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밤 10시30분 대구시 수성구 수성못역 앞에서 축제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시민들이 역사로 진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대구 도시철도를 타기 위해 한밤에 수성못에서 범어역까지 걸었습니다. 정말 대구가 국제대회를 치러낸 도시가 맞습니까. 축제장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변할 때까지 행정당국과 경찰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난 14일 밤 11시 수성구 범어역에서 만난 김찬수씨(46·대구시 달서구 감삼동)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학생 자녀, 아내와 함께 수성못에서 열리는 불꽃 축제를 보러왔다는 그는 도시철도 3호선을 이용하려 했지만 수성못역에는 진입조차 하지 못한 채 4㎞가량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씨와 인터뷰를 진행하자 같은 고생을 했다는 시민 10여명이 기자에게 원성을 쏟아냈다. 이들은 행사장 입장부터 대중교통 이용에까지 어느 것도 매끄럽지 않았던 비정상적 축제였다고 지적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수성못 일대에서 열린 ‘대구 신바람 페스티벌’을 놓고 지역민의 불만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행사는 행정자치부가 광복절을 맞아 전국 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대기업과 광역자치단체에 대국민 이벤트를 요청하면서 개최됐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주최하고 대구시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한화가 후원했다.
14일 오후 2시부터 열린 이 행사는 창조경제 플레이 그라운드, 하나 된 우리, 신나는 대한민국, 대한민국 만세 등 4부로 나눠 8시간 동안 진행됐다. 특히 밤 9시20분부터 시작된 불꽃축제는 이날 오전부터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이날 행사장에는 경찰 추산 5만여명이 운집했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미숙한 운영으로 시민의 기대는 분노로 바뀌었다.
이날 오후 8시 이후 도시철도 3호선 범물 방면은 신남역 이후 구간에서 대부분 탑승할 수 없었다. 수성못으로 이동하려는 인원이 폭증한 탓에 2·3호선 환승역인 신남역 이후 전동차는 만원상태였고, 하차 인원 없이는 탑승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밤 10시 이후 수성못역 주변 도로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역사로 진입하지 못한 채 대기하는 시민들은 차도까지 넘쳐났지만 이를 통제·관리하는 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시철도를 타지 못한 대부분의 시민이 도보를 택했고 이 행렬은 범어네거리까지 이어졌다.
앞서 대구시는 도시철도 3호선을 비롯해 대중교통을 이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이용이 늘어날 것이 분명한데도 3호선 증편운행 외에는 별다른 교통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여기에다 도시철도공사는 3호선 배차간격을 평소와 같이 유지했으며, 역사마다 전동차 승차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시스템에 따라 차량이 운행되기 때문에 배차간격을 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신 직원과 안전요원을 배치해 불편을 줄이려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대구시와 경찰의 미숙한 교통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오후 6시 이후 수성못 인근 도로는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었다. 수성못으로 진입하려는 차량이 이어지면서 이 일대의 교통은 사실상 마비됐다. 수성못 구간 도로에는 차량과 시민들이 뒤엉켜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고, 이로 인해 차량의 경적과 고성이 오가는 등 축제장은 무질서의 극치를 보였다. 동대구로와 무학로 등의 차량 정체는 밤 11시가 지나서야 풀렸다.
시민들은 관람객 수만명이 운집할 것을 예측하고도 이같이 혼란을 방치한 것은 대구시와 경찰의 안이한 대처 탓이라고 지적했다. 대체 주차장을 설치하는 등의 소극적 대책이 오히려 차량 이용객 증가를 키웠다는 것이다.
김영도씨(59·수성구 지산동)는 “이날 대구백화점에서 오후 8시에 출발했는데 집에 도착하니 밤 9시50분이었다”며 “경찰 수신호 조작 등 교통 대책이 전무했다. 밤 9시30분쯤 두산로를 지날 때는 경찰관이 통제는커녕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황종길 대구시 건설교통국장은 “축제에 대비한 별도의 교통대책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축제 당일 시민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3호선 연장운행을 결정했다. 자정까지였던 기존 운행시간을 50분 더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해명했다.
글·사진=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