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가 지난 21일 발표한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에 대해 여기저기서 비판론이 쏟아지고 있다. 지침의 주요내용은 22일부터 공무원들이 주당 40시간의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근무일과 근무시간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직사회에서 항상 문제되고 있는 초과근무수당 변칙지급 차단과 불필요한 일 줄이기, 가족사랑의 날 철저 이행 등이 목적이다.
비판론을 종합해보면 한마디로 인사혁신처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혁신지침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일을 몰아서 하는 유연근무제의 경우 정책수립과 예산 편성 업무 등이 주를 이루는 국가직 공무원에겐 어느 정도 적용 가능할지 몰라도, 지방행정 조직에선 민원서비스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혁신지침에는 ‘민원업무 담당자가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거나 연가를 사용할 때에는 대행 근무자를 지정해 민원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대체 투입인력이 기존 인력만큼 민원처리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장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근무평정이나 승진을 포기한 직원이 아닌 이상 목요일 오후부터 쉬는 배짱을 가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경찰과 소방 공무원들 역시 유연근무제 확대 방침에 대해 콧방귀를 뀌고 있다. 사건이 생기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출동해야 하는 것이 경찰·소방 업무인데, 주 3.5일(3일간 12시간, 1일 4시간)만 나가면 그 일을 누가 대신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특수직 공무원들이 처한 현실도 잘 고려해서 근무지침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월·화·수·목요일까지 일하고 목요일 오후부터 쉴 수 있다고 인사혁신처가 발표하자 국민들도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SNS에서는 ‘공무원들만 팔자가 좋다’ ‘공무원 인력이 그렇게 충분하면 줄여라’ ‘민원 처리나 제대로 하고 놀아라’ 등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실 공무원들의 근무실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말들이 많았다. 특히 초과근무수당 지급문제는 국회나 지방의회 감사 때 항상 지적돼 온 부분이다. 퇴근 후 외부에서 회식을 즐기다 밤늦게 다시 들어와 초과근무로 위장하는 공무원들을 TV화면에서 지켜본 사람이면 누구나 근무혁신이 필요하다고 인식했을 것이다. 그러나 혁신은 실천 가능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는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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