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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이유진 교수 |
유전적감수성·흡연·염분섭취 등
다양한 원인으로 생긴다고 알려져
위암 발병률 11배나 급등해 ‘위험’
치료에 의한 완치는 사실상 불가능
헬리코박터균 박멸 땐 진행 느려져
가족력·흡연자 1년 간격 검사해야
일상생활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와 자극적인 음식, 불규칙한 식습관 등은 위장을 힘들게 한다. 직장인은 회식자리에서 술잔을 돌리거나 개인 접시를 사용하지 않는 찌개 문화로 인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으로 위염이 전파되기도 한다. 이러한 위염 증상은 처음에는 가벼운 표재성 위염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증상이 반복되고 위장 건강을 해치는 습관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표재성 위염은 만성 위축성 위염의 형태로 나타나고, 증상은 더 심해진다.
이러한 소견은 ‘장상피화생’이라는 듣기에도 생소한 위장관 세포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내시경 검사의 장비와 진단 기술이 발달하고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검진 목적의 내시경 검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위암은 여전히 우리나라 여러 악성 종양 중 발생 빈도가 높은 암종으로 2012년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남성은 1위, 여성에서는 3위를 차지하는 매우 중대한 악성 질환이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위암은 지구상에서 폐암에 이어 둘째로 많이 발병하는 암이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코스타리카 등의 나라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의들은 위암의 발병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을 환경적 요인으로 꼽고 있다.
간혹 위내시경 검사 후 ‘장상피화생’이라는 결과를 듣고 “장상피화생이 위암이 된다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고 걱정하는 이가 적지 않다. 장상피화생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미리 알아두면 건강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된다.
장상피화생은 염증반응이 오래 지속되어 위 점막의 정상적인 구조물이 파괴된 상태에서 그 자리가 소장이나 대장의 점막과 유사한 세포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즉 위가 염증으로 점막이 손상되면 점막세포가 재생되면서 위의 염증이 치유된다. 이렇게 위점막 세포가 오랫동안 손상과 재생을 반복하다 보면 육안적으로 위 점막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조직학적으로는 위 점막세포가 아닌 소장의 점막세포와 비슷하게 변화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장상피화생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장상피화생은 국내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이의 7.1%가량에서 발견되고 있다. 또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발견율이 35.1%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헬리코박터균의 감염과 그로 인한 만성 염증이 장상피화생의 발생에 관여한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환자에서 모두 장상피화생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며, 균 이외에도 헬리코박터 독성인자, 유전적 감수성, 흡연, 염분 섭취 등 다양한 원인이 장상피화생의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을 찾은 어떤 환자들은 소화가 잘 안되는데, 장상피화생 때문일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한다.
분명한 것은 장상피화생은 특정 증상과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내시경 검사에서 육안적으로 혹은 조직검사를 통해서만 진단이 가능하며, 경과 관찰을 위해 내시경적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장상피화생은 치료하면 완치가 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장상피화생은 치료에 의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어 있을 경우, 헬리코박터균을 박멸하고 나면 장상피화생의 진행이 느려진다.
장상피화생이 위암의 발생에 관여하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내 보고에 따르면 장상피화생이 있는 경우 없는 경우보다 위암 발병률이 10.9배 높아진다.
장상피화생이 국소적으로 존재하거나 위의 전정부에만 국한된 경우보다 전체 소만까지 침범된 경우는 5.7배, 전정부와 체부에 미만성으로 침범된 경우는 12.2배로 위암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장상피화생 중에도 범위가 20% 이상으로 넓은 경우, 조직학적으로 불완전형 장상피화생,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하는 사람은 1년 간격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장한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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