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샘의 밑줄 쫙] 인간과 웃음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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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29   |  발행일 2016-01-29 제43면   |  수정 2016-04-19
20160129

지난 연말 특별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크루즈를 타고 온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강원도 첫 입항 축하행사였습니다.

1천여명의 중국인에게 중국어 한마디 못하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더군요. 그래서 즉석에서 통역해줄 통역사 한분을 모시고, 함께 무대에 섰습니다. 사전에 기본적인 것만 의논했습니다. 나머지는 무대에서 제가 말하는 걸 그대로 통역해 달라고 부탁하고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관광객 대부분이 효도관광을 오신 듯 중년 이상이더군요. 행사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쉬운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지만 여러 가지 문화적인 공감대가 많은 중국인이기에 한국 사람과 같은 기준에서 몇 가지 농담을 던졌습니다.

먼저 저를 방송인이자 대학교수라고 소개를 하고 인사를 했더니 통역이 바로 중국어로 번역을 해주더군요. 그런데 별로 큰 박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통역에게 “통역을 잘못한 거 아닙니까. 개그도 하고 영화도 하고 드라마도 하고 만능 탤런트라고 소개해야죠”라고 말한 뒤 통역을 하라고 했더니 객석에서 웃음과 함께 큰 박수가 나왔습니다.

그다음 여자 통역사의 소개가 끝난 뒤 “우리 둘은 아무 사이도 아니다”라고 통역을 요청했더니 역시 객석에서 ‘빵’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행운권 추첨을 할 때도 “혹시 여기 계신 분 중에서 지금까지 이런 추첨에서 한 번도 당첨된 적 없는 분 손 한번 들어보세요”라고 했더니 많은 사람이 손을 들더군요. 그래서 평소 행사 때 즐겨 쓰던 것처럼 “지금 손 드신 분들~ 오늘도 당첨 안 됩니다^^”라고 했더니 모두들 박장대소했습니다.

한국사람들을 대상으로 행사할 때와 똑같은 대목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또 하나 제가 깜짝 놀랐던 것은 첫번째 추첨을 한 뒤 두 번째 추첨을 하려니까 객석 여기저기서 뭐라고 얘기하면서 손짓하기에 통역에게 물어봤더니 추첨함을 들고 흔들어서 섞으라는 요구라고 하더군요. 또한 추첨을 하고 나서 바로 당첨자가 안 나오면 객석에서 손을 가로저으면서 당첨자가 없다는 표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번호가 당첨되지 않으면 무조건 골고루 섞으라거나 다시 뽑으라고 하는 우리들 모습과 어쩜 이리도 똑같을까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더군요.

사는 곳이 다르고 피부 색깔이 달라도 인간이 기뻐하고 화를 내는 것은 똑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도 분노를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받고 싶습니까. 당신이 받고 싶은 것을 상대방에게도 주십시오.

방송인·대경대 방송MC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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