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일본, 육아맘들이 만든 ‘외출용 수유복’ “속살 안 보여…당당하고 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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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14  |  수정 2016-01-14 07:43  |  발행일 2016-01-14 제14면
전철 안에서 불편 느낀 여성 ‘모하우스’창업
45명 직원들 모두 육아맘…자녀와 함께 출근
[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일본, 육아맘들이 만든 ‘외출용 수유복’ “속살 안 보여…당당하고 편안해요”
모하우스의 외출용 수유복. <출처 : 모하우스 홈페이지>
[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일본, 육아맘들이 만든 ‘외출용 수유복’ “속살 안 보여…당당하고 편안해요”
윤경훈 (경북PRIDE상품 일본 시장조사원·류츠케이자이 대학 조교수)

육아맘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아이가 태어나 수유를 해야 하는 시기의 외출을 들 수 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엄마들은 공공장소에서 수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다는 이유 때문에 이 시기에 외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러한 육아맘의 어려움을 비즈니스를 통해 해결하려는 일본의 한 기업이 있다. 일본 최초로 수유를 위한 의류를 제조하는 ‘모하우스(MOHOUSE)’이다. 창업자인 미츠하타 유카 사장은 본인 스스로가 육아 경험을 통해 수유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1997년 미츠하타 사장은 3세·생후 1개월의 두 딸과 함께 전철을 타고 친구 집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그때 전철 안에서 둘째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고, 울음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미츠하타 사장은 다른 승객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전철 안에서 수유를 할 수밖에 없었다. 부끄러움을 느끼며 아기에게 수유한 미츠하타 사장은 “수유라는 자연스러운 행위 속에 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까?”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 일을 계기로 미츠하타 사장은 엄마들을 위해 제작된 수유복을 찾아 다녔고, 해외에서 판매되는 수유복을 구입해 입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구입한 수유복은 봉제가 조잡하거나 수유하는 구멍의 위치가 맞지 않아 사용하기 힘들었다. 미츠하타 사장은 질 좋고 엄마들의 피부에도 좋은 수유복을 스스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디자이너와의 공동작업으로 1998년 첫 수유복을 만들었다. 그리고 모든 엄마들이 조금이나마 육아의 행복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상품화를 결심했고, 곧 자택에서 창업했다. 창업과 함께 미츠하타 사장은 주변의 육아맘과 조산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집에서 수유복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의 이름을 ‘MOTHER’의 ‘MO’에 ‘HOUSE’를 합쳐 ‘MOHOUSE’로 정했다.

미츠하타 사장이 만든 수유복의 콘셉트는 이동 중에도 타인의 시선을 걱정하지 않고 수유할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이다. 실제로 모하우스의 수유복은 아기를 수유할 때 피부가 보이지 않고, 편안하게 수유할 수 있는 기능성을 갖추고 있어 일본 조산사협회가 권장하는 유일한 제품이다.

처음 생산을 시작했을 때는 디자이너와 같이 모두 수작업으로만 제작하여 판매 수량도 많지 않았지만, 일본 전역의 육아맘들로부터 입소문이 퍼지며 모하우스의 수유복은 연간 8만5천여개 판매할 정도로 인기를 얻게 됐다. 가격은 8천~1만2천엔(약 8만∼12만원)으로 조금 비싸지만, 우수한 제품으로 인정받아 갓 태어난 아기를 가진 일본 엄마들의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모하우스가 일본인에게 좋은 평가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단지 엄마들을 위한 제품뿐만 아니라 일하는 직원들까지도 생각하여 현실에 맞는 유연한 근무 스타일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하우스는 본사와 직영점에 일하는 모든 직원이 육아맘이며, 아이와 함께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모든 직원이 육아맘인 이유는 창업 초기에 제품이 팔리지 않아 상황이 어려웠을 당시, 미츠하타 사장의 취지에 공감하며 자원봉사로 참여한 직원들이 아이를 데리고 와서 일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후에 회사의 경영이 안정됐음에도 자원봉사로 일하던 육아맘들은 회사를 떠나지 않고 직원으로 채용되어 현재까지 아이와 함께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총 4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는 육아맘들이다.

미츠하타 사장은 “어린이 동반 출근으로 생산 효율성은 낮아질지 모르겠지만, 능력있는 육아맘들이 모하우스에서 즐겁게 그리고 보람되게 일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내 분위기를 하나의 기업가치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 없다”고 말했다.
<영남일보-경북PRIDE상품지원센터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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