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20대 총선 룰’ 쟁점과 협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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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28   |  발행일 2015-08-28 제3면   |  수정 2015-08-28
‘숨겨진 노림수’ 당리당략 때문에 한 발도 못 나간 ‘게임의 룰’
여야 ‘20대 총선 룰’ 쟁점과 협상 전망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심사소위에서 정문헌 소위원장(가운데)과 의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20대 총선 룰’ 쟁점과 협상 전망

내년 4월 20대 총선에 적용될 ‘게임의 룰’이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 주목된다. 총선이 7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에 적용될 관련 제도를 놓고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바람에 ‘게임의 룰’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 각당은 물론 내년 총선 도전을 염두에 둔 출마 예정자들은 공천 및 선거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한 채 마치 안갯속을 걸어가듯 불안한 마음으로 총선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여야 간 쟁점이 되고 있는 선거 제도는 △선거구 획정기준 △오픈 프라이머리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중대선거구제 등이다.

◆ 선거구 획정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가 현행 3대 1인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2대 1 이하로 조정하도록 결정을 하면서 올 연말까지 선거구(지역구) 재획정을 완료해야 한다. 선거구 조정 문제는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엇갈린 고차방정식이다. 선거구 조정 여부에 따라 현역 국회의원은 물론 잠재적 후보자의 대응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당초 선거구획정안을 법정시한(10월13일) 내에 국회에 제출하려면 최소한 2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지난 13일까지 선거구획정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여당과 ‘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선거구 획정 기준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당연히 선거구 획정 기준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법정시한 내에 선거구획정이 완료될지도 불투명해졌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포항북구)은 늦어도 이달말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 준수를 위해 자체 ‘데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 선거구 획정
농어촌지역 대표성 등 의견차
획정기준 합의점 못찾고 난항

◇ 국민경선제·권역별 비례대표제
與, 국민경선제 도입 당력 집중
野 “권역별 비례대표 실시” 맞서


한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27일 공직선거법소위원회를 열고 선거구획정기준과 관련한 여야 잠정합의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또다시 불발됐다. 잠정안 처리가 미뤄진 것은 지난 20일과 25일에 이어 세 번째다. 이 바람에 소위에 이어 열릴 예정이었던 전체회의도 취소됐다.

선거법소위는 오는 31일 재차 회의를 열어 잠정안 처리를 시도한다는 계획이지만, 비례 의석 축소 가능성을 우려하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일부 야당 의원과 농어촌지역의 지역 대표성 강화 방안 마련을 주장하는 농어촌지역 의원들의 요구가 커 의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완전국민경선제·권역별 비례대표제

새누리당은 낙하산 공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공천혁명에 초점을 맞춰 국민공천제라고 명명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은 지역주의 해소를 명분으로 현행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대통령 등의 공직 후보를 선발할 때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해 선출하는 방식으로 국민참여경선제라고도 한다. 국민에게 인기 있고 명망 있는 인물을 제약 없이 후보로 영입하는 데 유리하다. 당초 미국에서 유래한 오픈 프라이머리의 사전적 의미는 ‘투표자가 자기의 소속 정당을 밝히지 않고 투표할 수 있는 예비선거’로 풀이된다.

오픈 프라이머리와 관련해선 정치신인의 진입장벽 강화, 선거 이중비용 발생,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의 권한과 정당 기능 약화, 상대당 지지자의 역선택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국민의 정치 참여 및 영향력 확대, 정당민주화를 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야권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이정현 최고위원과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 등 친박(親 박근혜)계가 연일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친박계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실행되면 차기 공천권 행사에서 청와대가 개입할 여지가 줄어 친박계의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6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공천제가 여러 번의 의총을 거쳐서 당론으로 확정됐는데 뜻이 바뀐 분이 계시느냐고 물었더니 한 사람도 손을 안 들었다”며 “그래서 당론으로 확정된 국민공천제를 그대로 강력하게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에서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5∼6개 정도의 권역으로 나눈 뒤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지역+비례)를 먼저 배정하고 뒤 그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것을 말한다.

새정치연합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영남권에서 새정치연합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9대 총선 득표율을 기준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본 결과, 여당인 새누리당은 현 야당의 초강세지역인 호남권에서 4석을 얻는 데 그쳤지만, 새정치연합은 대구·경북 5석, 부산·울산·경남 14석 등 총 19석을 얻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에 오픈 프라이머리-권역별 비례대표제 ‘빅딜’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민공천제는 국민 정치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과도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흥정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내년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수와 비례대표 의원수 배분 문제에 있어서도 여야의 입장은 엇갈린다.

국회 정개특위는 27일 선거법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비율 조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여야가 각각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앞서 여야는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유지하되, 최대 쟁점인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정하도록 잠정합의한 바 있다. 이 잠정합의안대로라면 획정위의 선거구 획정 결과에 따라 지역구수는 △현행유지(246석) △증가(246석+α) △감소(246-α) 등 세 가지 모두 가능하게 된다.



◇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與 “지역구 늘리고 비례대표 축소”
野 “비례, 현행 유지하거나 늘려야”

◇ 선거구제
안철수 “한 지역구 3∼5명 뽑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 주장


비례대표 의원수는 원칙적으로 여야가 합의한 국회의원정수 300명에서 지역구 의원수를 빼면 된다.

새누리당은 인구증가로 지역구수 증가가 불가피하므로 늘어나는 지역구수만큼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는 현행수(54명)를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정의당은 “지역구 의석수를 몇 명으로 할지 정하는 것은 법률사항이고 선거구획정위에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결정 권한을 갖도록 위임한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국회에서 지역구수와 비례대표 의원수를 명시해서 획정위에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중·대선거구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지난 26일 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한 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3~5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역구별로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 유지를 전제로 오픈 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를 논의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여야 간 협상 의제의 전면 수정을 요구한 셈이다.

안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현 소선거구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의원 300명을 전원 바꾸더라도 똑같은 국회의 모습이 될 것”이라면서 “소선거구제를 개편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여러 중요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그대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으며, 그 경우 국가적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의 경우 새누리당 지역구에서는 모두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 지역구에서는 모두 새정치연합이 뽑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한 지역구에서 3~5명을 뽑는 중선거구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게임의 룰’을 둘러싼 여야의 논의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 제안은 본질적 사안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최종무기자 ykjmf@yeongnam.com

■ 선관위,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 
현 행   개정 의견
국회의원정수 300명
(지역구 246명, 전국단위 비례대표 54명)
의원정수 국회의원정수 300명
(지역구 200명 안팎, 6개 권역별 비례대표 100명 안팎)
전국 정당 득표율로 배분 비례대표제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 비례대표 배분, 석패율제 도입
당내경선, 여론조사경선, 전략공천 등 후보 경선 완전국민경선제 실시
선거일 직전까지 후보자 사퇴 가능 후보자 사퇴 선거일 전 11일부터 후보자 사퇴 금지
후보자 사퇴 때 선거보조금 반환 불필요 선거보조금 후보자 사퇴 때 선거보조금 반환
지구당 및 당원관리 불가 지구당 구·시·군당 허용, 당비 모금 및 당원관리 허용
법인,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정치자금 법인, 단체의 정치자금 선관위 기탁 허용
연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한도액 1억5천만원으로 제한(선거있는 해는 3억원) 연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한도액 2억원으로 상향
(선거있는 해는 4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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