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의 정신세계] 인사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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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18  |  수정 2015-08-18 09:33  |  발행일 2015-08-18 제20면
[곽호순의 정신세계] 인사이드 아웃

뇌 생리와 관련되는 지식에 바탕을 둔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주인공 ‘라일리’는 열한살 사춘기로 파란만장한 마음의 동요를 겪는 소녀다. 라일리의 마음속에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등 다섯 감정이 자리 잡고 있으며 여러 가지 상황에서 그 다섯 감정이 각각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었다.

라일리가 열한살이 됐을 때 가족이 멀리 이사를 했고 라일리는 새로운 친구들과 낯선 곳에서 적응을 해내야 하는 갈등이 생긴다. 열한살짜리 라일리에게는 그 적응이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급기야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기쁨이’와 ‘슬픔이’가 마음 조절 센터에서 빠져 나와 버린 것이다. 즉 안에 있어야 하는 감정이 밖으로 나와 버렸으니 그래서 ‘인사이드 아웃’이 된 것이다.

기쁨과 슬픔은 정말 중요한 감정인데 그 감정들이 자기의 역할을 못하게 되니 그 후 나타나는 라일리의 반응은 정말 혼돈 그 자체이다. 기쁨에 대한 감정이 없어지고 슬픔에 대한 감정이 적절하지 못하니 모든 반응이 혼돈스럽다.

사춘기는 ‘혼돈의 시대’라고 불리는데 이는 뇌기능의 발달과도 큰 관련이 있다. 사춘기의 뇌는 급격하게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며, 뇌가 발달한다는 것은 수많은 뇌세포가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뇌 세포는 수많은 팔을 가지고 있다. 그 팔들이 급격히 자라나와 다른 뇌세포의 팔과 서로 악수하고 같이 껴안고 그리하여 여러 정보를 나누게 된다. 이렇게 뇌 세포들이 서로 접촉하는 것을 우리는 연접이라 부른다. 사춘기는 이 연접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이고 이때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뇌의 기능은 평생을 좌우한다. 이 연접이 왕성히 이루어질 시기에 학습이 중요하고 철학적 사색이 중요하고 예술적 감정들이 큰 영향을 끼치며 가치관이 생겨나고 꿈이 만들어지고 자신의 정체감을 형성한다. 이 시기 이후에는 이렇게 강렬하게 연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나 중요한 시기다.

뇌의 앞부분, 즉 전두엽은 고도의 뇌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감정을 제어하고 인내심을 가지게 하며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 사색하고 도덕적 관념을 가지는 등의 뇌기능을 담당한다. 뇌의 측면, 즉 측두엽의 내면에 마치 복숭아 씨앗처럼 생긴 부위를 편도체라고 하는데 이곳은 강렬한 감정을 처리하며 두려움을 느끼거나 반대로 공격적이거나 버럭 화를 내거나 혹은 소심하게 되는 등의 뇌기능을 주로 담당한다. 사춘기 때에는 이 뇌기능이 골고루 잘 발달하지 않는다. 편도체의 활성이 강하게 나타나지만 전두엽의 기능들은 아직 덜 여물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변덕스럽거나 불의를 보고 참을 수 없어 하거나 충동적이거나 지나치게 소심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춘기의 뇌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춘기의 뇌 발달이 평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잘 만든 애니메이션 한편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도 한다.<곽호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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