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 금호강 하중도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
도시철도 3호선이 팔거천을 달리듯, 자출족도 팔거천 자전거길을 안전하게 달리고 싶다. |
도시철도 3호선 매쳔역 인근 자전거방에서 자전거수리 10년 경력의 중학 2년생 김진호군의 서비스를 받았다. |
금호강변 노곡1길을 따라가면
낭떠러지에 황씨동원각이 있다
대구 시가지는 물론 금호강과
하중도·앞산을 한눈에 볼수 있다
팔거천자전거길은
보행자·자전거 겸용도로인데
폭이 좁아 옥신각신이다
자전거 뒤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3호선 매천역 인근 자전거방에서
수리입문 10년‘자전거 수리 영재’
중학 2년생 김진오군에게 맡겼다
하중도는 대구 도심을 씻어주는 금호강이 낳은 섬으로 면적(22만2천㎡)은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만 하다. 북구 노곡교와 팔달교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길이는 1㎞, 폭은 PGA 프로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로 통하는 260m에 이른다.
꽃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고 정시에 피었다 정시에 진다. 오래 피지 못하는 꽃들을 원망해야 하나. 환경운동과 함께 내 머릿속에 들어온 하중도. 이어도처럼 가보고 싶었던 그 섬. 대구의 남이섬으로 꿈틀거리는 하중도는 코스모스 군락 조성으로 스마트폰 앵글 속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밖에서 볼 때보다 안으로 들어가서 볼 때가 더 좋아 스마트폰과 셀카봉을 휴대하고 미시적 접근과 근접 촬영을 즐겨한다.
하중도를 구성하고 있는 골조들은 입구의 솟대, 코스모스 사진 보조 허수아비, 억새, 박 터널, 바람개비, 구력 짧아 얕은 돌탑 등 부자연스러웠다. 하중도, 여기는 코스모스가 공동 입주한 주공아파트. 하중도의 떼 지어 피어났다 지고 있는 코스모스를 보며 드는 생각은 꽃도 사람도 함께 피어야 아름다운 세상, 큰 놈 작은 놈 구분 없고 잘난 놈 못난 놈 구분 없이 하중도의 코스모스로만 브랜딩된 공동체의 모델이라는 걸 코스모스는 바람에 몸을 맡긴 가녀린 몸짓으로 가르쳐 주었다. 햇살에 그을지 않는 그 무표정 속에서 ‘나날이 새로 잎 피는 길’을 본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진경은 근경보다는 원경 속에, 꽃보다는 나무 밖에 숨어 있을 게다. 아직 그것을 훔쳐내지 못해 우리는 무거운 카메라를 둘러메고 자전거를 탄다. 대구 SNS에서 핫플레이스였던 노곡동 하중도는 하루 햇살 무섭게 앗플레이스로 지고 있다. 코스모스가 시들하면 억새와도 상견할 수 있는 10월엔 하중도 방문을, 내년에 늦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금호강자전거길이 열리고 난 뒤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10만㎡ 규모의 코스모스 단지 때문에 하중도는 포토바이킹 필방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중도를 지날 때면 마이클 케나의 삼척 솔섬 사진을 꿈꾼다.
팔거천으로 가려면 거쳐 가야 하는 팔달교로 가기 위해서 평소 가보지 않은 산 아래 길로 들어섰다. 난생 처음 만나는 이 좁고 아늑한 길로 차들은 왜 이렇게 많이 다니는지. 차량으로 밥벌이하는 운송 전문가들이 서변~검단 지역으로 갈 때 이용하는 우회도로인 모양이다. 길은 약간 경사가 져 있으나 힘들지 않게 업힐할 수 있었다. 노곡1길로 알려진 그 길에선 하중도와 앞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길 바로 옆으로는 경부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량 행렬을 목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 길 어딘가에서 뒤타이어 펑크가 났는지 더 이상 자전거를 탈 수 없어 끌고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오르막 끝에서 조금 내려가니 언덕에 황씨동원각(黃氏同源閣)을 알리는 비석이 서 있었다.
대구시 북구 노곡동 557-2번지에 있는 황씨동원각은 모든 황씨가 한뿌리라는 점을 강조하며 조선(祖先)을 받들고 씨족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려고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 대구 부호였던 경주이씨 이장우의 별서(別墅)로 사용하던 것을 황씨들이 인수하여 집주인이 바뀌었다.
황씨동원각은 비교적 높은 낭떠러지 터에 세워져 있어 대구 시가지는 물론 금호강과 하중도, 앞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급 경관지였다. 건물 밖에는 상덕사건축사적비와 황씨 공덕비 등 6기의 비석이 서 있고, 정문인 외삼문 숭양문(崇陽門)을 들어서면 ‘ㄱ’자로 앉혀 누마루를 취한 황씨동원각이 나온다. 황씨동원각은 고건축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담양 소쇄원 가기 전에 찾아보면 좋을 학습장으로 사료된다.
