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 후 삼성 입단”

  • 이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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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02   |  발행일 2015-01-02 제18면   |  수정 2015-01-02
■ 경북고 야구부 ‘마운드의 핵’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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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9일 대구시 수성구 경북고등학교 야구장에서 투수 박세진과 최충연, 나태환(왼쪽부터)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내년 시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경북고 야구부(이하 경고) 박상길 감독이 올 시즌을 맞는 각오는 남다르다. 대구·경북 3곳을 포함, 전국 63개 고교팀이 출전하는 ‘2015 고교야구’ 리그는 서울팀이 단연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경고는 올해야말로 지난 20년간 우승을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경고는 1993년 청룡기를 제패한 이후 최근까지 결승 문턱에 몇 차례 오른 것을 제외하고 뒷심 부족으로 수차례 우승의 기회를 놓쳤다.

박 감독은 “2013년 모교에 감독으로 다시 부름을 받고 각종 대회에 출전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경고 야구의 부활을 염원하는 총동문회 졸업생과 야구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2% 부족했던 점을 성찰하고 완전체로 거듭나기 위한 전력 보강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팀내 확고한 1선발 박세진
작년 58이닝 65개 탈삼진
‘제2의 손승락’ 우완 최충연
슬라이더 특기…불펜의 핵
권오준 롤모델 삼은 나태환
제구력으로 느린 구속 극복

박 감독은 2000~2005년에도 모교 야구부를 이끈 경험이 있다. 고교 야구팀에서 감독을 두 번이나 맡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모교 야구부가 예전만 못하다는 위기 의식이 높다는 뜻이다. 더욱이 2016년은 경고 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다. 야구부가 내년 시즌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박 감독은 70~80년대 국내 고교야구 최강자로 군림했던 경고가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고교야구 최강자가 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강력한 마운드를 꼽았다. 다행히 경고에는 구속이 140㎞ 중반대를 오가는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들이 적지 않다.

3학년이 되는 박세진과 최충연, 나태환이 마운드의 핵이다. 특히 친형인 박세웅과 함께 경고 마운드를 맡아온 박세진은 형의 kt 입단이 전혀 부럽지 않은 모습이다. 박세진은 “개인의 성적보다 팀이 우승을 하는 게 내 야구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면서 “올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둬 지역 연고팀인 삼성라이온즈 투수로 입단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형 박세웅은 kt 입단 첫해인 지난해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다승왕(9승)과 삼진왕(123개)에 올랐다. 최근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퓨처스 투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뒤질세라 동생 박세진 역시 미래 삼성 마운드의 기둥이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우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143㎞ 정도의 속구를 뿌릴 수 있다는 게 박세진의 강점. 지난해 58이닝 동안 65개 삼진을 뽑아내며 팀내 1선발로 위상을 다졌다. 180㎝·82㎏의 신체 조건을 갖춘 박세진은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체력 훈련 거쳐 구속을 3~4㎞ 늘리면 프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게 박 감독의 평가다.

‘제2의 손승락’을 꿈꾸고 있는 우완 투수 최충연 역시 박 감독이 감춰둔 비밀병기다. 186㎝·80㎏으로 큰 신장에서 내려 꽂는 듯한 슬라이더는 상대 타선을 압도할 만큼 위력적이다. 박세진이 선발로 등판해 4~5회까지 책임지면 불펜이나 마무리 요원으로 투입시켜 승률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최충연은 “슬라이더를 넘어 다양한 변화구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되는 데 주력하겠다”면서 “팀의 우승을 이끌고 내년 시즌 프로구단에 지명을 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세진, 최충연과 삼각편대를 이룬 나태환 역시 계투요원으로서 충분한 실력을 검증받았다. 지난해 12월 5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4 야구대제전에서 선린상고와 맞붙은 나태환은 7-3으로 앞선 5회 등판해 2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프로야구 삼성 불펜의 핵인 권오준이 그의 롤모델. 나태환은 “구속은 130㎞대에 머물고 있지만 몸을 불리고 훈련에 집중한다면 제구력은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경고 야구부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했다. 1920년 창단 이래 59년 해체, 다시 65년 재창단하며 강팀으로서 기반을 확고히 다졌다. 일제식민지에 반대하고 광복 후 조국 민주화에도 앞장섰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82년 이전엔 막강한 전력이 바탕된 플레이를 선보이며 시·도민들에게 고교야구가 주는 가장 큰 기쁨을 선사한 팀이었다. 대구·경북을 넘어 국내 고교 야구 최고 명문팀으로 위상을 확고히 다진 경고 야구부는 개교 100주년을 1년 앞두고 또 다른 비상을 시도하고 있다. 박 감독을 비롯해 50여명의 선수단이 올시즌 선보일 명승부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글·사진=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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