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7권 낸 CEO시인…“사업 스트레스 땐 버릇처럼 詩語(시어) 적어”

  • 이정경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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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23   |  발행일 2015-12-23 제14면   |  수정 2015-12-23
한중엔시에스 김환식 대표 ‘시하늘’이달의 시인 뽑혀 낭송
사내 독서운동 펼치고 선행도…시처럼 아름다운 경영 ‘눈길’
시집 7권 낸 CEO시인…“사업 스트레스 땐 버릇처럼 詩語(시어) 적어”
시낭송회를 마치고 김환식 시인(가운데 꽃다발 들고 있는 사람)이 시하늘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환식 시인 제공>

“아름다운 꽃도 눈 먼 사람은 볼 수가 없고 그윽한 목소리도 귀가 먼 사람은 들을 수가 없는데 우리 모두는 그런 사소함이 행복이란 사실을 모르고 삽니다.”(행복 김환식)

지난 3일 남구청소년창작센터 다음카페 ‘시하늘’(카페지기 박창기)이 개최한 시낭송회에서는 이달의 시인인 김환식 시인의 시가 낭송되었다. 시하늘의 시낭송회는 1996년 3월부터 지금까지 매월 첫째 목요일 열리고 있다. 그해에 시집을 낸 시인이나 단체를 이달의 시인으로 선정해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시낭송회를 연다. 20년이 지나 이번에 213회를 맞이했다. 올해 마지막 달을 보내면서 시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김환식 시인을 모셨다.

김 시인은 시처럼 아름답게 회사를 운영하는 CEO다. 행복을 공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본인이 경영하는 <주>한중엔시에스 회사 직원들과 함께 ‘1개월 1독서 운동’을 오래전부터 전개하고 있다.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회사에 신청하면 회사는 1주일 내에 그 책을 구입하여 주고, 책을 받은 사람은 1개월 이내에 A4용지 1장 분량의 독후감을 제출한다.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거나 표절한 흔적이 발견되면 책값은 본인의 급여에서 공제된다. 독후감을 성실히 이행한 사람의 책값은 회사가 부담한다. 인센티브로 책값보다 비싼 와인을 선물로 주고 연말에는 독후감들을 모아 작은 문집을 만들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김 시인은 ‘꿈과 희망을 나누는 운동’도 하고 있다. ‘꿈과 희망 나눔 게시판’에는 어려운 동료의 사정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온다. 그 사연에 공감한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기가 나눌 수 있는 금액만큼 동그라미를 그려 순식간에 모금을 한다. 동그라미 하나는 1만원을 의미한다고 한다. 400명의 직원이 한 번에 보통 500만원 모금을 하여 나눔을 가진다고 한다. ‘시인 사장님’처럼 직원들도 시처럼 아름다운 선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는 내 삶의 기록이다. 2년에 한 번은 책을 묶으려 한다”는 김 시인은 올해에 일곱 번째 시집 ‘버팀목’을 내놓았다. 영천에서 태어난 그는 스스로 촌사람이라고 한다. 시간에 쫓길 때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그냥 버릇처럼 시어들을 노트에 적으며 열정적으로 시집을 출간한다.

2015년 ‘시하늘’ 겨울호 문화산책에서 김 시인은 “사람이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는 남보다 행복하기 위함이고, 글을 읽고 쓰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더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의 다른 방편이다”면서 “자기 혼자만이 행복하다고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에 더불어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창기 ‘시하늘’ 카페지기는 “올해 마지막 시낭송회는 구수한 시편들처럼 송년의 맛과 멋이 있었다. 따뜻한 시들로 삶이 더욱 풍요롭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정경 시민기자 kyung63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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