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동대구로에서 푸드페스티벌을!

  • 이춘호
  • |
  • 입력 2015-05-20   |  발행일 2015-05-20 제30면   |  수정 2015-05-20
20150520

이제는 ‘푸드투어’ 시대
막창곱창 닭똥집 뭉티기 등
‘술안주’의 메카답게
차 없는 거리 만들어
한잔 페스티벌 띄우자

사는 게 재미없다면?

일단 불금(불타는 금요일) 저녁 안지랑시장 양념곱창골목부터 가보라. 골목이 연기 자욱한 사우나 같다. 당연히 고독 끝, 즐거움 시작이다. 약속한 길이만큼 밖으로 나온 야외 테이블, 꼭 커피를 곱창으로 교체해놓은 프랑스 샹젤리제 노천카페 같다. 안지랑오거리에서 룸비니유치원까지 215m. 양편에 50여개의 곱창집. 10대부터 80대까지 어울릴 수 있다. 요즘 이런 데가 어딨는가. 수성교 옆 방천시장 내 김광석 벽화길을 둘러본 적잖은 외지 젊은 관광객이 요즘 그 곱창골목으로 부쩍 달려간다. 그뿐인가. 서구 중리동 퀸스로드 근처, 경북대 북문 근처, 서부정류장 근처, 수성못 근처…. 대구의 동서남북마다 막·곱창골목이 장승처럼 서 있다.

막곱창은 사실 ‘예고편’.

동대구역 근처 평화시장 닭똥집골목도 매일 밤 난리가 아니다. 치맥축제의 발원지인 대구는 프라이드치킨의 메카. 대구만큼 다양한 튀김닭이 존재할까. 청구네거리에서 수성교 방향으로 가다보면 좌우에 대구통닭 등 다양한 튀김닭집이 포진해 있다. 대구식 찜닭 열풍까지 불고 있다. 평일에는 뭉티기(한우 육사시미)와 육회가 주당을 흥겹게 만든다. 거기다가 반고개 근처 무침회 골목은 남문시장 옆 보쌈골목과 함께 한잔파 식도락가의 스트레스를 단번에 박살내준다. 온갖 삼겹살 구이까지 가세하면 홍대 클러버까지 쓰러트릴 수 있다.

갑자기 ‘곱창 막창 대구는 화창’이란 카피가 생각났다. 거기다가 ‘당신이 혼자라고 생각된다면 대구에서 한잔 한데이!’란 카피도 멋질 것 같다. 대구에 이렇게 많은 안주가 있으니 ‘한잔데이’ 페스티벌도 가능할 것 같다.

이참에 동대구로에서 푸드페스티벌을 벌이면 어떨까?

동대구역 앞 네거리부터 범어네거리까지. 봄부터 가을까지 월 1회 차없는 거리로 만들고 그 거리에서 ‘대구 한잔 페스티벌’을 벌이는 것이다.

구역을 나눠 막창곱창·닭똥집·뭉티기·육회·무침회·보쌈·동인동찜갈비·삼겹살 섹션을 만든다. 섹션별 색도 따로 입히자. 대로 중앙에 있는 설송에 실전구를 감아 은하수길 같이 치장해보자. 양편 빌딩에서 레이저빔과 불꽃을 쏘아댄다. 대구에서 만든 하우스맥주와 막걸리, 소주와 와인 등을 풀어준다. 지역 패션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몽골텐트와 서빙맨 전용 티셔츠를 제작한다. 대구 인재만으로도 펀 콘텐츠는 무궁무진하게 깔 수 있다.

특설무대에선 대구를 빛낸 인기 스타와 연예인, 개막식에는 강남스타일의 싸이가 나와 ‘대구스타일’을 춤추게 한다. 대구음식을 테마로 한 음악도 만들자. 유명 믹싱 디제이와 힙합 뮤지션을 불러 논스톱 밤샘 콘서트를 작열시키자. 푸드 폭염축제가 되는 것이다. 이 광경을 유튜브 등 SNS로 생중계하자. 교통과 음식쓰레기 등 각종 민원 문제는 상설 축제위원회가 해결한다.

대구는 이제 관광투어가 아니라 전국에서 제일 먼저 ‘푸드투어(Foodtour)’를 선점해야 된다. 푸드투어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푸드스토리텔링(Foodstorytelling)마케팅’이 세트로 움직여야 한다.

대구가 국제도시라고 하는데 사실 ‘선언적 의미’가 높다. 국제도시로 가려면 일단 푸드 인프라가 탄탄해야 한다. 대구는 그걸 갖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은 하나같이 대구 음식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 다들 아직 대구에서 먹을 게 없다는 반응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공무원이 정작 대구음식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탓이다. 모르면 지금부터 배우면 된다. 요즘 이동희 대구시의회의장이 라디오 광고에 나와 대구 바로 알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거기에 대구음식 제대로 알기 항목도 추가했으면 싶다.

지금 당장 동대구로 푸드페스티벌 준비위를 발족하자. DFTB(Daegu Food Tour Belt)도 구축하자. Let it go!

이춘호 주말섹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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