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21세기 ‘물의 시대’

  • 박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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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25   |  발행일 2015-02-25 제31면   |  수정 2015-02-25
[자유성] 21세기 ‘물의 시대’

1967년의 3차 중동전쟁은 요르단 강이 도화선이었다. 요르단 강은 갈릴리 호수로 흘러들고, 이스라엘은 이곳에서 생활용수의 40%를 공급받고 있다. 시리아가 강 상류를 막아 흐름을 바꾸는 것은 이스라엘에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이스라엘은 즉각 수로 설비를 향해 포격을 가하고, 골란고원과 요르단 강 수로를 장악했다.

풍부한 수량으로 고대 이집트 문명을 낳은 나일 강은 인구증가와 강수량 감소로 첨예한 물 갈등을 빚는 지역이다. 나일 강 연안 10개국 가운데 이집트와 수단, 에티오피아는 제각각 나일 강에 대한 권리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나라들이다. 수단은 거대한 댐을 만들려 하고, 에티오피아는 강 일부를 막아 40억t을 끌어들이는 계획을 세웠다. 이집트가 전쟁 불사를 선언하며 즉각 반발했다.

갠지스 강은 인도에서 발원해 방글라데시를 거쳐 뱅골 만으로 흘러든다. 1974년 인도가 갠지스 강에 댐을 건설하자 방글라데시로 유입되는 수량이 10분의 1로 떨어져 농업기반이 무너질 위기를 맞았다. 그러자 방글라데시는 갠지스 강으로 유입되는 자국의 브라마푸트라 강을 막아 보복했다. 이후 두 나라는 30년 협정을 맺고 갈등을 봉합했다. 이 지역의 물 사정을 고려하면 협정은 그야말로 미봉책이다.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를 물의 시대로 규정하는 미래학자들이 많다. 지구 표면은 70%가 물이지만 이용 가능한 담수는 1% 미만이다. 그나마 수질오염과 지구온난화, 수자원 파괴로 인해 담수 공급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수자원 부족현상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21세기 국제분쟁의 최대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지구상에 2개국 이상에 걸쳐 있는 하천과 호수는 214개나 된다. 과거 50년 동안 일어난 국제 물 분쟁이 500여건에 이르고, 20여건은 군사적 충돌로 이어졌다. 하지만 국제하천의 지위와 수자원 배분에 관한 국제규범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물 분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고, 수자원은 가장 중요한 전략자원이 될 것이 틀림없다. 물 문제에 대한 지구적 협력과 공동대응이 필요한 때, ‘2015대구·경북 세계 물포럼’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박경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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