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구 세계마스터스실내육상 성공전략](중) 佛리옹-일상에서 즐기는 생활체육

  • 이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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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17   |  발행일 2015-08-17 제26면   |  수정 2015-08-17
‘자아발견·행복추구’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 발견해야
‘참가·수상’ 경력관리서 탈피
여가생활로 즐기는 시민 많아
“정치 배제…순수성 되찾아야”
[2017 대구 세계마스터스실내육상 성공전략](중) 佛리옹-일상에서 즐기는 생활체육
지난 14일 프랑스 리옹시 발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세계마스터스육상경기대회’에 출전한 각국 선수들을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그땐 정말 힘이 나더라고요.” 마라토너 박상호씨(64)는 지난 14일 프랑스 리옹시 발몽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천500m달리기 종목에서 5분28초78을 기록, 5위로 골인했다. 박씨는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충분히 연습을 했기 때문에 본선 진출 가이드라인인 3위 안에는 들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실전에선 부진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준 카를로와 캐나다 출신 로버트가 시종일관 1, 2위를 앞다퉈 레이스를 주도했다. 중반 그룹에선 박씨를 비롯해 로이자 론두(콜롬비아)와 몰리누보(스페인)가 막판 50m를 남겨 놓고 경합을 벌였다. 박씨는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당시 관중석에 있던 1만여 명의 프랑스 시민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코레아, 코레아”를 연신 외치며 박씨를 응원했다. 승패에 관계 없이 생활체육 경기를 관람하고 함께 즐기는 것이 하나의 시민문화로 자리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박씨는 “한국에서 마라톤대회를 하면 관중은 없고 행사 주관사 관계자만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데 여기는 정말 다른 것 같다”며 “가족과 친구 단위로 모여 취미로 운동을 하고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복의 척도가 된 생활체육

프랑스 등 선진국 시민들에게 생활체육은 일상에서 즐기는 여가문화이다. 그들은 주말이면 피크닉 준비에 앞서 각자 좋아하는 생활체육 종목을 즐길 준비를 빼놓지 않는다. 이번 대회 자원봉사에 지원한 레이몬드 마틴씨(여·57)는“유럽인들 대부분은 굳이 프로스포츠 종목이 아니더라도 이웃과 함께 생활체육을 통해 얼마든지 자아를 발견하고 행복을 추구한다”면서 “특정 집단의 정치적 도구나 목적이 아니라 순수 개인과 가족, 공동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때 생활체육은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생활체육은 태동 배경과 목적이 처음부터 달랐다. 지난 90년대부터 지역 유지와 재력가 등이 회장을 맡으며 영세한 규모로 출발한 한국의 생활체육은 김대중정부 이후부터 정부의 재정 및 제도 혜택을 받으며 몸집을 키웠다. 그 결과 생활체육지도자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비롯해 각종 생활체육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게 됐다. 그러나 생활체육이 특정 정치세력과 유착돼 당초 취지가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구 대회 성공 개최 관건은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철저하게 실용적인 차원으로 생활체육에 접근한다. 지난해 일본 육상연맹이 실시한 자체 마스터스 대회에 일본 마라토너 4천여 명이 회비를 내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대회 자체를 즐기기보단 수상 등 경력 관리나 대회 참여에 따른 당근을 얻어내기에만 혈안이 돼 버린 게 현실이다. 대구 생활체육계 한 인사는 “생활체육 인프라와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를 즐기는 시민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차이점은 2017년 3월 대구 세계마스터스육상대회를 추진 중인 지역 생활체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민 누구나 대회의 주인이 돼 대구가 전 세계인들이 찾을 만큼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게 필수 과제이다. 특정 그룹 소수자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생활체육을 통해 대구가 더욱 더 역동적인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프랑스 리옹에서

글·사진=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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