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2부] (1) ‘셉테드’ 선진국 사례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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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10   |  발행일 2015-08-10 제4면   |  수정 2015-08-10
호주, 범죄예방 넘어 보행자 중심 도로교통까지 적용범위 확대
[안전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2부] (1) ‘셉테드’ 선진국 사례
호주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워킹스쿨버스’시스템은 아이들을 모아 등하교시키는 시스템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서울 성북구가 처음 도입했다.

범죄예방디자인인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란 디자인을 통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 발생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범죄는 치밀하게 계획된 후에 저질러지기보다는 물리적인 환경에 따라 발생빈도가 달라진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환경의 적절한 디자인과 효율적인 사용만으로도 범죄 감소는 물론 범죄에 대한 불안감과 생활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 셉테드는 1960년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돼 일본과 호주 등으로 확산됐다. 범죄 예방에서 시작된 셉테드는 이제 교통과 주거환경 등으로 확대되면서 다양하고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도시 사회에서 범죄에 대한 불안감 해소와 효과적인 예방활동으로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부터 일부 지자체에서 도입됐지만, 아직 제도적 장치와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셉테드 선진 사례를 통해 범죄 예방 환경 설계의 필요성과 실제 적용 사례,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호주에서는 1980년대 이후 호주 범죄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셉테드 이론 및 기법에 관한 연구를 시행해 왔으며, 지방 정부별로 조례 제정, 정책 및 프로그램 마련 등을 통해 셉테드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전역‘워킹스쿨버스’시스템 도입
도보통학 거리 내 학생 모아 등하교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률 70%나 줄여

州정부에선 지역 특성맞춰 조례 제정
관련전문가 배치 전담조직 운영하기도

◆법률·정책 통해 의무적 적용

1994년부터는 호주 수도 특별지역(ACT, Australian Capital Territory)의 도시서비스국, 연방경찰, 범죄학연구소가 참여해 연구를 수행, ‘ACT만의 CPTED매뉴얼’을 개발했다. 공간을 일반 항목에 특정 장소에만 적용 가능한 세부 항목으로 구분해 기본적으로 일반 항목을 평가하되, 세부 항목을 평가에 참고하도록 하는 식이다. 특히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은 호주의 셉테드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되었다.

주 의회는 1999년과 2000년 올림픽에 대비한 범죄문제 해결을 위해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소위원회는 주 정부가 셉테드를 사용한 안전설계 개념을 모든 건물과 공공시설 설계에 적용해 경기장, 숙소 및 교통시설 등 모든 건물과 공공시설 건축설계에 적용하는 내용의 안을 채택하도록 해 모든 건축설계 허가가 범죄위험성 평가 후에 이뤄지도록 했다. 올림픽이 끝난 2001년 4월 환경설계평가법도 개정했다. 이에 따라 건축설계 허가 관청은 모든 건축설계 허가 심사에 있어 범죄 위험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또 유관기관들의 협력으로 범죄 예방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건축 설계·개발단계에서부터 셉테드가 적용될 수 있도록 교육·훈련·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범죄예방에서 더 나아가 보행자 중심의 안전한 도로교통 전략으로 셉테드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통학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성범죄 등으로부터 어린이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호주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워킹스쿨버스(Walking School Bus)’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워킹스쿨버스란 걸어서 통학이 가능한 거리 내(도보 30분, 최대 2㎞ 이내)에서 아이들을 모아 등하교시키는 시스템이다. 활동이 시작된 후로 호주에서는 통학로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률 70% 감소와 더불어 어린이 범죄 예방에도 큰 성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 이에 따라 영국·뉴질랜드·미국 등이 뒤이어 도입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서울 성북구가 처음 도입했다.

[안전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2부] (1) ‘셉테드’ 선진국 사례
스쿨존에 설치된 교통표지판. 오전 8시~9시30분, 오후 2시30분~4시 등하교 시간에 모든 차량 속도는 40㎞으로 제한된다.
[안전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2부] (1) ‘셉테드’ 선진국 사례
테러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호주 거리의 휴지통은 내용물이 보이도록 모두 투명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다양한 구성원들로 협의체 구성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호주에서 셉테드를 가장 먼저 도입해 체계적으로 적용시킨 도시다.

관광도시인 시드니와 수도 캔버라 등 호주의 대표 도시들이 있는 뉴사우스웨일즈스는 호주 6개 주 중 인구와 범죄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지역 이미지 개선을 위해 1970년대 후반 셉테드 가이드라인 수립, 주내 150여개 지역 정부에 적용을 권고했다. 지역 정부들은 1980년대부터 주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지역적 특성에 맞게 수정한 ‘지역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셉테드 적용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하기 시작했다.

셉테드는 현재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 법률과 환경설계 평가법, 노후 건물 개선법,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환경정책 및 개발 정책 등 각종 법률과 정책을 통해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또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지역정부에 셉테드 전담 부서인 ‘지역 안전 및 범죄 예방팀’을 만들어 셉테드 교육을 받은 전문가를 배치하고 있다. 이 부서는 지역 내 범죄 예방 업무를 전담하고 셉테드 적용을 주도한다. 경찰과 공동으로 건축물에 대한 범죄 발생 평가 및 심의를 진행하고 시민들에게는 셉테드를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셉테드를 확산시키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셉테드 전문가 육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주정부와 지역정부는 1980년대부터 ‘범죄 예방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어 범죄 예방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무원, 경찰, 건축 설계사, 교육 관계자 등 민·관의 다양한 구성원들로 조직된 이 협의체는 범죄 예방 계획 수립, 범죄 예방 관련 예산 모니터링, 안전 프로그램 정비 등과 같은 범죄 예방활동 외에 셉테드를 지역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식·확산시키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글·사진=호주 시드니에서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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