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구직 사이트에서도 알바 미끼 대포통장 사기

  • 박주희,최나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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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22  |  수정 2015-01-22 07:56  |  발행일 2015-01-22 제17면
생활비 절박한 대학생 등 대상
이력서 받아 개인정보 악용 급증
공범 몰려 억울하게 처벌받기도
유명 구직 사이트에서도 알바 미끼 대포통장 사기

대학생 허모씨(여·25)는 지난해 11월 한 구직사이트에서 ‘책 리뷰 알바생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다. 업체가 책 리뷰 한 건당 5천원을 준다는 솔깃한 조건을 제시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던 허씨는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업체는 책을 선구매하면 책값을 돌려준다는 명목으로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달라는 수상한 요구를 했다. 업체가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허씨는 유명 채용사이트라는 믿음과 돈이 급했던 마음에 그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줬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허씨는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됐다. 이력서의 개인정보가 악용돼 수천만원대 대포통장 사기에 연루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던 것이다.

이처럼 돈이 급한 알바생들의 약점을 이용해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 이력서를 악용한 대포통장 사기가 활개 치고 있다. 금융·사법기관·우체국 등을 사칭해 벌어지던 금융사기의 어두운 그림자가 알바사이트에까지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아르바이트 관련 게시판 등에는 알바사기·부업사기·재택사기 등 관련 피해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생활비·학자금 등 돈이 절박한 대학생·부업자로부터 알바를 미끼로 보다 쉽게 개인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방경찰청 및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최근 아르바이트 구직 관련 대학생의 금융피해 신고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발생하는 ‘알바 대포통장’ 사기는 급여제공이나 회사출입용 보안카드를 만든다는 그럴듯한 이유로 안 쓰는 체크카드나 계좌번호·비밀번호 등을 요구해 퀵서비스를 통해 가져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이력서의 개인정보와 함께 대포통장으로 악용된다.

그러나 이렇게 실수로 체크카드와 비밀번호·개인정보 등을 넘겨 그것들이 대포통장에 사용되면 사기 범죄 공범자로 몰려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고통은 배가된다.

피해자 허씨의 경우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보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허씨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생활비를 겨우 버는데, 생각지도 못한 범죄자 누명에 앞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금융사기에 연루되면 전자금융거래법에 의거해 마땅한 구제책이 없다”며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개인정보보안을 철저히 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최선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어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종락 영남이공대 사이버보안학 교수는 “사이트 운영자가 세심히 검증하는 절차를 두는 것이 맞지만, 온라인의 특성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사용자 입장에서 정보보안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최나리 인턴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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