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두고 피임약 먹는 여고생들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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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07  |  수정 2015-11-07 07:39  |  발행일 2015-11-07 제6면
“생리 겹치면 시험 망칠라” 우려
약국·산부인과 병원 문의 급증
인터넷선 관련 상담글 넘쳐나
두통·어지럼증 등 부작용 우려
전문가 “무분별한 복용 경계를”

오는 12일 수능시험을 치르는 정모양(대구 달서구 진천동)은 최근 어머니와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다. 생리주기를 늦추기 위한 피임약 처방을 받기 위해서다. 월경기간 심한 생리통을 겪는 정양은 평소 같으면 진통제로 버텨 볼 요량이었지만, 수능시험일과 생리일이 겹쳐 어쩔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정양은 수능을 앞두고 현재 피임약을 복용 중이다.

수능시험이 다가오면서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자 수험생들이 늘고 있다. 월경을 수능 이후로 미루기 위해서다.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피임약 복용과 관련한 상담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시글마다 다양한 복용 후기와 추천약 등의 댓글도 달렸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지역 약국과 산부인과 등에도 관련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대구시 남구의 한 약사는 “많지는 않지만, 약 한 달 전부터 일부 수험생과 부모들이 피임약 문의를 위해 방문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수가 조금씩 느는 것 같다”며 “온라인에서 피임약을 사전 검색한 뒤 특정 브랜드 약을 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험생의 무분별한 피임약 복용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피임약 복용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피임약은 의사 처방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피임약 부작용 사례도 있다. 월경 때마다 심한 복통을 앓던 이모양(19)은 지난해 수능시험을 앞두고 피임약을 복용한 뒤 오히려 시험을 망칠 뻔했다. 시험 당일 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을 느낀 것. 또 소량의 출혈도 있어 시험을 치르는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다.

권상훈 동산병원 교수(산부인과)는 “국내에 피임약 종류만 20가지에 달한다. 의사처방이 필요한 약과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이 따로 있다”며 “본인에게 적합한 약을 선택하기 위해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두통과 구토 증상 등 부작용에 대해 미리 알고 있어야 수능 당일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수연 효성병원 과장(산부인과)도 “피임약은 다른 약에 비해 복용방법이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수험생은 처음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관리가 잘 안 되는데, 병원 상담이 필요한 건 이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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