황씨동원각을 나와 펑크난 자전거를 끌고 팔달교로 향하니 노곡동 부엉덤이 마을비가 보였다. 마을 이름에 역사가 담겨 있다. 부엉새가 많이 울었던 높은 듬(벼랑)이 있는 마을이라 하여 부엉덤이, 까치가 많아 팔달동 작원리 이곳은 부엉이와 까치들이 사는 새들의 고향이었던 모양이다. 경부고속도로 지하 작원교를 지나 작원로 1길을 통하여 팔달교에 이르니 비각이 하나 보였다. 대구판관 서유교 영세불망비였다. 2년간 자신의 봉급을 모아 돌다리를 놓은 공적을 기려 세워진 서유교 영세불망비 자료를 정리한 향토사학자 이정웅 팔거역사문화연구소장은 조선 헌종∼철종(1849∼1851) 때 대구판관(종5품)으로 재임한 서유교(徐有僑)가 재직 시 사재를 털어 금호강 팔달진에 처음으로 돌다리(石梁)를 놓아 주민이 배를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었다고 했다.
영남일보 위클리포유 2013년 3월29일자에서, 대구지오가 주장한 것처럼 대구 북구청은 판관 서유교 비석을 팔달교 들머리 잘 보이는 곳에 이전해서 비각을 세우고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기는 한데 사적지 조성 상태는 많이 아쉬웠다. 대구시지정문화재로 지정하지 않아서일까. 자전거 쌈지공원을 조성해서 금호강자전거길을 달리는 자전거 동호인이 즐겨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대구의 중요 인물을 기리는 현양사업일 것이다.
펑크난 뒤타이어를 수리해줄 자전거방은 평소 봐둔 3호선 매천역까지 가서야 있었다. 황씨동원각에서 매천역 인근 자전거방까지는 3㎞ 거리. 걸어서 40분여 걸렸다. 거기서 만난 자전거방 입문 10년 경력의 중학교 2학년생 김진호군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자전거 수리 영재인 그를 만나니 외려 펑크 잘 났다 싶었다. 그의 특별서비스로 빵빵해진 자전거는 MTB 입문 3달 만에 ‘팔거천~팔달교 간 자전거 전용도로 연결 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순태씨를 만나러 운암역으로 향했다. 차가 잘 다니지 않는 소방도로를 타고 가는 데 불편했다. 개통된 팔거천자전거길은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쓰는 겸용도로인데 폭을 좁게 써서 옥신각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팔거천 자전거길에는 자전거안전문화캠페인과 보행자·자전거 문화시민운동이 절실해 보였다. 하중도에서 팔달교와 팔거천으로 가는 이 길은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맺어주었다.
해가 떨어져 어두운 밤길, 팔달교에서 경대교까지 금호강자전거길은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이 연주하는 피아노 협주곡 ‘황하의 리듬’에 맞춰 라이딩을 했다. 집에 도착하니 4악장으로 구성된 연주가 끝났다. 이 길은 나에게 국정교과서가 가르쳐 주지 않는 대구의 역사를 가르쳐 주었다. 헤맬 각오를 하고 들어선 길에서 산역사를 배웠다. 가 보지 않은 길들에 감사한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팔거천자전거길 운암역∼팔달교
연결 촉구 서명운동 김순태씨
“칠곡주민 금호강 자전거길 이용 어려움…운암역∼팔달교 반드시 연결해야”
팔거천 자전거길 운암역~팔달교 간 자전거길 연결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순태 전 상주경찰서장을 도시철도 3호선 운암역 팔거천 동천교에서 만났다.
김 전 서장은 2002년 정년 퇴임 후 부동산공인중개사, 사회복지사(2급), 옥외광고사, 빌딩경영사, 노인체육지도자, 포클레인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평생학습의 자격증 대마왕이었다. 경찰 재직 시절엔 조기축구장의 센터포드로 맹활약했던 김 전 서장은 칠순에도 축구를 즐기는 꽃펠레. 해외지사 근무 발령이 난 아들이 타다가 맡기고 간 자전거로 인해 MTB에 입문한 왕초보 바이커이다.
그는 “MTB를 타고 강정고령보까지 가보니 기분이 정말 좋았고, 노인들의 정신건강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칠곡에서 금호강 자전거길까지 가는 길이 위험하고 불편해서 서명운동을 벌이게 됐다”고 했다. 김 전 서장은 “팔거천에서 팔달교 간 일부 구간이 연결되지 않아 칠곡 주민들이 금호강을 따라 연결된 자전거길 이용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자전거를 활용한 도심의 교통 혼잡 해소와 사고 감소 및 국민 여가 활용 차원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팔거천 자전거길 남은 구간은 5㎞ 남짓한 3호선 팔달역~운암역 구간이다. 팔달교를 거쳐 금호강 자전거길로 합류해 강정고령보로 안전하게 가려면 이 구간의 조기 개통이 절실하다.
김 전 서장은 10월25일까지 2천명을 목표로 서명을 받아 ‘팔거천∼팔달교 간 자전거 전용도로 연결 청원’서명 명부를 대구 북구청에 전달할 계획이란다. 대구 북구와 칠곡군 동명 간 팔거천 북편 자전거길 연결이 지난 9월 완료됐다.
그의 뜻이자 자출족의 염원인 동천교에서 끝나버린 팔거천 자전거길을 팔달교까지 잇는 사업이 하루라도 빨리 진척돼 팔달교까지 연결되기를 성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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