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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호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신학기가 시작되면 자녀의 학업부진 문제를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어난다.
일반인이 말하는 ‘학습장애’는 학업부진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학업부진을 정신건강의학적으로는 ‘학습장애’와 ‘학습부진’ ‘학습지진’으로 구분한다.
좁은 의미의 학습장애란 지능은 정상 수준이고 시각·청각 장애 등이 없는데도 특정 부문(읽기, 쓰기, 산술능력)에서 인지장애가 있는 경우 읽기장애, 쓰기장애, 산술장애로 진단한다.
이와 달리 학습지진은 지능수준이 낮고 기본적 학습능력이 낮아서 같은 학년 아동과 비교해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지적장애(지능지체)를 의미한다. 지능지수(IQ) 정도에 따라 경도(50~70), 중등도(35~49), 중증(20~34), 최중증(20 미만)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IQ보다는 사회적응 정도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대개 특수교육이 필요한 경우다.
학습부진이란 지능은 정상 수준인데 어떤 요인(환경적 요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정서적 문제)에 의해 지적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를 말한다. 대부분 학습부진은 정신건강의학적인 약물치료나 상담치료가 필요하다.
학습장애나 학습부진 아동은 지각문제나 주의산만의 문제, 기억과정이나 책략의 문제, 언어적 결함 등의 인지적 결함뿐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인 문제도 함께 나타난다. 즉 학습장애 아동은 부모, 교사, 또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보이게 된다. 또 의사소통의 부족과 상대방의 의사에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런 아동들은 학업 성취가 뒤떨어지므로 부정적 자아개념과 자신의 능력 수준을 왜곡해 자신을 상당히 머리가 나쁜 아이로 인식하게 된다. 실제로도 부모나 교사, 또래에게서 ‘바보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정적 피드백은 학습과 관련된 좌절감, 낮은 동기 수준, 학습 거부 등으로 나타나 정신사회적 부적응과 기존 학습의 어려움으로 더욱더 부정적인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로 학습장애와 학습부진 아동의 경우 우울감이나 좌절감을 많이 경험하고, 청소년기에는 비행을 보일 위험도 매우 높다고 보고된다.
부모들은 아이가 어릴 때 발달이나 이해능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읽기, 셈하기, 쓰기 등에서 아무리 교육을 시켜도 잘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학습장애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한편 이전과 달리 학업성적이 저조해지는 경우에는 혹시 다른 정서적, 환경적 문제 때문인지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진단을 내린 후 적절한 치료와 대처를 해야 한다. 따라서 학업문제에서 학습지진, 학습장애, 학습부진 아동의 경우 조기발견, 조기치료를 하여 인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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