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비에 4가지 코팅방식 탑재 ‘멀티코터’…100년 역사 獨기업도 ‘감탄’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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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05  |  수정 2016-01-05 09:40  |  발행일 2016-01-05 제19면
■ 기능성 필름 만드는 장비 생산 구미 <주>프로템
한 장비에 4가지 코팅방식 탑재 ‘멀티코터’…100년 역사 獨기업도 ‘감탄’
프로템이 개발한 라미네이터 장비.<경북PRIDE상품지원센터·프로템 제공>
한 장비에 4가지 코팅방식 탑재 ‘멀티코터’…100년 역사 獨기업도 ‘감탄’
프로템이 개발한 탄소섬유 복합재료 장비. <경북PRIDE상품지원센터·프로템 제공>
한 장비에 4가지 코팅방식 탑재 ‘멀티코터’…100년 역사 獨기업도 ‘감탄’
구미시의 기계장비 제작 전문업체 프로템 회사 전경. <경북PRIDE상품지원센터·프로템 제공>
한 장비에 4가지 코팅방식 탑재 ‘멀티코터’…100년 역사 獨기업도 ‘감탄’
프로템 황중국 대표. <경북PRIDE상품지원센터·프로템 제공>



2003년 설립 기계장비 전문 제작
R&D 강화 통해 신기술 상용화
뛰어난 공정기술력…30개國 수출

원형테이블 회의로 항상 소통
“매출보다 직원과의 관계 중요”


<주>프로템에는 사각 테이블이 없다. 회의 탁자와 식당 테이블·티 테이블이 모두 원형이다. 비록 회사의 비품 중 일부분일 뿐이지만 여기에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원형 테이블은 이 회사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물건이기 때문이다. 신입직원이건 사장이건 누구나 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아 얘기를 나눈다. 적어도 테이블 앞에 둥그렇게 앉아있는 동안은 지위에 상관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원형 테이블은 바로 ‘소통’의 상징인 셈이다. 자칫 테이블의 모서리 끝에서 형성될 수 있는 상하관계의 벽을 허물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황중국 대표의 작지만 큰 배려다. 더불어 직원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자 하는 그의 요청이기도 하다.


◆기술 실용화+수출=성공

구미시의 프로템은 2003년 설립된 기계장비 제작 전문업체다. IT산업용 필름 및 박막소재를 가공·처리하는 롤투롤(Roll to Roll) 장비, 전지 및 전자소재용 자동화 장비 그리고 반도체 및 LED 후공정 장비를 설계·제작해 공급한다. 대부분 IT산업에서는 필수적인 장비다.

황중국 대표는 IT 분야 가운데 소재 분야를 선택했다. 2차 배터리·연료 수소전지·디스플레이 등 분야에는 기능성 필름이 많이 쓰인다. 그 필름을 만드는 장비를 프로템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프로템의 국내 거래사는 삼성·LG·도레이·두산·효성·현대차·포스코 등의 대기업이다. 독일과 브라질·남아프리카 등 30개국에도 거래처를 두고 있다. 해외 지사도 운영하고 있다.

프로템은 2014년 은탑산업훈장을, 지난해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회사 설립 이후 이뤄낸 수상이나 특허등록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 같은 성공 비결은 뭘까. 황 대표는 ‘신기술 실용화’와 ‘수출’을 프로템의 성공 키워드로 꼽았다.

그동안 프로템은 R&D(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집중해 왔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을 통해 신기술을 상용화했다. 프로템이 보유한 특허는 대부분 사업화로 연결됐고, 곧바로 매출로 이어졌다. 자연스레 수출에도 성공했다.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더 클 정도다.

◆세계가 반한 기술력 ‘멀티코터’

독일은 장비의 메카다. 세계에서도 기술력으로 손꼽히는 나라다. 프로템은 그런 나라에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이 점에서 황 대표를 포함한 프로템 직원들은 굉장한 자부심을 가진다. 자만할 법도 하지만 황 대표는 늘 겸손하다. “항상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자부심의 근원은 지난해 경북PRIDE상품으로 지정된 ‘멀티코터’였다. 코터는 필름에 특수용액을 코팅시켜 고분자 기능성 필름을 만들어내는 장비다. 프로템 제품의 특징은 바로 ‘멀티 코팅’이다. 하나의 장비에 4가지 코팅 방식을 탑재시켰다. 하나의 장비로 여러 개의 아이템을 생산할 수 있어 투자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독일 수출을 이룰 당시 프로템과 경쟁했던 독일 기업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 기업은 1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이름난 기업이었다. 아시아의 작은 회사와 경쟁해 패배의 아픔을 얻은 그 회사의 CEO는 큰 충격을 받았다. 놀라움과 미심쩍음에 그는 직접 프로템을 찾았다. 이곳에서 장비를 직접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결국 프로템에 협력의 손을 내밀었다.

프로템의 기술력에는 특별함이 있다. 엔지니어링 기술 수준은 대부분 비슷하다. 여기에 프로템은 뛰어난 공정기술을 더했다. 어느 장비든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의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Needs)에 맞춰서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술력이 바로 전 세계 30개국의 사랑을 받는 프로템의 수출비결이자 전략이다.

◆천천히 길게 가는 길 ‘소통’

황중국 대표의 목표는 ‘매출 급성장’이 아니다. 그는 천천히 길게 가는 길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직원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직원들을 믿고 그들의 결정을 지지하니 자연히 직원들도 황 대표를 신뢰하게 됐다.

직원과의 관계에서 황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통’이다. 소통은 가장 중요하지만 제일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프로템에는 헬스장·골프연습장·도서관·주차장·사내 기숙사 등 중소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복지시설이 잘 마련돼있다.

황 대표는 이것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과에 걸맞은 대우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 복지를 뛰어넘는 연봉. 중소기업에는 특히 더 현실적이고 어려운 문제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는 직원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준다면 회사와 직원 서로에게 ‘윈-윈’이 될 것을 황 대표는 이미 알고 있다. 때문에 그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직원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고 있다.

현재 황 대표의 머릿속엔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베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프로템의 계열사를 만들어서 그들을 CEO로 보내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청춘을 회사에 바친 직원들의 노후를 멋지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그의 기업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중소기업, 인재 모을 여건 갖춰야”

그는 끊임없이 리더의 역량에 대해 고민한다. CEO라면 특히 중소기업 CEO라면 매출보다 직원들과의 관계 형성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오로지 소통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프로템의 테이블은 죄다 둥근 모양이다. 그는 언제나 직원들의 얘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테이블 앞에 앉은 사람들은 서로 자유롭게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서로 소통하며 리더가 직원을 믿고 맡기고 신뢰할 때 비로소 직원들에게 강하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인재들이 중소기업을 찾지 않는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먼저 그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또한 CEO들도 공부를 해야 합니다. 학위를 받지 않더라도 공부를 해야만 CEO가 변할 수 있고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호흡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것은 결국 우리 회사의 역량을 키우는 것입니다.”

중소기업 CEO들에게 당부하는 그의 말에서 지난 시간의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 세계적인 명품을 만드는 회사 프로템 또한 그 고민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그와 직원들이 함께 모여 더 공부하고 더 소통하며 이뤄낼 프로템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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