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동산 단상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5-10-14  |  수정 2015-10-14 08:04  |  발행일 2015-10-14 제23면
[문화산책] 동산 단상

대구 중심에서 서쪽에 있는 야트막한 지형을 ‘동산’이라 부른다.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동산은 학생들이 근대 교육 학습장으로 찾는 것을 비롯해 탐방객이 사시사철 붐비는 장소가 되었다. 동산이 이처럼 대구의 몽마르트 언덕으로 거듭난 것은 달성서씨 소유의 민둥산을 미국 북장로교 선교부에서 구입해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운 것에서 유래했다. 동산은 대구기독교의 성지이자 근대건축의 보고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동산은 가는 곳마다 스토리를 가진 스토리의 보고이기도 하다. 동산의료원은 1999년 설립 100주년을 맞아 동산에 있던 스윗즈 주택을 선교박물관, 챔니스 주택을 의료박물관, 블레어 주택을 교육역사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오래전 존슨 선교사가 심은 사과나무 2세목은 시 지정 보호수로 남아있다. 은혜정원에는 동산병원을 일구어낸 마펫 부부의 묘비와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체이스 크로포드 사울텔의 묘비가 뭉클한 감동을 준다.

동산의 한 편에 있는 90계단 역시 소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3·1만세 운동의 숲길은 사라졌지만 태극기길이 단장되어 있다. 브루엔 선교사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면 일제의 잔혹상을 엿볼 수 있다. 브로엔 선교사는 3·8 대구독립만세 운동을 부친에게 전하면서 3명이 총에 맞아 죽고 8명이 다쳤으며, 대구 형무소에 5천명이 수감되어 도시가 혼란에 빠졌다고 밝히고 있다.

선교사들이 터를 잡을 당시 동산은 고목나무와 무연고 무덤이 즐비했다. 그 시절 우리네 정서는 목신이 무서워 고목나무는 가지도 함부로 다루지 못하였고, 귀신이 사는 무덤을 파헤치고 그 자리에 집을 짓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고목나무를 쓰러뜨리고, 귀신이 산다는 무연고 무덤을 없앴다. 대신 그 자리에 그림 같은 양옥을 짓고 온갖 정원수와 사과나무를 심었다.

또 병원을 만들어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치료하고, 계성·신명학교 등을 세워 신교육을 전파하니 교육·의료·신학이 함께하는 대구근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수원지 역할을 하게 되었고 기독교 선교의 성공적인 발판이 되었다. 또 이곳의 청라언덕 노래비는 박태준의 첫사랑이 깃든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
제행명 <대구중구 골목문화 시니어 해설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