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성의 북한일기 .43] 묘향산 가는 도로에 짐차는 다닐 수 없다고 한다…주말인데도 큰 향산호텔에 손님이 없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01-01   |  발행일 2016-01-01 제42면   |  수정 2016-01-01
[조문성의 북한일기 .43] 묘향산 가는 도로에 짐차는 다닐 수 없다고 한다…주말인데도 큰 향산호텔에 손님이 없다

◆2003년 8월7일 목요일. 맑음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관람했다. 연건평 10만3천㎡에 웅장한 8층 건물이다.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5천명의 학생이 수업이 끝난 오후 3~6시까지 소조활동(과외 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화·목요일은 전체 공연이 있는 날이다. 많은 외국인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소조활동은 여러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과학·체육·수예·컴퓨터·태권도·배구·농구·탁구·발레·피아노·손풍금·가야금·무용(2가지 종목)·수영·붓글씨·수중 점프 등이다. 교실과 훈련장을 견학했다. 국가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 같다. 공연 관람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춤과 노래, 단편극 등 참으로 화려하고 멋진 공연이다. 궁전 앞에 세워진 동상에는 11명의 학생이 조각돼 있다. 이는 11년 무상교육을 의미한다고 한다. 세상은 넓고도 좁다고 하더니 여기에서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배우 문성근씨를 만났다. 연변과기대에 재직하는 문영환 교수(문익환 목사 막냇동생)에게 조카 성근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라 반가움이 앞섰다. 다가가서 연변과기대에서 왔노라고 소개를 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문 교수와는 각별히 친하게 지내온 사이다.

◆2003년 8월10일 일요일. 맑음

평양 봉수교회 아침 10시 예배에 어제 온 일행과 함께 참석했다. 예배의 주제는 ‘조선의 평화통일을 위한 세계 공동 기도주일’이다. 과기대팀이 특송 ‘만세 반석 열린 곳’을 불렀다. 감회가 새롭다. 손효순 담임 목사가 설교 중에 6·15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이행을 촉구한다. 예배 후 일행과 옥류관에서 맛있는 냉면을 먹었다. 점심식사 후 건설 현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건설회의를 가졌다. 김진경 총장께서 건설에 관해 지침을 이야기했다.

오후 2시 넘어 일행과 묘향산을 올랐다. 가는 길은 4차로로 차로 2시간 걸린다. 이 도로에 짐차는 다닐 수 없다고 한다. 도로가 잘 단장돼있다. 오가는 차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가는 길에 청천강이 보이고 도로가 묘향산까지 뻗쳐있다. 길가 풍경의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웅장한 묘향산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자연에 안긴 듯 세워진 향산호텔. 이곳 주민은 묘향산을 향산이라고 부른다. 고려 때 세운 보현사를 비롯해 사찰만도 360개가 있었다고 전해온다. 주말인데도 이 큰 향산호텔에 손님이 없다. 호텔 내외부 설계는 참으로 잘 돼 있다. 아쉽게도 건축자재가 부족한 탓인지 설계의 참 뜻을 반영하지 못한 것 같다.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에 산책을 나섰다. 한참 걷다 음악소리가 들려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다보니 북한 사람들이 단체로 유람을 와 녹음기 소리에 맞추어 노래하며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춤자리에 서슴없이 뛰어든 우리 일행과 그들은 곧 하나가 됐다. 하나가 돼 둥실둥실 춤을 추었다. 헤어지려고 인사를 하는 우리에게 맥주 한잔하고 가라고 붙잡는 그들을 뒤로 하고 떠나는 우리의 가슴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저녁 시간 반주로 곁들인 소주 한잔에 노래가 절로 나온다. 노래방으로 가서 신나게 한 곡조 뽑았다. 우리를 감시하고 보호해야 하는 동행자 백문석·계봉환씨는 즐기는 술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 대자연 속 밤은 유별나게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든다. 더구나 묘향산의 밤이다. 백문석 선생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인다. 건장한 체구에 언행이 신중하면서도 다정다감해 좋아하는 친구다. 겨우 불러 술잔을 나누었다. 향산호텔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전 연변과학기술대 건설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