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신호기(횡단보도 시각장애인용) 작동도 관리도 ‘빨간불’

  • 최우석,권혁준 인턴,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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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12  |  수정 2015-01-12 07:43  |  발행일 2015-01-12 제8면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 대구 5곳 중 1곳 꼴 설치
그마저 절반 고장난 상태…손 닿기 힘든 곳에 위치
음향신호기(횡단보도 시각장애인용) 작동도 관리도 ‘빨간불’
대구시 중구 삼덕네거리 횡단보도의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횡단보도와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된데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시설물에 가려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대구에서 안마사로 일하는 시각장애인 강구용씨(46)는 매일같이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출퇴근을 위해 지나가야 하는 대부분의 횡단보도에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없거나, 설치돼 있어도 고장 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에도 중구 내당네거리 한 횡단보도의 음향신호기가 작동되지 않아, 길을 건너는 데 한참 동안 애를 먹었다.

강씨는 “음향신호기가 없거나 고장 난 곳에서는 주위 사람이 건너는 소리를 듣고 감으로 건널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대구지역에서 시각장애인의 보행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횡단보도에 설치되는 음향신호기가 적은 데다 지자체의 관리마저 부실해서다.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8개 구·군에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는 총 1천607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음향신호기가 있는 횡단보도는 331곳으로, 전체의 20.6%에 머무르고 있다.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 5곳 중 4곳에는 음향신호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셈이다.

더욱이 관리부실로 고장 난 음향신호기가 그대로 방치된 곳도 많아 심각성을 더한다.

실제 취재진이 대구지역에 설치된 음향신호기 50개를 무작위로 점검한 결과, 20개의 음향신호기가 작동되지 않거나 상호신호음(출발위치와 도착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통한 시각장애인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성구 황금네거리와 중구 삼덕네거리 등 일부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화단 내부 등에 있었다.

이에 시각장애인은 보행권이 아닌 생명권을 위해 음향신호기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재덕 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 이사는 “매년 대구시에 음향신호기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설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장 나면 수십 차례 신고를 해야 수리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는 예산부족과 인력문제로 음향신호기 관리에 난색을 표명했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음향신호기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예산부족으로 대대적인 추가설치는 못하지만, 올핸 160여곳에 음향신호기를 설치할 예정”이라면서 “점검이나 수리는 인력 부족으로 쉽지만은 않다”고 해명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권혁준 인턴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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