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텅 비어도 25억 보전 … 답답할 것 없는 캠코 “한 층씩 임대”

  • 최우석 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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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02   |  발행일 2015-02-02 제2면   |  수정 2015-02-02
[공공저널리즘을 실천하겠습니다] 대구시민회관, 제2의 血稅 블랙홀?
상가 텅 비어도 25억 보전 … 답답할 것 없는 캠코 “한 층씩 임대”
대구 시민회관의 산뜻한 외관과 달리 내부 상가는 임대자가 없어 썰렁하다. 대구시는 당초 큰 돈 들이지 않고 시민회관 리모델링을 했다며 자랑했지만 재개관 1년이 흐른 지금, 예상보다 큰 비용을 운영자에게 보전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2013년 11월 550여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재개관한 대구시민회관. 사업추진 과정에서 대구시는 “공사비의 대부분을 캠코가 지불하고 20년 동안 상업시설 임대수익을 통해 건축비를 회수한다”고 홍보했다. 대구시의 입장에서는 예산을 거의 투입하지 않고 시민회관 리모델링이라는 숙원 사업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재개관한 지 1년이 넘은 지금 대구시는 시민회관에 많게는 수백억원의 세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가 텅 비어도 25억 보전 … 답답할 것 없는 캠코 “한 층씩 임대”

‘월세 1억’ 응찰 힘든 구조 불구
위탁관리자는 일괄 임대 고집
유리한 계약조항 악용 ‘의혹’

업계 “애초 수익금 잘못 계산”
대구시 “임대금액 조율 노력”

◆상가임대료 과다 산정

1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민회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는 총 사업비 559억원(국비 20억원·시비 20억원·캠코 519억원)이 투입됐다. 대구시는 캠코에 20년 동안의 시민회관 위탁관리권을 줬다. 또 캠코의 투자액에 이자(당시 금리 6% 적용)를 더한 금액인 총 836억원을 20년간에 걸쳐 상환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시민회관 상가 임대 수익금으로 500억원, 나머지 336억원은 자체 재정으로 부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대구시의 계획은 처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구시와 캠코가 당초 추정한 시민회관 상가 임대수익금은 연 25억원이었던 반면, 실제 받은 것은 ‘0원’이었다. 7차례에 걸쳐 시민회관 상가 4곳, 총 9천853㎡(2천980평)에 대한 임대 입찰을 실시했지만 응찰자가 한 곳도 없었던 것.

이 때문에 대구시는 2014년 캠코에 상환하기로한 금액 75억원 가운데 50억원만 지급했다. 나머지 25억원은 고스란히 대구시의 재정으로 부담하게 됐다.

더욱이 이런 문제는 지난해만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구시는 2013년 40억원을 캠코에 지급한 뒤, 2014~2017년은 매년 75억원, 2018~2033년은 매년 31억원을 캠코에 지급하기로 했다. 2014~2033년에 지급하는 금액 중 연간 25억원은 상가 임대수익금이다.

하지만 캠코가 최근 실시한 7차 입찰의 최저금액(월 임대료)은 최초(2억2천179만원)의 절반인 1억1천89만5천원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가 임대 희망자가 없어 최저입찰금액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가 자체 재정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대구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처음부터 수익금이 잘못 계산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아마 당분간은 임대가 쉽지 않을 것이고, 임대가 이뤄진다 해도 당초 예상금액의 30% 이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대구시도 입찰금액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상가 입찰금액을 더 낮추는 것에 대해 캠코와 논의 중이다. 각종 경우의 수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최악에는 대구시가 1천억원까지 부담해야하는 상황인 만큼 가격을 낮추더라도 임대를 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캠코에 유리한 조항

대구시는 캠코에 시민회관 운영권과 함께 연간 상가 임대수익금을 25억원으로 산정한 뒤 미달되는 금액에 대해선 100% 보전하기로 했다.

운영권을 가진 캠코의 입장에선 임대 수익이 나지 않아도 25억원이 보장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캠코가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 조건을 악용해 임대를 통한 수익창출보다는 관리의 편의성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임대규모가 큰데다 임대료 마저 비싼 만큼 상가를 여러 개로 나눠 입찰하는 것이 유리한데도 캠코가 일괄 임대만을 고집한다는 것.

캠코가 7차례에 걸쳐 실시한 ‘시민회관 근린생활시설 임대 입찰공고’를 살펴보면, 캠코는 △공연지원관 지하 1층 4천595.47㎡ △공연지원관 지상 1층 4천95㎡△공연지원관 지상 2층 453.16㎡ △대공연장 지상1층 391.75㎡ 로 나눴다.

최초 입찰가의 경우, 공연지원관 지상 1층의 월세는 한달에 1억1천397만원이며, 임대차보증금은 28억4천여만원이다. 공연지원관 지하 1층의 월세는 8천58만원, 임대차보증금은 20억1천여만원이다.

한 사업자가 월세만 1억원 이상을 주고 3천300여㎡(1천여평)에 달하는 상가를 임차해야 하는 셈. 자연스레 입찰에는 단 한명도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캠코는 계속된 유찰로 7차례나 입찰을 실시하면서도, 임대규모를 변경하지 않았다. 유찰로 인해 최저입찰금액이 최초의 50% 수준으로까지 낮췄지만 임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임인환 대구시의원은 “캠코의 입장에서는 공을 들이지 않아도 25억원의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임대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다”면서 “캠코에 준 시민회관의 운영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캠코는 유리한 계약조항을 악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캠코 관계자는 “시민회관 운영 전반에 있어 대구시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계약의 유리한 점을 악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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