한 음악을 들려주고 관객도 더 행복할 것이므로….

2016년의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월에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 음악인들은 과연 즐겁고 행복하게 무대에 서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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