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원장의 약초 산책 - 해동피] 저승사자 잡고 늘어진 엄나무 껍질로 풍습을 달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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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16 08:07  |  수정 2016-02-16 08:07  |  발행일 2016-02-16 제23면
[박종현 원장의 약초 산책 - 해동피] 저승사자 잡고 늘어진 엄나무 껍질로 풍습을 달래다


해동피는 오갈피나무과에 속한 낙엽교목인 엄(음)나무의 수피를 건조한 것이다. 잎이 손바닥 모양으로 오동나무와 비슷하고 남해의 산과 계곡에 많아 해동(海桐)목으로 부른다. 가시가 있어 자동(刺桐)이라고도 한다. 나뭇가지는 악귀를 막으려고 문설주 위에 걸어놓기도 한다.

엄나무 새순은 두릅 새순처럼 나물로도 해먹는데 쌉쌀하면서 독특한 맛이 난다. 해동피의 성질은 평평하고 무독하며 맛은 쓰면서 맵다.

옛날 남해 바닷가 마을에 은유라는 착한 처녀가 살았다. 감성이 풍부한 은유는 모든 식물과 교감하며 살았다. 그중 온몸에 가시가 돋아 흉측한 엄나무와 친했다. 엄나무는 더운 여름이면 은유에게 손바닥 같은 잎을 벌려 그늘을 만들면서 부채질을 해 주었다.

그러던 은유가 풍습(風濕)병에 걸렸다. 허리와 무릎을 비롯한 전신의 뼈마디가 저리고 아파왔다. 전염병까지 겹쳐 눈이 충혈되고 피부에는 종기가 나고 혈변까지 보면서 생사를 오락가락했다. 어느날 밤 저승사자가 은유를 데려가려고 뒤뜰로 들어오다가 엄나무 가시에 도포자락이 걸렸다. 엄나무는 손바닥 같은 잎사귀로 저승사자를 잡고 늘어져 밤새 싸움을 했다. 새벽닭이 울자 저승사자는 만신창이가 되어 물러갔고 엄나무도 심한 상처를 입었다. 은유가 나와 보니 뒤뜰에 찢겨진 도포자락과 엄나무 껍질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엄나무는 찢겨나간 자신의 껍질을 먹어보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

은유는 엄나무를 몸 속으로 받아들이는 심정으로 껍질을 달여 먹었다. 과연 며칠 후 통증이 가시고 건강을 되찾았다. 은유는 엄나무 두 그루를 구해 서로 맞닿게 붙여 연리목(連理木)으로 키웠다. 엄나무 연리목은 은유 가정에 화목과 건강을 주었다. 해동피는 소염 진통 및 항산화작용이 있어 류머티즘 관절염을 완화시킨다. 살충작용이 있어 옴이나 습진치료에 사용한다. <제생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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