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구시 북구 육군 제50사단 신병훈련장에서 훈련 도중 수류탄이 터져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육군 구급차가 50사단 정문을나오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
지난해 포항 해병대에서 수류탄 사고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데 이어 대구 50사단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나 사고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수류탄의 불량 가능성도 제기됨에 따라 이번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11일 육군 제50사단에 따르면 이날 폭발사고는 신병교육을 받던 손모 훈련병(20)이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던 중 일어났다.
50사단은 “수류탄 훈련장에 있는 안전참호 네 곳 가운데 한 곳에 교관과 함께 들어간 손 훈련병이 ‘안전핀 뽑아’ ‘던져’란 중앙통제소의 지시에 따라 수류탄을 든 손을 뒤로 젖히고 던지려는 순간 폭발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은 손 훈련병이 수류탄 안전핀을 뽑은 상태에서 안전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않았거나, 수류탄 자체의 불량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역대 수류탄 사고는 긴장 상태에서의 실수로 안전 손잡이를 놓치는 바람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2년 8월8일 경기 포천의 육군 모부대 신병교육대 훈련장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을 받던 홍모 이병(당시 20세)이 폭발사고로 숨졌을 당시 군 당국은 홍 이병이 안전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류탄의 불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다.
앞서 지난해 9월16일 포항 남구 오천읍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 중 일어난 폭발은 사고 원인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사고 당시 수류탄을 들고있던 박모 훈련병은 손목 절단과 뇌 손상 등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군 당국은 박 훈련병의 실수인지 수류탄 자체의 불량인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해병대 측은 절차대로 엄격하게 훈련을 한 만큼 불량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방기술품질원은 동일품종인 K400 세열 수류탄 1천10발로 실시한 기술시험 결과,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날 50사단 사고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사고의 원인이 된 수류탄이 애초부터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육군 탄약사령부가 지난해 4월17일 실시한 탄약 정기시험에서 K413 수류탄 30발 중 6발이 지연시간 ‘3초미만’에 폭발한 것을 발견했다”며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해당 수류탄의 치명적 결함이 밝혀진 만큼 동일 수류탄에 대한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재고량 전수에 대한 점검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군 당국은 이번 사고에 대해서도 훈련병의 실수인지, 수류탄 불량에 따른 것인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는 “사고 조사팀을 꾸려 사고 현장 등을 검식중”이라며 “정확한 사고 경위에 대한 정밀 검증을 거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고 수류탄은 K413 경량 세열수류탄으로, K400에 비해 가볍지만 내부에 장입된 철구슬 형태의 파편이 직육면체 형태로 바뀌어 위력은 비슷하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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