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정보에 쉽게 결정 못하는 현상)
큐레이션 서비스 산업 확산
수많은 정보 입맛맞게 가공
패션·음악·영화·책 등 추천
회사원 정모씨(여·24)는 선택하는 게 항상 힘들다. 쇼핑을 할 때도 늘 친구를 대동해 의견을 들은 뒤에야 구매를 결정한다. 이른바 ‘결정 장애’를 겪고 있는 것.
정씨는 “물건을 하나 사려고 해도 많은 종류의 상품이 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어떤 것을 구매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최근 온라인 마켓이 활성화되면서 피로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 선택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넘쳐나는 상품과 각종 커뮤니티의 상품 관련 정보가 쏟아지면서 쉽사리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하는 ‘햄릿 증후군’을 겪는 이가 늘면서다.
햄릿 증후군은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의 주인공 햄릿의 우유부단한 성격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끊임없이 망설이기만 하는 현대 소비자의 심리 경향을 지칭한 것이다.
김난도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5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에서 햄릿 증후군을 첫째 키워드로 꼽기도 했다. 이에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큐레이션 서비스, 개인 컨설팅 서비스 등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인터넷에서 수집된 수많은 정보를 이용자의 입장에 맞게 가공해 원활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일컫는다. 미술계에서 화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선별해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curator)에서 파생된 말이다.
큐레이션 서비스의 범위는 단순히 상품 구매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일 서비스를 시작한 ‘쇼픽’은 패션 전문가 그룹이 소비자에게 상황이나 취향에 맞는 패션 스타일을 추천한다.
이 밖에도 장르별 전문가가 음악을 선정해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밀크뮤직’, 이용자의 취향을 다각도로 분석해 영화를 추천해 주는 ‘왓챠’, 이용자의 도서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도서를 추천해주는 개인화 도서 추천 서비스 ‘북맥’도 인기다. 한 달에 한 번 전문가가 선택한 셔츠를 배송해 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온라인 마켓에서 특정 상품을 구매한 이들이 선택한 또 다른 상품을 추천해주는 시스템도 큐레이션 서비스에 포함된다.
백승대 영남대 교수(사회학과)는 “무속인을 찾는 젊은 층이 아직도 많다는 것은 햄릿 증후군의 한 단면이다.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현상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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