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달성 사문진 자전거 나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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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18   |  발행일 2015-09-18 제39면   |  수정 2015-09-18
강창교~달성습지 제방길~화원동산~화원유원지~사문진교~
강정고령보 디아크를 잇는 15㎞ 구간은‘평지라이딩의 백미’
[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달성 사문진 자전거 나룻길
3㎞ 길이의 성서둑방길은 강나루 운동코스와 산책로로 이용되지만, 초보자도 즐겨 탈 수 있는 평지 자전거길의 백미라고 생각된다. 일부 구간에는 코스모스가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달성 사문진 자전거 나룻길
성서둑방길 아래 달성습지 라이딩 중 잡풀들이 길을 막아 자전거 앞길이 안 보이자 라이더들이 자전거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달성습지는 ‘들바’ 코스.
[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달성 사문진 자전거 나룻길
대명유수지 인근에서 바라본 고령 다산쪽 해지는 풍경(지난 봄).



대구시내에서 사문진 자전거 나룻길 가려면
신천둔치 자전거길 이용 강창교로 가거나
지하철 2호선 타고 가 강창역서 하차해야

달성습지 둑방길에서 구라리 거쳐
화원동산 가는 직통길 생겨 위험·불편 줄어

화원동산 전망대∼사문진나루터 절대 감속

강창교~성서둑방길(달성습지 제방길)~화원동산~화원유원지~사문진교~강정고령보 디아크로 이어지는 사문진 자전거 나룻길은 15㎞에 이르는 단거리 구간이다. 거리상으론 1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지만, 타고 가서 실제 도착 시간을 보면 최소 2시간 이상 걸리는 최적의 라이딩 코스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 구간은 성서 메타세쿼이아숲, 달성습지 제방 꽃길, 달성습지, 구라리 유채꽃밭, 화원동산 전망대와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 고령 다산의 호촌강변길, 강정고령보를 연결하여 대구와 경북을 하나 되게 하는 자전거길로 만들어 본 것이다.

사문진 자전거 나룻길로 가는 방법은 장·단거리 2가지가 있다. 장거리 코스는 신천둔치 자전거길을 이용해서 강창교로 가서 다리를 가로질러 우방유쉘 인근 푸른초장교회 맞은편 달성습지 제방길로 진입하는 것이고, 단거리코스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강창역에 하차해서 강창교를 건너지 않고 달성습지로 향하는 것이다. 이 코스는 길 주변의 풍경을 관상하고 풍광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하늘이 감춰놓았던 곳 같다. 좋은 도보코스가 좋은 자전거코스인 것처럼 장시간 걸으려는 사람들의 도보코스로도 안성맞춤일 것이다.

자전거가 강창교 동편으로 진입하면 달성습지 둑방길, 둔치길 사이에서 약간의 갈등이 생긴다. 빨리 가려면 둑방길로, 여유 있으면 둔치길로 내려가 달성습지 늪에 빠져 허우적거려보는 것도 괜찮다. 자전거를 타는 연륜에 비례해서 비포장도로를 좋아하는 이유를 달성습지 제멋대로 난 둔치길로부터 배우게 될 것이다. 사실 달성습지 생명 자원의 살림집인 갈대밭 왕버들숲가에는 접근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습지보호지역이자 야생동식물 보호구역인 까닭이다. 그런데도 자연이 자전거에게 강력한 러브콜을 보낸다고나 할까. (지금은 4차순환도로 공사로 접근이 용이치 않다.) 자잘한 자갈돌밭을 달리는 기분이 색다르다.

속도감을 잃고 철버덕철버덕 소음과 함께하며 1.2㎞를 헤엄치듯 저어나가면 제방길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도보 산책객을 조심하며 약간의 속도감을 즐길 만하다. 제방이 끝나가는 지점에는 국내 최대의 맹꽁이 산란처이자 물억새 군락지인 대명유수지가 있다. 요즘 달성습지의 수위가 상승해 물가에 자생하던 버드나무 군락이 물 속에 잠겨 고사해 버려, 환경전문가들은 4대강공사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4대강 공사 이후 4차순환도로 공사를 둘러싸고 환경전문가들은 습지 자원에 대한 관리를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습지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달성습지는 금호낙동강이 잉태해서 국제 자연보호연맹에 등록되어 있는 150만㎡ 규모를 자랑하는 도심습지다. ‘맹꽁이 소리’로 흘려듣지 말았으면 좋을 대안 제시 아닐까.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전거가 화원동산으로 가려면 구라2교를 불편하게 역주행하거나 순방향으로는 차량의 위협을 받아가며 아주 위험하게 주행을 하곤 했다. 그런데 달성군의 대곡역~진천천~화원유원지간 자전거도로 네트워크 구축사업이 준공되어 2014년 8월 개통했다. 달성습지 둑방길에서 구라리를 거쳐 화원동산까지 직통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이 생겨 위험과 불편을 덜게 되었다. 성서공단과 화원동산을 이어주는 구라리는 신라 임금이 아홉 번 다녀갈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 이름 지은 지명이다.

