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주 메르스 유언비어로 홍역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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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11   |  발행일 2015-06-11 제30면   |  수정 2015-06-11
[취재수첩] 경주 메르스 유언비어로 홍역

천년고도(古都) 경주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언비어로 홍역을 앓고 있다.

경주는 메르스 감염보다 메르스에 대한 각종 유언비어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확산되면서 시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있다.

국가지정병원인 동국대 경주병원은 지난달 29일 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메르스 확진·의심환자 2명을 격리병동에 수용했다. 이들 환자는 메르스 1차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서 입원 중 감염된 A씨(여·79)와 B씨(여·74)다. 이들은 알츠하이머병과 대장암 수술 환자로 이 병원에 입원했다.

의심환자인 B씨도 최근 확진환자로 판명됐다. 10일 현재 동국대 경주병원에는 이들 확진환자 2명과 의심환자 C씨(57)가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병동에 수용돼 있다. 확진환자 2명도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병문안을 다녀온 C씨 또한 1차 객체 조사결과 음성으로 판명됐고, 2차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의심환자였던 D군(고교생·영천) 등도 음성이거나 독감 등으로 판명돼 퇴원했다. 결국 경주에는 메르스의 2·3차 감염환자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주에는 평택성모병원 환자 2명이 동국대 경주병원에 수용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부터 각종 유언비어가 SNS로 확산되고 있다.

SNS에는 ‘동국대 경주병원은 환자 2명을 수용하면서 20억원을 받았다’ ‘황성동 아줌마가 확진환자로 판명됐고 여중학생도 감염됐다’ ‘병원 간호사가 감염됐다’는 등 각종 유언비어가 연일 확산되고 있다. 메르스 감염이 아닌 각종 유언비어가 무섭게 전파되고 있다.

근거 없는 뜬소문이 퍼지면서 경주시보건소 등 보건당국이 업무에 큰 혼선을 빚고 있으며, 해당 병원에는 입원 환자들의 집단 퇴원과 외래환자 급감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메르스 공포감 확산은 관광 등 전 산업계로 퍼져 관광객들이 예약 취소를 하는 것은 물론 경주 이미지마저 흐리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주시보건소와 동국대 경주병원의 신속하고 정확하지 못한 초동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민들은 경주시보건소 등 보건당국의 뒷북대응에 신물이 난다는 지적이다.

보건당국이 국가지정병원 치료 병상 운영 규정 제13조 ‘기밀누설 등의 금지’를 핑계로 조기 대응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경주시는 메르스 유언비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이날 시청 대외협력실에서 경찰서·소방서 등 관련 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각종 유언비어에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메르스 확진환자 등은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감염 우려는 전혀 없다”며 “오히려 각종 유언비어가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주 2사회부 송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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