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캠페인 소원을 말해봐] 사시에 속눈썹 찔려 뛰놀지도 못한 ‘다섯살 태연이의 쌍꺼풀수술’

  • 이은경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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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24   |  발행일 2015-08-24 제5면   |  수정 2015-08-24
[2015 캠페인 소원을 말해봐] 사시에 속눈썹 찔려 뛰놀지도 못한 ‘다섯살 태연이의 쌍꺼풀수술’
지난 11일 이세엽 동산병원장이 수술을 마친 뒤 병원장실에서 태연이를 살펴보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사회복지법인 소망모자원 생활복지사 배향란입니다. 소망모자원에 지난 1월에 입소한 모자가정이 있습니다. 4세 남아와 5세 여아 남매가 모두 사시입니다. 안경을 써서 치료 중이어서 많이 교정되고 있지만, 큰아이는 속눈썹이 망막을 찔러 염증을 자주 일으켜 쌍꺼풀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입니다. 아이 엄마가 경제적인 능력도 육아에 대한 지식도 살림도 서툴러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태랍니다. 애들 아버지는 총각이라 속이고 접근해선 지금은 양육비도 주지않고 재혼하는데 걸림돌이라며 남매를 호적에서 파가라고 한답니다. 남매가 아직 어려 돈 벌러도 못가고 얼마 전에는 전기료가 밀려 단전될 뻔하기도 한 위기도 있었습니다. 큰아이의 쌍꺼풀 수술이 시급한데 형편이 어렵고 딱하여 몹시 안타깝습니다. 영남일보에 ‘소원을 말해봐’코너가 있다는 걸 알고 이렇게 호소해봅니다.

아버지 버림받은 엄마와 남매
힘든 형편 病 알고도 치료못해
원시까지 겹쳐 더 심각한 상태

이세엽 동산병원장 무료 집도
2시간여 걸친 힘든 수술에 울다
“예쁘게 사진 찍자”니 금세 활짝

다섯 살 태연이는 유난히 크고 맑은 눈망울을 가졌다. 크고 맑은 눈을 마주하면 절로 웃음이 나게 하는 아이다.

하지만 그 예쁜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린다. 사시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태연이의 손은 자주 눈을 비벼댄다. 속눈썹이 망막을 찔러서다. 눈동자는 수시로 염증이 생기고 햇볕 아래서는 눈이 부셔 제대로 뜨지도 못한다. 태연이가 환한 햇볕 아래서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이유다.

태연이는 한 살 아래 동생 태권이와 함께 어머니(김현정·31)를 따라 지난 1월 소망모자원에 입소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하룻밤 불장난에 태연이를 임신한 현정씨는 남편과 겨우 1년 남짓 살았을 뿐이다.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남편은 폭력적이었다. 부부싸움 끝에 3개월 된 태연이를 들고 내던지기도 했다. 현정씨는 그때 충격 때문에 태연이가 세 살짜리 몸무게도 못 될 만큼 약하고 말도 어눌하다고 믿고 있다. 동생 태권이는 아버지도 없이 태어났다. 태권이를 임신하고 나서 남편은 아예 집을 나갔고 연락도 끊었다. “태연이도 태권이도 내 자식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책임질 필요도 없다.” 남편이 남긴 말이다. 지난해 5월에는 아예 이혼신고까지 해버렸다. 현정씨의 부모님도 기초생활수급자로 형편이 넉넉지 않다. 도움받을 곳이라곤 없는 현정씨는 두 아이를 키우며 공장과 마트, 식당 등을 전전하며 힘들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태연이가 두 살이 좀 넘었을 때였다. 어린이집 교사가 태연이의 사시를 먼저 발견했다. 병원에 데려가니 사시 치료 안경을 처방해주었다. “속눈썹이 망막을 찔러서 염증이 계속 생깁니다. 이대로 두면 시력이 심각하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드시 쌍꺼풀 수술을 해야 합니다.”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기도 힘든 현정씨에게 수술이라니 언감생심이었다. 태연이는 계속 눈을 비벼댔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지난 11일 태연이는 수술을 받았다. 소망모자원 배향란 복지사가 태연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영남일보 ‘소원을 말해봐 코너’에 알려온 것이다. 동산병원에서 흔쾌히 무료 수술을 지원하고 나섰다. 이세엽 동산병원장(안과)이 고맙게도 직접 집도에 나섰다. 이미 예쁜 쌍꺼풀이 있는데도 태연이는 쌍꺼풀 수술을 받는다고 하니 좋아라 했다. 더 예뻐진다는 말에 활짝 웃었다.

태연이의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사시 치료를 위해 쓰고 있던 안경은 눈에 제대로 맞지 않았다. 원시도 심했다. 원시 치료는 안경으로 되는 것이 아닌데다 늦어도 첫돌 즈음엔 치료에 들어갔어야 했다.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내사시는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속눈썹이 눈을 찔러 망막에 잦은 상처가 생겼다. 상처에 빛이 산란되면서 눈이 그렇게 부셨던 것이다. 부신 눈을 참지 못해 하루 종일 눈을 비벼댔던 것이고.

이날 태연이는 눈 아래쪽 살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안경으로 치료되지 않는 사시 수술도 받았다. 근육을 풀어 눈동자를 제 위치로 돌려놓는 수술이다. 2시간여 걸친 수술이 힘들었던지 태연이는 여러 번 울음을 터트렸다. 사탕을 쥐어주며 “사진을 예쁘게 찍어야지”하니 울다가도 금세 웃는다. 이 원장은 “수술이 아주 잘 됐다. 이제 눈동자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재발할 가능성도 있으니 앞으로 원시 굴절검사를 자주 받으러 오라”고 당부했다. 현정씨가 그제서야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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