화원동산 올라갈 때 약간의 업힐 구간이 나온다. 평지길 라이딩이 힘에 부치면 내려서 ‘끌바’로 이동하는 게 몸에 좋다. 자전거 위에 앉아 무리를 해가며 라이딩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화원동산의 아름다움을 완상하려면 전망대에 오르기도 전에 진을 빼서는 안 된다.

화원동산은 그 모양이 잔과 같이 생겼다 하여 ‘배성’ 또는 ‘잔뫼’라고도 불렸는데, 신라 임금의 행궁터이자 군사요지로 토성과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화원동산의 상화대 10경 시비를 보면 신라 임금이 9번 다녀가고도 남을 풍경이 펼쳐진다.

삼포의 가을 풍경은 황금색으로 단장하였고/ 깊고 푸른 강물위에는 돛단배들이 백조처럼 오가고 있네/ 고령이라 다산 땅에는 저녁밥 짓는 연기 안개같이 퍼져가고/ 높이 솟은 비슬산에는 조는 듯한 구름으로 덮여 있네

가야산, 비슬산, 금호낙동강을 두루 관찰할 수 있는 화원동산 전망대 위에 올라 보면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류지에 조성된 달성습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국내 최대의 내륙 습지인 달성습지는 폐쇄형습지, 범람형습지, 수로형습지 등 모든 형태를 다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안동댐을 만들 때 도산서원 주변에서 옮겨 온 것으로 알려진 송사정과 화원정에서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화원동산 전망대에서 사문진나루터로 가는 길은 절대 감속 라이딩을 필요로 하는 다운힐 구간이다. 1993년 사문진교 개통으로 역사 속으로 퇴장한 대구의 관문 사문진나루터는 스토리텔링을 넘어 히스토리텔링을 필요로 하는 곳인데, 대구의 ‘랜덤마크’가 돼버려서 갈 때마다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사문진나루터는 500년 팽나무와 한국 최초의 피아노 이송, 이규환 감독의 ‘임자 없는 나룻배’ 촬영지만 해도 차고도 넘치는데 주막촌 조성으로 사문진나루 특유의 아우라를 훼손해 버렸다. 수변 정비사업을 한 번 더 해야 할 지경이다.

사문진교에서 강정고령보까지는 5㎞ 남짓 20~30분 안에 주파할 수 있다. 사문진교 인도 폭은 좁아서 자전거 교행이 불가능하다. 콩 한쪽도 나눠먹은 조상들의 지혜를 발휘해서, 먼저 본 라이더가 적당한 위치에서 정차해 양보하는 순간 교폭이 늘어날 것이다. 다리를 건너면 고령군 다산이다. 다산에 도착하면 맨 먼저 찾게 되는 곳은 길 건너 사문나루3길에 있는 나루터 어탕집이다. 가끔은 어탕을 먹기 위해 사문진 자전거 나룻길 라이딩에 나서게 하는 자전거 맛집이다.

사문진로를 횡단해서 호촌강변 자전거길로 들어가면 다산공원, 고령 체육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호촌강변 자전거길에서 인상적인 것은 야간조명등 설치 상태가 돋보였다는 점이다. 광역시정을 넘어서는 군정이다.

호촌강변 낙동강자전거길을 이용하여 다산면 곽촌리의 강정고령보 우안에 이른다. 강정고령보는 보도교로, 이 일대엔 자전거뿐만 아니라 무동력 교통수단을 활용하는 사람이 많이 찾아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곳이다. 처음 강정고령보를 건널 때 낙동강물 떨어지는 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았다. 흐르지 않는 강물이 우렁차게 들리는 것인가. 언제부턴가 내 귀를 의심하며 강정고령보를 달린다.

4대강 공사에 의해 희극적으로 탄생한 사문진 자전거 나룻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강정고령보 좌안에 이르면 좌측으로는 문산정수장 방향, 우측으로는 낙동강변 랜드마크 디아크가 나온다. 장거리 라이딩을 하고 싶으면 문산정수사업장으로 가는 낙동강자전거길에 터를 잡은 낙동제일강산 영벽정(暎碧亭)으로 가봄직하다. 잠겨 있는 대문 앞에 앉아 눈앞의 낙동강자전거길을 즐기는 바이커들과 흐르지 않는 낙동강을 지켜보면 양 갈래 감정이 교차한다.

“십 리 푸른 강이 동서로 띠하여 비치고 아지랑이 스린 절벽과 바람 타는 돛배 있어 그 좋은 경치가 낙동 제일강산이라 세상에선 말한다.”

자전거 둥근 두 바퀴로 다시 강정고령보 디아크로 돌아가면 대구와 경북을 하나로 이어주는 사문진 자전거 나룻길은 평지라이딩의 백미로 완성된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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