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아줌마 금융설계 벗어나
비교판매 GA시스템 확산 전망
수익보다 고객 맞춤에 최우선
원스톱 금융백화점 향해 매진
“국가별 GDP 대비 보험료를 비교해보면 한국이 세계 5위 수준입니다. 4인 가족 1가구가 평균 15개 보험을 들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글로벌 컨설팅업체 캡제미니(Capgemini)가 최근 발간한 ‘2015년 세계 보험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들의 보험 만족도는 30개국 중 25위에 그쳤습니다.”
삼성생명 상무 출신으로 2007년 ‘에이플러스에셋(A+에셋)’을 창립해 불과 8년 만에 국내 최대 금융판매 법인(GA, General Agency)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곽근호 에이플러스에셋 회장(59)은 보험업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현역 금융인으로서 국내 보험 소비자의 고객만족도가 이 정도로 평가받은 것에 스스로도 충격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영남대에서 금융산업 발전을 통해 국가경제 성장에 기여한 공로로 명예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곽 회장을 서울 삼성동 에이플러스에셋 사옥에서 인터뷰했다.
곽 회장은 “얼마 전 한 경비원이 찾아왔는데 90만원의 월급 중에서 58만원을 보험료로 내고 있었다. 너무 무리한 수준”이라며 “각종 보장과 혜택을 앞세워 가입을 유도하는 보험사들이 막상 약관과 보험료에 대한 설명에는 충실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속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영국과 미국 같은 선진국에선 보험뿐 아니라 여러 금융상품을 비교·판매하는 투자의 토털 솔루션 업체가 대세”라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보험 판매의 80%가 개별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 손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도 고객의 니즈(needs·필요)에 맞춰 보험뿐 아니라 금융상품 전반을 비교 판매하는 GA 시스템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GA’는 국내에선 아직까지 생소한 어휘인데, 소위 ‘보험 아줌마’를 중심으로 한 보험사별 설계사 조직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다양한 제휴사 상품을 파는 종합판매법인을 말한다. ‘보험 백화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GA로서 에이플러스에셋의 성장은 현재 한국 보험 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경이로울 정도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다.
곽 회장은 “고객의 니즈를 맞추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철저한 직원 교육, 초심을 잃지 않고 정직·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업경영이 바탕이 됐다”며 “직원들에게 보험을 팔아 많은 수익을 남겨오라고 주문하지 않는다.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을 팔고, 입소문을 타고 저변을 넓히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성공 비법을 전했다. 이른바 ‘착한 마케팅’으로 승부한 것이 적중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거짓 정보나 정직하지 못한 영업으로는 이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믿는 그는 2013년 5월 자신의 경영전략을 담은 ‘착한 마케팅으로 승부하라’는 책을 내 출판가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곽 회장도 처음에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시작했다. 대구 출신인 그는 영남대를 졸업하고 ROTC로 전역한 뒤 삼성생명에 입사했다. 그는 “ROTC 출신이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삼성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 입사한 뒤 상당수가 명문대 출신 동기들을 바라보면서 곽 회장은 “‘난 남들에 비해 부족하기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졌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지점의 말단 총무에서부터 시작한 곽 회장은 “1년 중 단 하루밖에 안 쉬었을 정도”로 미친 듯이 일을 했다. 그것이 힘이 되어 첫 부임지에서 영업소장으로 올라간 곽 회장은 그해 전사 꼴찌의 지점을 최우수 지점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하는 등 가는 곳마다 탁월한 실적을 냈다. 실적을 발판으로 곽 회장은 삼성그룹 비서실로 옮기게 됐다. 1992년부터 1997년까지 5년간 비서실 내 경영진단 팀에서 일하면서 개별회사에서는 쌓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최고 인력이 모인 비서실 생활에서는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탈모증이 생길 정도였다”며 “삼성증권의 전신인 국제증권을 앞장서 인수하며 삼성그룹의 증권업 진출의 산파역을 담당했다. 또 국내 장례문화 개조를 주도한 삼성의료원 장례식 리뉴얼을 주도했으며, 삼성화재 애니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는 성과를 냈다”고 회상했다.
그가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대기업의 치열한 경쟁에서 선두주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성실과 특유의 번쩍이는 아이디어였다.
그는 “초등학교를 왜관에서 다녔는데 6년 동안 반장을 하면서 뭔가를 기획하고 발표하고 일을 주도적으로 한 것이 몸에 밴 것 같다”며 “나는 아이디어가 반짝반짝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도 절실한 마음으로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나왔다. 절박한 상황에서의 몸부림이 창조적 마케팅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그렇게 25년간 삼성에서 생활했는데 급속히 변화되어가는 금융시장의 변화 속에서 GA가 대안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들어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며 “창업 후 여러 가지 고비를 넘기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앞으로 창립 모토로 내세웠던 ‘요람에서 무덤까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원스톱 금융백화점’을 향해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에이플러스에셋 외에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토털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에이플러스 에셋 라이프’와 부동산 종합컨설팅 회사인 ‘에이플러스 리얼티’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손잡고 에이플러스에셋과 같은 모델로 중국 금융판매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중국판 착한 마켓팅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 곽근호 회장의 착한마케팅 10계명
① 마케팅은 제품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다.
② 현장에서 끈질김과 간절함으로 승부하라.
③ 소통의 맥을 잡아라.
④ 저질러라.
⑤ 듣는 이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남겨둬라.
⑥ 마케팅은 소비자의 호감이다.
⑦ 고객에게 빚지게 하라.
⑧ 이야기꾼이 되라.
⑨ 주위 가까운 사람부터 잘해줘라.
⑩ 사전에 공부하고 요약해서 이야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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