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전 여름,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형식적인 안부인사가 끝난 뒤 영남일보에 칼럼을 연재해 보지 않겠냐는 본론을 꺼내신다. 그저 혼자만의 일기장인 블로그와는 달리 공식적인 지면에 글을 쓴다는 게 부담으로 다가와서 처음에는 고사했다. 계속되는 권유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으로 2013년 8월9일 처음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40편이 넘는 칼럼을 쓰면서 블로그와는 또 다른 경험을 많이 했다. 신문에 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들었고 우리 음식점에도 좀 와달라는 부탁을 듣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취재를 다니는 기자가 아니고 그저 내 마음에 드는 음식을 소개하고자 마음먹은지라 그런 부탁에는 일절 응하지 못한 점 지면을 빌려 양해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칼럼이란 잣대로 보니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신력을 위해서 소비자의 주관보다는 객관적인 점과 업주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시선을 바꾸면 같은 풍경도 사뭇 달라 보이는 법이다. 매일 다니는 출퇴근길도 운전석과 조수석의 풍경이 다른 것처럼.
대구는 예전부터 ‘먹을 게 없는 고장’이란 오명을 쓰고 있었다. 특별히 맛난 음식도 없으면서 맵고 짜기만 하고, 여기다가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이 불친절로 느껴지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대구의 음식을 폄훼하진 못할 정도로 음식의 종류와 수준이 높아져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대구10미(味)’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국수를 먼저 꼽고 싶다. 1인당 건면소비량이 전국 최대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국수야말로 대구가 사랑하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동네마다 괜찮은 국숫집이 하나씩은 포진해 있고, 특히 서문시장에 가면 어느 집을 고르는 게 무색할 만큼 상향 평준화된 국수 맛을 볼 수가 있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시원한 잔치국수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뜨끈한 칼국수가 최고의 맛이다.
커피도 대구 하면 빼놓을 수가 없다. 대구발 프랜차이즈 업체도 많이 있고, 전국적·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전문점들이 유독 대구에서 고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언젠가부터는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커피숍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수와 커피 이외에 쇠고기도 대구가 막강하다. 한우로 유명한 경북지방의 중심에 있는 덕분에 각지의 한우가 꽤나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다. 어떤 집에서는 산지보다 더 저렴하게 맛볼 수도 있다. 타 지방, 특히 서울에서 한우를 먹어본 적이 있다면 대구의 쇠고기 값이 얼마나 저렴한지 깨닫게 된다.
대구10미 중에서는 찜갈비를 으뜸으로 삼고 싶다. 다른 음식점들에 비해서 주인장들의 세대교체가 가장 자연스럽게 되고 있고, 1세대의 노련함에 젊은 세대의 감각이 더해져 날이 갈수록 동인동을 찾는 젊은 층이 많아지고 있다.
오랜 전통의 음식점들이 본받아야 할 모습이 아닐까 싶다.
지난 2년간 지면에 졸작들을 게재한 건 아닌지,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친 건 없는지 칼럼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런저런 걱정이 들기도 한다.
미약하나마 대구의 맛을 알리는 데 일조를 했다면 이것만으로도 내겐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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